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기모노의 소녀
번역: NENA(네나)
着物の少女
772 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 sage 2005/07/26(火) 18:17:06 ID:amlXWpEo0
매년 여름, 나는 부모님을 따라 할머니 집에 놀러 갔다.
우리 할머니 집이 있는 마을은
지금이야 도심에 다니는 사람들의 베드타운으로서 나름 발전해 있지만,
20년쯤 이전엔 옆집과의 간격이 수십 미터 되는 일이 흔했던
논, 밭, 잡목림만 끝없이 펼쳐져있는 시골이었다.
동년배의 아이가 없다시피 했기에 나는 할머니 집에 가면
항상 자연 속을 혼자서 누비며 돌아다녔다.
그것도 나름대로 재밌긴 했지만 질리는 일도 많았다.
초등학교에 올라가기 전 여름의 일.
나는 변함없이 혼자서 놀았지만 역시나 질려버렸고,
이번엔 평소엔 가지 않던 산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할머니와 부모님에게 산 쪽은 위험하니까 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어서
지금껏 간 적이 없었지만 지루함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집에서 걷고 걸어 산 안으로 들어갔는데,
어딘가 좀 썰렁한 데다 어둑하고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좀 더 들어가 보려고 발을 떼려는 순간,
누군가 말을 걸었다.
「혼자서 가면 안 돼.」
언제부터 있었는지 좀 더 앞쪽의 산길 한켠으로
나와 비슷한 키에 머리를 적당히 기른 여자 아이가 서있었다.
그 아이는 기모노를 입은 모습으로, 어린 마음에 별난 아이라고 생각했다.
「왜 안되는데?」
「위험하니까. 산속은 혼자서 가면 안 돼. 어서 돌아가.」
「싫어.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걸. 돌아가도 심심하단 말이야.」
나는 그 아이가 말리는 걸 무시하고 가려고 했는데,
막 지나치려는 순간에 손을 붙잡히고 말았다.
그 아이의 손은 묘하게 차가웠다.
「....그럼 내가 놀아줄게. 응? 산으로 가면 안 돼.」
「에..... 응. 알겠어....」
애초에 혼자서 노는데 질려서 산으로 들어가 보자는 생각을 했던 거라
그 아이가 놀아주겠다고 한다면 무리하게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그날부터 나와 그 여자 아이는 매일 놀았다.
항상 만났던 산길 근처에서 놀았기에 술래잡기나 나무타기 같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여자 아이가 공깃돌이나 공을 가지고 와서 내게 가르쳐주며 놀았다.
774 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 sage 2005/07/26(火) 18:18:04 ID:amlXWpEo0
「켄짱, 요즘 뭐 하면서 놀고 있니?」
「산 근처에서 여자 아이랑 놀고 있어.」
「여자 아이? 어디 아인데?」
「몰라. 기모노를 입고 있어. 귀여워.」
「어디 아이일까... 이름이 뭐라던?」
「.... 알려주지 않았어.」
실제로 그 아이는 한 번도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할머니도 부모님도 그 아이가 어디 아이인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일단 마을 어느 집의 아이일 거라고 말했다.
그 여름은 여자 아이와 몇 번이나 놀았는데, 휴일이 지나서 그만 돌아가야 했다.
「나 내일 돌아가.」
「그렇구나...」
「저기, 이름 가르쳐줘. 어디서 살고 있어? 이번 겨울에 할머니 집에 오면 놀러 갈 테니까.」
여자 아이는 곤란한 듯 말없이 고개를 숙였지만,
몇 번이나 부탁하자 입을 열었다.
「...이름은 ○○. 하지만 약속해 줘. 절대로 아무에게도 내 이름을 말하지 마.
... 놀고 싶으면, 이곳에 와서 이름을 불러주면 되니까.」
「...알겠어.」
연말에 할머니 집에 왔을 때도 나는 역시나 산으로 갔다.
이름을 부르자 정말로 여자 아이가 와줬다.
겨울에도 기모노 차림이라 추울 것 같았지만, 본인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어디서 살고 있어?」 「이번에 우리 할머니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
그 말에는 여전히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할머니 집에 갔을 때 나는 그 여자 아이와 몇 번이나 놀았고,
그것이 즐거워서 봄도 여름도 겨울도 할머니 집에 오래 머물게 됐다.
여자 아이와 놀기 시작한 지 3년째, 내가 초2가 되고 여름의 일이었다.
