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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A가 번역하는 일본 괴담 번역창고

[장편괴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 (끝)

  • 2023.09.21 00:00
  • ■번역괴담:레전드/이세계
글 작성자: NENA(네나)

번역: NENA(네나)

 

 

 

「대단하다. 무적의 비밀기지 아냐, 그거.

계속 놀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도 않고, 어린이들에게 있어선 최고의 장소잖아.」

 

아무리 더 놀고 싶어도 날이 저물어버리면 돌아가야만 하고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부모님의 딱밤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친구를 데리고 들어가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어도

아이처럼 담력이 센 어린이에게 있어 "신기한 공간"은

확실히 낙원일지도──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아이 본인이 살며시 부정했다.

 

「아하하. 하지만 그렇게 쭉 들어가 있던 적은 없으니까요.」

 

아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래전 일을 되돌아보는 듯한 그런 아련한 눈을 하면서.

 

「처음엔 확실히 아주 즐거웠죠.

큰 소리를 내도 혼나지도 않고, 시간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하지만 역시 오래 있으면... 점점 기분이 안 좋아진달까요.」

 

조금 무섭지만 꿈에나 있을 법한 신기한 이야기.

 

그렇게 받아들이자 조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였던 그곳이,

순식간에 고요한 침묵에 잠겼다.

 

「아, 이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 감각 때문에.

그거 지금 생각하면 본능이 경고해 준 게 아닐까 해요.」

 

「......경고?」

 

 

「못 돌아가게 된다, 같은.」

 

 

── 아, 이거 평범한 무서운 이야기다.

 

뒤늦게나마 서클 멤버들은

이것이 확실하게 괴담회라는 곳에 걸맞은 이야기라는 걸 이해했다.

 

마침 딱 등줄기가 서늘해질 때쯤 아이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어갔고, 그 이야기가 끝나고 또 다음..... 

이러한 형식으로 괴담회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백가지괴담(百物語)처럼 명확한 목표를 갖고 도는 괴담회가 아니었기에,

당연히 끝이 날 시기는 멤버가 질리기 시작할 무렵으로 정해져 있었다.

점점 소재가 고갈되기 시작했고

이야기에 대한 반응도 모호해질 때쯤 모임은 끝을 맺었다.

 

 

그리고,

 

── 그다음 날부터 아이가 서클에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약간 자기 일에 루즈한 면이 있었기에

아마 과제 제출을 잊었다던가 하는 일로 정신없이 바빠서 그런가 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학교에서 정보를 구하는 취지의 통지가 도착하자

그 인식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는 괴담회 다음 날, 통학을 위해 집을 나왔을 적부터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주변인들 모두 그녀에게 뭔가 들은 것도 없던 데다

갔다고 짐작 가는 곳도 없었다.

그러나 같은 서클 사람, 그것도 외양이 예쁘장한 여성이

갑자기 실종 돼버렸다는 이 센세이셔널한 사태는,

그들의 입을 저속하고 조심성 없는 소문이 나돌도록 부추겼다.

 

「아이말야, 꽤나 코드가 튀는 구석이 있잖아.

이상한 남자랑 눈이라도 맞아서 야반도주라도 한 거 아냐?」

 

「분명 남자문제야. 그 애, 얼굴은 꽤 봐줄만하잖아.」

 

이도저도 아닌 가지각색의 추리를 재잘대는 자들과

그것을 멀리서 비난의 눈으로 보는 자들.

그러나 소문에 꽃을 피우는 자들에게 따지고 나서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실종자의 명예는 그저 대화의 안주거리가 되어만 가던,

 

── 바로 그때였다.

 

 

「그런 게 아냐!!」

 

지금까지 부실 구석에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한 명의 여성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고 나선 것은.

 

그녀는 사라진 아이와 사이가 좋았다.

안부를 알 수 없게 된 친구의 명예를 우롱하는 이야기에 더는 참기 힘들어서

마침내 목소리를 냈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떠들던 무리도 덜 떠름해하며 부실을 줄줄이 나갔다.

 

「.....미안. 우리가 막았어야 했는데. 그런 얘길 들으면 당연히 화가 날 거야.」

 

거칠게 숨을 내뱉은 그녀를 달래듯이 한 명이 말을 걸자,

 

「그게 아냐. 그런 게 아니라고.....」

 

「응......?」

 

「그 애.... 남자랑 눈맞았다던가, 그런게 아냐. 절대로 아냐, 절대 아냐.」

 

눈을 확 치켜뜨며 절대아냐, 절대아냐 하는 말만을 반복하는 모습은

어떠한 류의 이상현상으로까지 보이는 듯했다.

 

이루 말하지 못할 위화감과 공포를 느끼면서도

그래도 상대는 친구가 사라져 마음에 상처 입은 여성이었으니,

사정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박정할 터.

 

「무슨 일인데 그래?」

 

누군가 이야기의 뒤를 재촉했다.

그러자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 화면에는 누군가가 보낸 메일이 표시되어 있다.

 

그것을 맨 먼저 들여다본 사람이, 앗하는 소리를 냈다.

 

그 메일의 발송인 칸에 아이의 이름이 있던 것이다..... 그러나.

 

 

「뭐야 이거... 진짜로 아이가 보낸 거야?」

 

얼마 안 되는 문자의 문면이 전부 깨져있어서

무엇이 쓰여있는 건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그런데 메일 수신 시각을 보니, 괴담회 다음다음날 오전 중이었다.

 

이 메일은 행방이 묘연해진 이후에 아이가 보낸 것이 명백했다.

 

「.....이거, 처음엔 이렇지 않았어.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문자로 보내졌던 거야.」

 

「뭐....? 그, 그럼, 시간이 지나니까 이렇게 깨져서 읽을 수 없게 됐다는 거야....?」

 

그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있는 것인가.

 

한 번 수신이 완료된 메일이, 수신된 이후에 깨져버리다니?

 

──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일인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그녀에게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처음엔 뭐라고 쓰여있었는데?」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 『나갈 수 없어』 」

 

 

아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에게서 온 이 메일을 경찰에게 보냈지만,

발신장소의 탐지가 불가능해 다시 돌려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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