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히치하이크 2
번역: NENA(네나)
839 :その4:2009/12/24(木) 22:15:34 ID:NNdtlw3F0
운전석 문이 열리며 편의점으로 약 60대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들어왔다.
남자의 복장은 카우보이들이 쓸 법한 챙 넓은 모자에
스투를 입은, 어딘가 기묘한 복장이었다.
나는 그때 마침 편의점 안에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그 남성의 모습을 바라봤다.
장바구니에 마구잡이로 반창고 같은 것을 처넣고 있다. 콜라는 1.5? 페트병을 2개 넣었다.
그 남자는 계산하는 동안 서서 책을 보는 내쪽을 가만히 응시했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시선을 느끼면서도 나는 무시하고 책을 읽었다.
이윽고 남자가 가게를 나갔다.
슬슬 교대 시간이었기에 카즈야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보니
주차장에서 카즈야가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태워준대!」
아무래도 그렇게 얘기가 됐나 보다.
나는 당초 그 남자에게 기분 나쁜 느낌을 받았지만,
다시 가까이에서 보니 사람 좋아 보이는 평범한 아저씨로 보였다.
나는 피로와 졸음으로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채로
「흐음~, 캠핑카라서 그런 모자였나...」라고 중얼대며 혼자 알 수 없는 납득을 했다.
캠핑카에 올라탔을 때, 아차 싶었다.
이상했던 것이다.
뭐가 이상하냐고 하면...
그냥 이상하니까 이상하다, 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이건 감각의 문제였으니까....
드라이버에겐 가족이 있었다.
물론 캠핑카였으니 안에 동승자가 있다는 건 예상되긴 했지만.
아버지, 드라이버. 약 60대
어머니, 조수석에 앉음. 겉보기엔 70대.
쌍둥이 아들. 어떻게봐도 40넘음.
840 :その5:2009/12/24(木) 22:16:30 ID:NNdtlw3F0
인간은 예상외의 것을 보면 일순간 사고가 정지한다.
우선 차 안으로 들어와서 곧바로 눈에 들어온 것은...
완전히 똑같은 깅엄체크의 셔츠, 똑같은 슬랙스, 똑같은 신발, 똑같은 머리(정수리가 빈),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똑같은 얼굴의 쌍둥이 중년 아저씨였다.
카즈야도 말문이 막힌 듯 보였다.
아니, 딱히 이런 쌍둥이가 있다 해도 이상한 건 아냐.
이상하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지만... 저 기괴한 분위기는,
아마 실제로 그곳에서 직접보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빨리 앉아라.」
아버지의 말에 따라, 우리는 그 가족의 분위기에 삼켜지듯
차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선 우리는 가족에게 인사를 했고
아버지가 운전을 하면서 자신의 가족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시작했다.
어머니 쪽은 조수석에서 앞을 보고 앉아있을 땐 잘 몰랐지만, 그 어머니도 좀 이상했다.
웨딩드레스처럼 새하얀 여름원피스.
얼굴 화장은 경극배우로 착각할 만큼 새하얀 분칠.
극점을 찍은 것은 어머니의 이름이었는데, 『성聖(센트) 죠세핀』.
참고로 아버지는 『성(센트) 죠지』 라고 한다.
쌍둥이에게도 말을 잃었다. 이름이 『아카赤』와 『아오青』라는 것이다.
붉은 얼굴의 아저씨가 『아카』이며, 뺨에 푸른 반점이 있는 아저씨가 『아오』.
일반적으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런 이름을 붙이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적당한 곳에서
빨리 내리기로 결의했다. 다들 미쳤어.
우리들에겐 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말을 걸어왔고
우리들은 분위기에 눌린 채 적당히 대답을 했다.
쌍둥이는 전혀 말을 하지 않았으며
완전히 똑같은 자세, 똑같은 페이스로 콜라 페트병을 병나발로 마셔댔다.
트림까지 똑같은 타이밍으로 나왔을 땐 그야말로 소름이 돋았고
더는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842 :その6:2009/12/24(木) 22:17:48 ID:NNdtlw3F0
「저기, 고맙습니다. 이제 여기쯤이면 괜찮을 것 같아요....」
캠핑카가 발진하고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카즈야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연신 우리를 만류했고,
어머니는 「곰이 나와서요! 오늘과 내일은!」 이라며 의미불명한 말을 했다.
우리는 반쯤 일어나며 「진짜로 그만 괜찮습니다.」 계속 호소했지만
아버지는 「적어도 만찬이라도 먹고 가.」라고 말하며 내려줄 기미가 없었다.
한밤 중, 그것도 2시쯤 됐을까 싶은 이 시각에
만찬은 무슨 야식도 없을 것 같은데...
쌍둥이 아저씨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이번에는 막대사탕을 핥아먹고 있었다.
「이거, 진짜로 위험하지 않아?」
카즈야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나도 맞장구를 쳤다.
끈질기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속 말을 걸어대서 좀처럼 대화할 수 없던 것이다.
한 번 아버지의 말을 놓쳤나 싶었을 때, 「들었냐고!!」 서슬퍼런 노성이 떨어졌다.
그때 쌍둥이 아저씨가 동시에 킬킬 웃기 시작했고
우리는 마침내 위험하다는 걸 확신했다.
캠핑카가 국도를 벗어나 산길로 들어가려 하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진짜로 여기까지요.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운전석 쪽으로 다가갔다.
아버지는 연신 「만찬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라고 말하며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근사하고 맛있는 만찬이니까, 꼭이요.」 라며 말렸다.
