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크메르 저주 3 (끝)
번역: NENA(네나)
뭐... 여전히 아는 태국어가 많지 않았기에
과정은 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독경? 같은 것을 한 다음에
A씨의 머리에 식물의 잎 같은 것을 붙이기도 하고 떼기도 하며
뭔가가 대강 마무리되자 태국인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중간에 노인이 종이에 크게 영어로 'BEE'라는 문자를 쓰며
태국인에게 뭔가를 설명했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크게 뛰었다.
선배도 똑같았는지 나와 눈이 마주쳤다.
BEE라는 문자가 선배의 전여친? 같은 여성의 이름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대강의 설명을 마치자 태국인들이 새파래진 얼굴로
우리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선배는 크메르식 저주(呪術)에 걸려있다는 것.
이 마을에서 다루고 있는 걸 대략적으로 크게 나누면 2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상대를 자신에게 의존시키는 저주.
두번째는 상대의 몸을 부수는 저주.
하나하나 세분화시키면 아주 많지만, 일단 이 2가지가 주류 저주라는 듯하다.
A씨는 그중 2번째로 분류되는 저주에 걸렸다는데
매우 강력한 타입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왼발부터 시작해 오른발, 그다음에는 왼손, 그리고 오른손.
다음으로 머리, 그리고 마지막은 심장... 이런 식으로
순서대로 몸에 이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 순서대로 다쳤기에 나 역시도 희미하지만 약간의 오싹함을 느꼈다.
그리고 정점을 찍은 것은 이것이었다.
이 저주를 건 것은 BEE라는 이름의 여자.
할아버지가 말하는 BEE라는 여자의 특징은 A씨의 전여친과
완전히 일치해 있던 것이다.
할아버지 왈, 아마도 이 마을이나 혹은 근처 이웃 마을에서 건 저주이며
상당히 강력한 술자에 의한 것.
저주를 풀면 건 술자와 의뢰한 인물에게, 실패하면 할아버지와 A씨에게
최저 일상생활에 지장을 가져올만한 악영향이 일어날 거라는 것.
기본적으로 같은 마을일 가능성이 있는 저주 되돌리기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나 태국.
할아버지가 제시한 금액을 내면 시술을 해준다고 했다.
다만 그 금액이 놀라웠는데,
할아버지가 제시한 금액이 무려 일본 돈으로 약 300만 엔.
대략 이런 깡촌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큰 금액이다.
모두의 앞에 서있던 A씨는 BEE라는 사람은 짐작도 가지 않으며
금액이 상당해서 방콕으로 돌아가서 조금 생각해보고 싶다, 라고 말을 했지만
별로 할 마음이 없는 건 명백해 보였다.
호텔로 돌아와 단 둘이 남겨지자 A씨가 말했다.
「그 할배, 분명 사기꾼일 거야──」
「하지만 이름과 특징이 일치하지 않았나요?」
「누가 말했겠지. 접대에서도 거의 매일 썼고,
내가 BEE랑 사이가 좋은 걸 은근히 알아챈 손님도 많았어. 사기다, 사기!」
확실히 그녀는 태국의 일본인 거리에 있는 술집에서 일했기 때문에
일본어에도 능통했으니 그 가능성도 컸다.
「애초에 A씨, 그런 원한을 살만한 일은 한 적이 없지 않아요?」
내가 묻자, 으~~~~음, 그렇지? 하며,
뭔가 찝찝한 면이 있긴 해도 그 이상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태국인 스태프들도 금액이 금액이었기에
딱히 끈질기게 권유하는 일은 없었다.
평화롭게 그로부터 2주일 정도가 지나려던 바로 그때.
큰 사건이 일어났다.
A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한기가 덮쳐 들었다.
함께 수린까지 갔던 태국인들도 서로 얼굴만 마주할 뿐,
그 누구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새파래진 얼굴로 그저 떨 뿐이었다.
결국 뇌출혈이 원인으로 A씨는 좌반신 불수가 되어 본국 귀국이 결정됐다.
문병을 갔을 때도 A씨는 마지막까지 저주를 믿지 않았지만
더는 태국에 있고 싶지 않다고 중얼거렸다.
A씨의 마비된 왼쪽 얼굴은 굉장히 애처로웠다.
A씨가 귀국한 이후로는 평화 그 자체였고
나도 임기를 마치고 무사히 본국 귀환을 했는데,
그 시점에 A씨는 퇴사한 상태여서 소식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몇 년 만에 다시 태국으로 향하고 있다.
나를 이용하고 버린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다.
BEE와는 따로 약속을 잡아놨고,
주술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 그 여자의 옷과 머리카락도 준비해 왔다.
그 여자도 내가 태국에서 저주를 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겠지.
효과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
착륙 아나운스가 들려온다.
태국의 스완나품 공항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두근두근함이 최고조에 달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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