■번역괴담:레전드/저주의 약화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6 (끝)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6 (끝)
2023.10.11번역: NENA(네나) 나는 말을 걸지 않은 채, 숨을 죽이고 가만히 B를 어깨너머로 살폈다. 뭘 하나 했더니 B는 어제 촬영했던 사진 중 한 장, 내가 1층에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는 듯했다. 내 뒷모습과 새카만 실내가 찍혀있을 뿐인 재미 하나 없는 사진 한 장. 무엇이 무서운건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어젯밤부터 B가 그 한 장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뭔가 찍혔어?」 「우오오옷」 생각 이상으로 놀란 듯, B는 퍽이나 날쌔게 튀어 올랐다. 조금 웃기긴 했지만 나는 사진에 대해 다시 물었고 B는 난감한 듯 화면을 내게 보여줬다. 「......뭔가 보이지 않아?」 B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B는 긴 한숨을 쉬더니 조금..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5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5
2023.10.09번역: NENA(네나) 난잡하게 놓인 만화책과 잡지를 정리하고 적당히 편의점에서 공수한 마실 것과 야식을 펼쳐둔 다음, 우리는 먼저 B의 사진부터 확인했다. 플래시를 터트렸는데도 도무지 사진 상태가 나쁘다. 피사체의 거리에 따라 바로 앞은 그럭저럭 찍혀있었지만 안쪽으로 갈수록 대부분이 새카만 어둠뿐이다. 1장은 병원 안에 들어간 직후 나를 뒤에서 찍은 것. 다음은 입구부터 1층의 복도를 찍은 것. 사진을 스크롤로 넘겨봐도 대부분이 그저 새카맣기만 할 뿐, 별 보람도 없었다. 거기다 진정한 의미로도 정말로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았기에 딱히 환호할만한 건수도 없었다. 다만 촬영자 본인인 B만은 어딘가 의아한 표정으로 1장의 사진 위에서 손을 멈춘 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으로 C의 동영상을 재생해 보기..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4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4
2023.10.07번역: NENA(네나) 이미 계단을 내려와서 1층으로 접어들었던 나는, 불시에 제자리에 멈춰 섰다. 뒤따라오던 D를 시작으로 B와 C가 이어서 발을 멈추고 정체되자 D가 "왜 그래" 하며 으스스해졌는지 양어깨를 문지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아니, 오는 도중에 휠체어 없었어?」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왜?」 「.......아냐.」 잠깐 생각한 후, 나는 다시 선도하듯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수수께끼의 소리가 났던 엘리베이터 앞을 통과하기 위해 발을 내딛는 순간, 뒤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다........ 는......」 「.....마..... 하하」 누구의 목소릴까. B라고 하기엔 높고, C라고 하기엔 가벼운 어조다. D는 바로 뒤에 있을 테고 무엇보다 목소리의 위치가 조금 먼 곳이라..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3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3
2023.10.05번역: NENA(네나) 숨 돌릴 틈도 없이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난 불가해한 현상. 특별히 건물이 기울어있는 상태도 아니고 평행감각에 큰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눈앞의 휠체어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걸까. 우리는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D! 빨리 나와!」 B가 약간 화가난 말투로 크게 외쳤지만 D의 반응은 없었다. D의 반응이 없었기에 우리도 좀처럼 다음 행동을 취하지 못했고, 그저 휠체어가 점차 힘을 다해 멈추고 있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휠체어가 정적 상태가 된 직후, 또다시 D의 「어~ 이~」 하는 불가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알겠어, 알겠어! 항복! D, 그만 나와도 좋아, 진짜 무서웠어.」 B가 아무것도 없는 복도 안쪽을 향해 양손..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2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2
2023.10.03번역: NENA(네나) C는 마치 어디 방송의 인터뷰라도 하듯이 우리 쪽으로 스마트 폰을 향하며 지금의 심경을 물었다. 복도를 나아가며 이따금씩 방을 들여다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패턴을 반복하는 중이니 달리 두드러진 변화가 일어날 리도 없고... 나는 무의 심경에 가까운 것을 한숨에 섞어 뱉어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확실히 텐션이 안 오르는 것 같아. 뭐, 일어난다면 그거대로 도망쳤겠지만?」 당연한 말을 하는 B를 제쳐두고 나는 엘레베이터 앞에 멈춰 서서 문득 뒤를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D의 목소리를 들은 지 꽤나 시간이 흐른 듯해서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뒤쪽을 비추자 찌푸린 얼굴로 빛을 손으로 가리는 카메라맨 C와 나와 싱크로 하듯이 뒤를 바라본 B의 모습이 있었다. 「D는?」 「어..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1
[장편괴담] 저주의 약화 1
2023.10.01번역: NENA(네나) ※읽고 난 뒤 생기는 모든 일은 "자기책임" 입니다. (자기책임계 저주글, 관람주의) 원제: 呪いの弱体化(※自己責任系) 우리 지방에는 절대로 가면 안 되는 유명한 폐병원이 존재한다. 철거에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이 시에 없던 건지 아니면 차지권 관계로 분쟁 중인건지 알 수 없지만 벌써 몇십 년째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그 폐옥(廃屋)은, 그야말로 울창하게 치솟은 풀밭 한가운데 저만 홀로 존재했다. 몇 번의 거대 지진으로 일부 무너진 벽면과 깨진 유리창, 불에 그을린 듯 검게 얼룩진 외관, 그리고 근처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입지 등이 어딘가 노스탈직하게 보여서 일부 사진가들은 뛰어난 피사체라고까지 여기지 않을까. 다만 이 폐병원은 맨 처음 언급한 대로 "절대로 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