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토우뵤우츠키 : 뱀을 모시는 가문 1
번역: NENA(네나)
원제: トウビョウ憑き
이것은 내가 아직 중학생일 무렵의 이야기.
당시 나는 쥬고쿠 지방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었다.
우리 집은 이른바 지주 일가였고
나와 내 부모와 아버지 쪽 할머니, 이렇게 넷이서 살았다.
할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 병으로 돌아가셔서,
철이 들었을 적부터 내 가족은 이 3명이었다.
우리 집은 토지를 많이 갖고 있어서(토지라고 해도 대부분이 밭)
그것을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팔거나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
어릴 적부터 내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어른도 아이도 어디서 나나 우리 가족의 안부를 물으며
지극히 마음 써주는 것을 느꼈다.
모두가 우리 집안에 신경 써주고 있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지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집은 "토우뵤우츠키(トウビョウ憑き)" 였던 것이다.
'토우뵤우' 라는 것은 이 지역에 전해지는 뱀 신님으로
금색의 목걸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뱀신을 가지고 있는 집을 토우뵤우츠키라고 한다.
토우뵤우님을 모시면 그 집은 번영하거나 행운을 불러온다고 전해진다.
또는 싫은 인간을 저주하는 것도 가능한데,
토우뵤우츠키 집 사람이 '저 사람 싫다' 라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악영향이 일어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토우뵤우츠키 집 사람이 토우뵤우님을 소홀히 하면
심한 지벌을 받게 된다고도 알려진다.
도시 사람에겐 믿기 힘든 일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토우뵤우님이 인지되어 있고
받들어 모셔지고 있다.
할머니는 특히나 열렬했는데,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나르며 기도를 드렸다.
보통 모신다고 하면 신당 같은 것을 상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집에서는 토우뵤우님을 바닥 밑 공간에서 모신다.
바닥 밑 공간에는 예쁘게 장식된 큰 병이 있으며
그 안에 토우뵤우님이 있다고 한다.
할머니가 자주
「아키야! 토우뵤우님이 모두를 지켜주고 있단다, 같이 기도드리자.」
라고 말씀하셔서 함께 기도드리곤 했다.
상냥했던 할머니를 나는 가장 좋아했던 것이다.
※아키는 제 이름입니다
그러나 그런 할머니와는 대조적으로
내 어머니는 토우뵤우님에게 회의적이었다.
회의적이랄까, 거의 믿지 않아서 전혀 흥미가 없는 느낌에 가깝다.
내가 토우뵤우님에 대해 말해도
「직접 본 적 있니?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할머니와 좀 더 어울려드리렴.」
이런 느낌이랄까.
그것보다는 자주 이전에 살았던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집에서 걸으면 금방 편의점이 있었거든.
백화점도 가까워서 장보기도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갈 수 있었어!
뭐 그때는 돈이 없긴 했지만. 돈이 있어도 이런 시골이라서야 원.」
이런 식으로 어머니는 자주 말했다.
아버지는 어땠냐면... 시내 쪽에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겠다면서
거의 집에 돌아오는 일이 없었기에,
각 잡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다.
때마침 겨울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지병인 요통이 나빠진 할머니는 대부분 잠을 잤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수술하는 것도 불가능했던 할머니는
매일매일 약해져가고 있었다.
나와 어머니가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할머니를 간병했지만,
거동조차 힘들어진 할머니는 조금씩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치매 증상이 나오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항상 토우뵤우님의 상태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 씨!! 아침 공물은 드렸어?」
「하루씨!! 토우뵤우님의 물을 갈아다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내 어머니를 불러서
토우뵤우님에 대한 일을 맡겼다.
어머니는
「네에 네, 해뒀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하셨지만,
한 번도 공물을 올리거나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딱 한번, 어머니에게
「할머니가 부탁한 거니까 거짓말은 하지 마.」
라고 한 적이 있는데,
「됐으니까 공부나 해! 고등학교는 수험을 봐야 하잖니?
이렇게 놀고만 있으면 안 돼!」
그런 잔소리만 들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됐다.
나는 남부럽지 않은 생활에 만족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내의 도회적인 분위기를 동경하고 있어서
장래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아버지가 도시 쪽에 빌려둔 아파트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예정이었던 것이다.
나도 대부분 방에 틀어박혀 공부를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봄이 끝나자 슬슬 본격적인 수험시즌이 시작됐기에.
그 무렵이 되자 할머니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졌고,
평소처럼 있는 일이 적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집에 오랜만에 돌아왔을 때였다.
「우왓, 냄새! 뭐야 이 냄새는!」
아버지가 한바탕 소란을 피웠는데,
어머니와 나는 집에 있으면서도
이상한 냄새를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응? 뭐가?」
라는 반응이었다.
아버지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바로 여기야, 여기에서 나!!」
토우뵤우님이 있는 마룻바닥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거의 열지를 않았네! 공물 바치는 걸 잊었나?」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며 마룻바닥 문을 열자,
「냄새!」
그건 멀리 떨어져 있던 나도 확실히 알 수 있을 만큼 이상한 냄새였다.
마치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몇 배는 증식된 것처럼 강렬했다.
「병이 부서졌어...」
아버지가 말했다.
나도 허둥대며 마루 밑을 들여다봤는데,
병이 조각조각 깨져있었고 파편 위로 질척한 액체 같은 것이 넓게 퍼져있었다.
아무래도 이 지독한 냄새는
그 액체에서 나고 있는 모양이다.
「위험해, 위험하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나, 셋은 병을 치우고 할머니에겐 비밀로
아버지가 새로운 병을 사 오기로 했다.
그다음 날의 일이었다.
━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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