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히치하이크 3
번역: NENA(네나)
845 :その9:2009/12/24(木) 22:23:04 ID:NNdtlw3F0
팍, 하고 눈이 떠졌다.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봤다.
오전 4시. 주위가 어렴풋이 밝아져오고 있었다.
옆을 보니 카즈야가 없다.
순간 패닉이 올뻔했는데, 카즈야는 내 바로 뒤에 서있었다.
「뭐 하고 있어?」 묻는 나.
「일어났냐... 이거 안 들려?」
굵은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뭔가를 경계하는 상태였다.
「무슨....」
「쉿!」
아스라이 먼 곳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입피리 소리다. 미키마U스 마치의.
CD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듣기 좋은 미성이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있어선 공포의 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건 그 거인의...」
「역시 그렇지.」
「찾고 있는거야, 우리들을!!」
또다시 우리들은 맹 스피드로 숲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한 탓인지 이전보다는 주변이 잘 보였다.
발이 걸려 넘어질 걱정이 줄어든 덕분인지 상당한 스피드로 달릴 수 있었다.
20분 정도 달렸을까. 조금 트인 장소가 나왔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주차장인 것 같았다.
마을의 풍경이 나무들 사이로 어렴풋이 보였다.
어느새 상당히 밑으로 내려온 것일까.
「배가 아파」 카즈야가 말했다. 더는 참기 힘들다고 했다.
낡은 주차장 구석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나도 다소 참고 있는 상태긴 했지만 그 거인 남자가 언제 쫓아올지도 모르는데
작은 화장실 칸 안에 들어갈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내가 화장실 밖에서 망을 보는 틈에 카즈야가 칸 안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종이가 있긴 한데~ 까칠까칠하고 모기도 붙어있어... 우에... 없는 것보단 낫긴 해도~」
카즈야는 볼일을 보면서도 불만을 늘어트리는 걸 잊지 않았다.
「근데... 누가 우는 것 같지 않아?」
칸 안에서 큰 목소리로 카즈야가 말했다.
「하?」
「아니, 옆에 여자 화장실 같아 보이는데... 여자 아이가 울고 있지 않아?」
846 :その10:2009/12/24(木) 22:24:27 ID:NNdtlw3F0
카즈야의 말을 듣고 나니
그제야 처음으로 소리가 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확실히 여자 화상실 안에서 여자의 울음소리 같은 게 들리고 있어...
카즈야와 나는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건가? 왜 울고 있는 거지?
「저기... 네가 확인 좀 해봐. 점점 울음소리가 심해지고 있잖아...」
솔직히 아주 꺼림칙했다.
그러나 이런 산속에 여자 아이가 외진 화장실 안에서 혼자 울고 있는 거라면
뭔가 큰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서
우는 소리가 나는 칸을 향해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무슨 일 있나요?」
대답은 없었고 다시금 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저기요, 괜찮으세요?」
울음소리가 격해지기 시작하는 반면, 이쪽의 물음에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바로 그때, 주차장 위로 이어지는 길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나와!!」
나는 확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쁜 예감에 휩싸였고
여자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카즈야가 들어가 있는 문을 두들겼다.
「뭔데」
「차 소리가 들려, 만에 하나의 일도 있으니까 빨리 나오라고!!」
「아, 알겠어.」
몇 초 후, 새파래진 얼굴로 카즈야가 지퍼를 올리며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주차장으로 내려오고 있는 캠핑카가 보였다.
「최악이다...」
지금 숲으로 내려가는 쪽으로 나가면 확실하게 저 변태 가족의 시야에 걸린다.
선택지는 유일하게 사각지대인 화장실 뒤편으로 숨는 것밖에 없었다.
여자아이까지 마음 써줄 여유는 없었고,
우리는 화장실을 나와 뒤편에서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부탁이야, 멈추지 마.
이대로 그냥 가줘, 이대로...
「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 들킨 거야?」
카즈야가 빠른 어투로 중얼거렸다.
캠핑카의 엔진 소리가 주차장에서 멈춘 것이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화장실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화장실의 뒷편은 곧장 5m정도 되는 낭떠러지로 되어 있어서
발 디딜만한 곳은 우리가 서있는 곳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왠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뒷편까지 보러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우리를 눈치채고 다가오고 있는 거라면,
최악의 경우엔 낭떠러지를 뛰어내릴 각오였다.
뛰어내려도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의 낭떠러지라 못할 것도 없었다.
제발 용변만 보러 온 것뿐이라고 해줘, 제발...
