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토우뵤우츠키 : 뱀을 모시는 가문 2
번역: NENA(네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을 보고 자전거로 돌아오는 길에
용수로에 떨어져 의식을 잃은 채 익사했다는 것이다.
거긴 매일 다니는 익숙한 길이었는데 어째서?
토우뵤우님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새파래진 얼굴로 입술을 떨고 있었다.
더는 견딜 수 없었는지 장례가 끝난 후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토우뵤우님에 대해 털어놓았다.
멍하니 건성건성한 태도였던
할머니가 갑자기 눈을 확 치켜뜨며,
「바보 같은 놈! 그렇게나 말했건만!」
그야말로 서슬 퍼런 얼굴로 아버지를 콱 움켜잡았다.
그 후 금세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나랑 너는 괜찮다. 다만 아키는 가엾지 않느냐.」
라며 나를 꽉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할머니를 보며 뭔가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을 깨달았고,
묘하게 냉정해지고 있었다.
그 뒤로는 빨랐다.
우리 집 토지 대부분이 식물이 자라지 않게 됐고
썩은 불모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차주(借主)도 없어져서 토지도 팔 수 없게 됐다.
아버지는 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해졌고
그렇게나 잘나가던 도시 사업도 더는 꾸릴 수 없게 됐다.
반년이 되자 먹을 것조차 곤란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여전히 할머니는 치매증세를 보이는 시간이 많았지만
나는 가능한 할머니와 함께 있으려고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외로운 것도 있었지만...
무서웠던 것이다.
그런 나날 중, 자금 융통으로 분주하던 아버지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스끼야끼 재료가 들려있었고
셋이서 전골을 끓여 먹으며 오랜만에 행복을 느꼈다.
스끼야끼를 다 먹자 아버지는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이 되자 이미 없어져 있었다.
그날은 할머니 상태가 좋아서
오랜만에 둘이서 여러 가지 추억을 얘기하며 즐거워했다.
낮이 지나고 어제 남은 스끼야끼 재료로 규동을 만들어볼까하고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지의 회사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었다.
아버지는 회사 사무소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내가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있자 할머니가 말없이 나를 끌어안아줬다.
그날, 나는 평생 울 분량을 다 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울었다.
울다 지쳐 잠이든 내가 눈을 뜬 것은
새벽 3시를 넘길 무렵이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목소리의 주인을 따라 거실로 나갔다.
그러자 마룻바닥이 있는 방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xxxxx〜 xxxxx〜」
할머니는 경을 외우고 있었다.
마룻바닥 눈앞에서 정좌하며 쥬반 한 장만 걸친 채
일심분란하게 경을 외우고 있었다.
「할머니 감기 들어!」
그렇게 말하며 건드린 할머니의 몸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할머니! 왜 그래!?」
놀란 내가 묻자,
「아키야, 할머니랑 같이 기도하거라. 절대 아키 너는 괜찮을 테니까.」
무시무시한 기세의 할머니에게 더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할머니 옆에서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할머니의 경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자
행복했을 무렵의 추억과 계속되는 불운의 기억이 번갈아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외로움과 참을 수 없는 기분으로 힘들어져서
할머니에게 다가가자,
축축이 젖어 있는 쥬반 그 안에서 확실하게 할머니의 체온이 느껴졌고
그 따뜻함에 안심이 됐다.
그대로 시간 감각을 알 수 없게 될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또다시 잠에 빠져있었던 것 같았다.
눈을 뜨자 할머니가 내 위를 덮듯이 잠들어 있었고
방에는 태양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할머니?」
할머니를 부르며 몸에 손을 댄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할머니의 몸이 차가웠고 딱딱해져 있던 것이다.
그날 나는 마지막 가족을 잃었다.
─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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