우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맞췄다. 여차하면 도망치자고.
아무래도 주행 중엔 위험하니까 차가 멈추면 바로 도망가자고.
이윽고 캠핑카는 산길을 30분 정도 달리다가
작은 강이 있는 열린 공간에 정차했다.
「도착했다.」 라는 아버지.
그때 캠핑카의 가장 뒤에 있는 문(우리는 화장실이라고 생각함)에서
「꺄아, 꺄아」 하며 뭔가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또 누군가 타고 있던 건가!?
그땐 진심으로 깊은 곳에서부터 소름이 올라왔다.
「마모루도 배가 고팠구나~」 하는 어머니.
마모루... 가족 중에선 유일하게 멀쩡한 이름이다. 어린아이인 걸까.
그러자 지금까지 말이 없던 쌍둥이 아저씨들이 입을 모아
「마모루는 나가면, 아, 안, 돼, 에!!」
하모니를 이루며 외쳤다.
「그렇지. 마모루는 몸이 약하니까.」 라는 어머니.
「앗~ 핫핫핫!!」 하며 갑자기 폭소하는 아버지.
「위험해. 이 자식들 위험해. 풀 스로틀.
(카즈야는 맛이 갔거나 위험한 놈들을 항상 이런 은어로 불렀다)」
843 :その7:2009/12/24(木) 22:20:19 ID:NNdtlw3F0
우리는 차 밖으로 내렸다.
잘 보니 어떤 남자가 강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아직도 남은 동료가 있던 거냐...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다.
이상하게 키가 크고 야성적이다. 2m 가까이 되려나.
아버지와 똑같이 카우보이 모자 같은 걸 눌러쓰고 스투를 입은 이상한 복장.
모자를 아주 깊숙이 눌러쓰고 있어서 표정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
모닥불 위로 떠오르는, 캠핑카의 프런트에 그려진 십자가도 뭔가 꺼림칙했다.
미키마U스 마치의 휘파람을 불면서 남자는 대형 나이프로 무언가를 해체하고 있었다.
털이 벗겨진 다리를 보아, 아무래도 동물인 듯했다.
멧돼지인지 들개인지... 어느 쪽이 됐든 저런 걸 대접받는 건 사양이다.
우리는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예상외의 거인의 출현과 대형 나이프를 보고 위축되어 버렸다.
「자아 자, 자리에 앉아볼까!」 라는 아버지.
거인은 나이프를 내려두고
옆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에 조미료를 넣고 있는 모양새였다.
「저기, 소변 좀 보고 올게요.」 라는 카즈야.
분명 도망치려고 하는 말이겠지. 나도 함께 가기로 했다.
「빨리 다녀와~」 라는 어머니.
우리는 캠핑카 옆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서 도망치려고 했다.
바로 그때. 캠핑카 뒷부분의 창문으로,
이상하게 이마가 돌출됐으며 양눈의 위치가 이상하게 낮고
양손이 빵빵하게 부불어 오른듯한 모습을 한 무언가가
팍! 하며 얼굴과 양손을 유리창에 딱 붙이며 소리를 질렀다.
「마~ 마~~!!」
더는 한계였다.
우리는 꼬리 잘린 도마뱀처럼 순식간에 숲 속으로 도망쳐버렸다.
844 :その8:2009/12/24(木) 22:21:39 ID:NNdtlw3F0
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뭔가를 외치고 있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따윈 있지도 않았다.
「위험해위험해위험해위험해」
카즈야는 정신없이 중얼거리며 숲 속을 달려나갔다.
둘 다 몇 번을 굴렀는지 인지하지도 못했다.
「일단 밑에 있는 도로로 나가야 돼!」
작은 펜라이트를 한 손에 들고
그저 숲 밑으로, 밑으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생각이 짧았을까.
작은 강이 있던 광장에서도 마을의 불빛 같은 것이 근방에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1시간 정도 질주했음에도 불빛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길을 잃은 것이다.
심장과 손발이 거의 한계에 다다라 우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카즈야 「저 호러 가족, 계속 뒤쫓아올까?」
나 「우릴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포기하지 않겠어. 영화도 아니고.
그냥 좀 이상한 괴짜 가족이었겠지. 마지막 놈은 좀 지릴뻔했지만...」
카즈야 「짐은... 어쩌지.」
나 「다행히 돈이랑 휴대폰은 들고 있으니까... 옷은, 아깝지만 뭐 포기할까.」
카즈야 「진심 쩔었어ㅋ」
나 「하하하ㅋ」
우리는 정신적으로도 극한 상태였지만, 어째선지 갑자기 웃음이 솟구쳐 올랐다.
한바탕 폭소한 후, 숲 특유의 꽉막힌 듯한 짙은 냄새와
주변이 일절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금방 현실로 되돌아왔다.
변태 가족에게서 도망친 건 좋았지만 여기서 조난당해서야 말이 안 되지.
여기가 수해(樹海)인 것도 아니니 조난까진 아니겠지만,
만에 하나에 대한 가능성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침까지 기다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
아까 그 할매까진 아니라도, 아니 곰까지는 아니더라도 들개라도 있으면...」
나는 한시라도 빨리 내려가고 싶었지만 새카만 어둠 속을 무작정 나아가다가
아까 그 강가까지 되돌아가게 되는 것도 무서웠기에,
잠시 쉴만한 넘어진 고목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얼마 동안은 서로 이것저것 수다를 떨었지만
극단적인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에 둘 다 꾸벅꾸벅 의식이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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