우리는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여자 아이의 우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그 아이가 저 변태 가족에게 나쁜 짓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그것이 신경 쓰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847 :その11:2009/12/24(木) 22:25:32 ID:o41n3rfp0
남자 화장실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목소리를 보아하니 아버지 쪽이다.
「아아, 기분 좋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아무래도 소변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다음, 곧바로 칸으로 들어가는 소리와 발소리가 여럿 들려왔다.
쌍둥이 아저씨들일까.
이미 여자 아이의 존재는 완전히 들켜버렸을 것이다.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던 어머니의 「종이가 없어!」 라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여자 아이는 아직도 울고 있는 상태였다.
조금 후, 아버지와 쌍둥이 아저씨들(아마도)도 화장실을 나간듯한 기색이다.
이상하다. 여자 아이에 대한 변태 가족의 반응이 없어.
조금 더 있자 어머니 쪽도 밖을 나갔고 변태 가족의 대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모를 리가 없는데. 지금도 여자 아이가 아직 울고 있잖아.
나와 카즈야가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을 기다려. 금방 올 테니까.」
뭘 기다린다는 건지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무래도 쌍둥이 아저씨들이 떼를 쓰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안 있어 손바닥으로 치는 듯한 소리와
아마도 쌍둥이 아저씨들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몽이다. 즐거웠어야 할 히치하이크 여행이 어쩌다 이런...
지금까지는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전개에 질려 겁먹기 바빴는데,
갑자기 저 변태 가족들에 대한 분노가 솟아났다.
「저 캠핑카를 낚아서 산을 내려가는 수도 있지 않을까.
저 늙다리들을 때려눕혀서라도. 덩치가 없는 지금이 찬스 아냐?
기다린다는 게 그 덩치인 거 아니냐고?」
카즈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저쪽이 우리를 눈치채지 못한 이상,
이대로 숨어서 놈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훨씬 득책이라고 생각했다.
여자 아이도 신경쓰이고. 놈들이 떠나면 문을 열어서라도 확인할 참이니까.
내 뜻을 카즈야에게 전하자, 그는 마지못하듯 끄덕였다.
그로부터 15분 정도 지났을 때.
「~짱 왔구나~! (제대로 못들음)」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리던 사람이 주차장에 도착했나보다.
뭔가의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지만 제대로 듣기가 힘들었다.
또다시 화장실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848 :その12:2009/12/24(木) 22:26:35 ID:o41n3rfp0
미키마U스 마치의 입피리 소리. 녀석이다!!
경쾌한 입피리를 불면서 거인의 남자가 볼일을 보는 것 같다.
여자 화장실의 우는 목소리가 한층 더 격해져 있었다.
왜지?
왜 눈치채지 못하는 거야?
이윽고 울음소리가 단말마의 절규와 같이 변하더니,
뚝 사라져 버렸다.
무슨 짓을 당한 건가? 들켜버린 거야!?
하지만 그 거인은 남자 화장실에 있는 상태고
그렇다고 다른 가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기척은 없었는데...
조금 후, 입피리와 함께 거인 남자가 화장실에서 나갔다.
여자 아이가 화장실에서 끌려나갔는지 걱정이 돼서,
위험을 무릅쓰고 잠깐이나마 화장실 뒤편에서 내가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카우보이 모자에 슈트 모습의 거인이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여기였구나아아아아아아아아!!」
느닷없이 거인이 외쳤다.
나는 머리를 바로 물렸다. 결국 들켜버린 건가!?
카즈야는 나무막대기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맞아, 맞아!!」
「죄가 깊었던거야!!」 라고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쌍둥이 아저씨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거인.
「울부짖었구나아아아아아아아!!」
「응, 응!!」
「울었다 울었다!! 회개했다!! 할렐루야!!」 이어지는 아버지와 어머니.
쌍둥이 아저씨의 웃음소리.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무래도 우리들에 대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윽고 캠핑카 엔진 소리가 들려왔고 차는 떠났다.
주변은 이미 완전히 밝아져 있었다.
변태가족이 떠난 걸 완전히 확인한 후, 나는 여자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모든 칸을 열어봤지만 아무도 없다. 잠금장치도 전부 부서져있어.
이런 말도 안 되는...
뒤따라 여자 화장실로 들어온 카즈야가 내 어깨를 두들기며 중얼거렸다.
「있지, 너도 중간부터 어렴풋이 느끼지 않았어?
여자 아이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던 거야.」
둘 모두 환청이라도 들었다는 걸까.
확실히 저 변태 가족의 여자 아이에 대한 반응이 일절 없었던 걸 생각하면,
그것도 끄덕여지는 말이긴 하지만...
그치만 그렇게까지 선명하게 들리는 환청 같은 게 있는 거냐고...
─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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