「아마, 더는 놀지 못하게 될 것 같아....」
평소처럼 놀러 갔는데 여자 아이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어째서?」
「이곳에 있을 수 없게 되니까.」
「에, 싫은데....」
이사나 뭔가의 이유로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싫다고 한들 딱히 방법이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불평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775 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 sage 2005/07/26(火) 18:19:16 ID:amlXWpEo0
「어디로 가는데?」
「그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일부터는 오지마... 이걸로 작별이야.」
진짜로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기에
나는 마구 악을 쓰며 여자 아이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여자 아이는 나를 달래기 위해 이것저것 말을 했다.
나는 어쨌든간 아직 놀고 싶다고, 작별은 싫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윽고 여자 아이도 저도 모르게 뚝뚝 눈물을 흘렸다.
「....고마워. 정말 기뻐. 하지만 오늘은 그만 돌아가도록 해. 이제 어두워져서 위험하니까.」
「싫어. 돌아가면, 더는 만날 수 없잖아?」
「....그래..... 너와 함께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어.」
「에?」
「괜찮아. 아마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타이르는 말에 나는 집으로 향해야 했다. 도중에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기모노의 여자 아이는 계속 이쪽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날, 할머니 집으로 돌아가고 곧장 지쳐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부터 5일 간 고열에 시달리게 됐다.
그 5일간의 일은 나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한때는 40도를 넘는 열이 이어졌고 정말로 위험해져서
이웃 마을의 병원에 입원했지만 열은 전혀 내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5일째가 지나자 갑자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원래대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후 할머니 집으로 돌아갔더니 놀랍게도, 내가 여자 아이와 놀았던 산기슭은
나무가 잘리고 산이 깎이며 택지조성을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나는 놀라고 초조해져서 할머니와 부모님에게 산까지 데려가달라고 부탁했지만,
막 병석에서 일어난 몸이라 들어주지 않았다.
그 이후 나는 여자 아이와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이따금씩 꿈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몇 년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택지조성 공사를 하다가
기슭의 경사면 안쪽에서 작고 낡은 신사가 나왔다고 한다.
공사로 깎인 흙과 돌이 떨어진 탓인지 반파된 상태였으며, 무엇을 모시고 있었는지도 아무도 몰랐다.
그 신사가 있던 곳은 내가 여자 아이와 놀던 산길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간 곳이었는데,
혹시 나와 함께 놀았던 건.... 하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실제로 신기한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
776 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 sage 2005/07/26(火) 18:20:40 ID:amlXWpEo0
내가 고등학교 시절.
자칭 영감(霊感) 소녀가 있었는데 그 녀석에게 한 번,
「너, 대단한 게 붙어있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단한 거라니, 그게 뭔데?」
「....몰라. 그치만, 수호령 같은 거려나? 모르겠다.
너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일 별로 없지?」
확실히... 그때의 고열 이후로 거의 완전히 무병식재(無病息災)였다.
거기다 얼마 전, 친척 중 작은 아이(5살)와 놀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작은 색깔공을 가지고 오더니 오테다마를 시작했다.
※오테다마: 작은 콩주머니나 공으로 하는 일본 전통 놀이. 저글링 비슷함.
나한테도 해보라는 식으로 조르길래 한번 해보자,
마치 겨루기라도 하듯이 볼을 몇 개나 써서 오테다마를 하는 것이다.
몇 번이나 즐거운 듯이 오테다마를 했다.
너무 군더더기 없는 솜씨라 나중에 그 아이의 부모에게
「이야~ 대단하다. 가르친 거야? 저렇게 몇 번이나, 난 그렇게 못하겠어.」 라고 말하자
부모는 오히려 어리둥절해하며 「가르친 적은 없는데...」 라고 대답했다.
다시 한번 더 그 아이에게 시켜봤더니
이번에는 몇 번이나 시켜봐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아까 낮에처럼 제대로 해봐.」
「? 뭔데 그거?」
...이런 느낌으로 낮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뭐랄까, 그 오테다마의 손놀림은 잘 생각해보면
그때의 여자 아이와 닮은 듯한 느낌이 들어 참을 수가 없다.
지금도 가끔씩 꿈에 나오고, 그때 마지막에 했던 말도 있고...
혹시 어쩌면 그 아이는 정말로 내게 붙어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참고로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어째선지 나도 더는 떠오르지 않게 돼버렸다.
불길하다거나 무서운 게 아니라, 그저 그리운 느낌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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