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코토리바코: 린폰
번역: NENA(네나)
リンフォン
얼마 전 앤티크를 좋아하는 여친과 드라이브를 겸해, 골동품집과 리사이클샵을 돌았다.
나도 레게나 헌옷 같은 것을 좋아했기에
희귀한 패미콘 소프트나 헌옷 등을 모으고 있었다.
살 물건이 다르긴해도 그런 물건을 파는 가게는 같았기에, 즐겁게 가게를 돌아다녔다.
서로 발굴한 물건이 몇 개나 됐기에 텐션이 오른 상태로 차를 달리다보니
외따로 홀로 우뚝 서있는 낡은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오! 의외로 이런 퀴퀴한 가게에
오바케Q타로 골드버전 같은 게 잠들어있는 거라고~!」
한껏 들뜬 나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여친과 함께 가게로 들어섰다.
작은 편의점 정도 크기의 조촐한 가게였다.
주로 고서적이 많고, 가구나 헌옷류는 그다지 놓아두지 않은 듯했다.
패미콘은 「궁극의 하리키리 스타디움」이 일부러 그러기라도 한 듯
딱 1개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선반에 놓여있을 뿐이다.
그만 나가자고 하려던 바로 그때,
"앗"하며 여친이 경탄의 목소리를 냈다.
달려가보니 솜인형과 장식물로 가득 찬 바스켓케이스 앞에 그녀가 서있었다.
「뭔가 발굴한거라도 있어?」
「이거 봐, 엄청나.」 그렇게 말한 여친은
바스켓케이스에서 가장 구석에 짱박혀있던 정20면체의 물건을,
인형과 다른 물건을 밀어젖히며 손에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구니 가장 구석에 눌리듯 박혀있어서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을 물건이 어떻게 여친에게 보였던 건지....
이상한 일은 거기서부터 이미 시작되어 있던 걸지도 모른다.
「그게 뭐야? 프리미어몬?」
「아니, 본 적 없는 거긴 한데... 이 물건 한 번 사볼까.」
뭐, 확실히 뭐라 하기 힘든 차분한 색조의 이 물건은,
오브젝트로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싸면 사던지, 라고 말했다.
계산대로 그 정20면체를 갖고 갔다.
어딘지 추레해 보이는 할배가 고서적을 읽으며 앉아있었다.
「실례합니다, 이거 얼마인가요?」
그때,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 할아버지가 고서적에서 시선을 올리고 정20면체를 볼 때의 표정을.
<경악>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표정이 한순간 얼굴에 떠올랐다가
금세 평범한 표정이 되었다.
「앗, 아아... 그거 말이지... 그러니까, 얼마였더라. 자, 잠깐 기다려줄래?」
그렇게 말한 할배는 안쪽 방(아마도 자택겸)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자 안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와 무언가 말싸움 같은 것을 하는 것이
단편적으로 들려왔다.
얼마 있자 할배가 1장의 누런 종이조각을 들어왔다.
「그건 말야, 이른바 "장난감"의 한 종류인데. 린폰이라는 이름이다.
이 설명서에 자세히 적혀있는데.」
할배가 그렇게 말하며 누렇고 지저분한 종이를 펼쳤다.
대단히도 오래된 것이라는 듯했다.
종이에는 예의 정20면체의 그림에 「RINFONE(린폰リンフォン)」 이라 쓰여있었고,
그것이 「곰」 → 「매」 → 「물고기」로 변형하는 경위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뜻 모를 언어도 딸려있었다. 할배 말로는 라틴어와 영어로 쓰여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이 물건은 여러 동물로 변형시킬 수 있어.
먼저 린폰을 양손으로 감싸 안고, 주먹밥을 쥐듯이 이리저리 만져보렴.」
여친은 할배의 말대로 린폰을 양손에 감싸고 주먹밥 만들듯 이리저리 눌렀다.
그러자 "찰칵"하는 소리가 나며, 정20면체의 면 1부가 솟아올랐다.
「와, 굉장하다~」
「그 튀어나온 것을 돌려보거나 좀 더 위로 끌어보렴.」
할배의 말대로 조작하자 이번엔 다른 1면이 함몰했다.
「굉장해~! 퍼즐 같은 거네요! 유우(←내 경칭)도 한 번 해봐.」
이 구조를 말로 설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데, "트렌스포머"라는 장난감을 알까?
카세트테이프가 로봇으로 변형하거나
권총이나 트럭이 로봇으로... 같은 옛날에 유행했던 장난감이다.
이 린폰도 정20면체의 어딘가를 누르거나 돌리거나 하면
곰이나 매, 물고기 등 여러 가지 동물로 변형한다고 상상하면 될 것이다.
어느새 여친은 린폰에 흥미만만이었다.
나조차 굉장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저기... 그래서 얼마인가요?」 여친이 조심조심 묻자,
「그게 말이다.. 꽤 오래된 거라서...
나조차도 놔둔 걸 잊었던 물건이기도 하니... 좋다, 특별히 1만에 어떠냐?
인터넷 같은 곳에 내놓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십만이라도 살거라 생각한다만.」
여기서는 에누리의 고수인 여친의 차례.
결국 6500엔까지 깎아 행복한 얼굴로 가게를 나왔다.
다음날은 월요일이었기에 함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난 뒤, 서로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유우(←내 경칭)
월요일.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여친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우군, 그거 진짜 굉장해, 린폰! 정말 퍼즐 같은 느낌인데, 점점 동물 형태가 돼.
일하는 중에도 쭉 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손에 잡히지 않더라.
진짜로 그 괴상한 TV게임보다 재밌어.」
여친은 일방적으로 흥분하며 떠들었다. 전화가 끝나자 사진 메일이 왔다.
린폰을 쥐고 있는 그녀의 양손을 따라
린폰에서 튀어나와 있는 곰의 머리 부분 같은 것과 다리가 2개 보였다.
나는 혼자서도 잘하네 감탄하는 감상을 메일로 보냈고,
얼마 안 있어 그날은 그대로 잤다.
다음 날. 일 끝나고 돌아가는 길.
차로 이동하고 있는데 그녀에게서 메일이 왔다.
「진짜 너무 재밌어. 어제 밤새면서 린폰을 만졌더니 드디어 곰이 됐어. 얼른 보러 와.」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차의 진로를 여친의 집으로 바꿨다.
「밤샜다고 했는데, 일은 나갔어?」
도착하고 내가 그렇게 묻자,
「갔지, 갔어. 덕분에 커피를 너무 들이켜서 속이 안 좋아졌지만.」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테이블 위에는 4개의 발로 살짝 목을 올린 곰 형태가 된 린폰이 있었다.
「오옷, 진짜 대단한데 이거? 구조가 어떻게 돼있는 거지?」
「굉장하지? 완전 푹 빠진다니까 이게. 다음엔 이 곰에서 매가 되는 거던가. 얼른 해볼까 생각해!」
「잠깐잠깐,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밤새지 마. 내일해도 되잖아.」
「그것도 그렇네.」
그리고 둘이서 간단한 요리를 해 먹고 그날은 돌아갔다.
참고로 말하는 걸 잊었는데, 린폰은 대충 소프트볼 정도의 크기다.
수요일. 일이 끝나고 이번엔 내가 먼저 메일을 보냈다.
「제대로 잤어? 그 외 이것저것 이러쿵저러쿵....」
그러자 「어제는 제대로 잤어! 이제 돌아가면 그다음이 기대돼.」 라는 답장이 왔다.
그리고 밤 11시 정도였을까.
내가 PS2에 한참 몰두하고 있을 때 사진 메일이 왔다.
「매가 됐지롱~! 완전 리얼하지 않아? 이거 만든 사람 진짜 천재 아닐까?」
사진메일을 열어보니, 날개를 펼친 매의 형태를 한 린폰으로 변해있었다.
아마추어인 내가 봐도 정교한 물건이다.
당장이라도 날갯짓을 할 것 같은 매가 그곳에 있었다.
물론 장난감이니 어느 정도 울퉁불퉁한 곳이 있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잘 완성되어 있었다.
「대단한데. 남은 건 물고기뿐이었나.
쨌든 너무 몰두하지 말고 천천히 만들도록 해~」
그렇게 답신을 보내고 얼마 안 가 잠들었다.
목요일 밤.
욕조에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 휴대폰이 울렸다. 여친이다.
「유우군, 아까 전화했어?」
「아니. 왜?」
「5분 정도 전부터 30초 정도 간격으로 착신이 와.
통화 눌러도 뭔가 복잡한 길거리의 시끌시끌한 잡담 같이
수많은 말소리 같은 것이 들리다가 금방 끊겨.
착신에 보통 번호표시나 발신번호제한, 공중전화 같은 게 나오잖아?
근데 그 착신을 확인해 보면 "저쪽(카나타彼方)"이라고 나와.
그런 건 등록한 적도 없는데. 기분 나빠서.」
「그렇군... 그쪽으로 가는 편이 좋을까?」
「아니, 오늘은 전원 끄고 잘래.」
「그래, 뭐. 뭔가의 혼선이 아닐까? 아, 그나저나 린폰은 어떻게 됐어? 물고기는.」
「아, 그거 이제 곧 완성돼. 끝나면 유우군한테도 빌려줄까.」
「응. 기대하고 있을게.」
금요일. 기묘한 전화 일이 신경 쓰였던 나는, 여친에게 전화하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린폰은 거의 물고기 형태를 하고 있었고
나머진 등지느러미와 꼬리만 붙이면 완성으로 보였다.
「낮에 또 이상한 전화가 왔었다고?」
「응. 점심시간에 빵을 먹고 있으니까 전화가 와서, 이번엔 발신번호제한으로 나왔는데.
그래서 통화를 눌러보니까 "꺼내줘" 라고 수많은 남녀의 목소리가 들리다가 끊겼어.」
「역시 혼선이나 장난일까? 내일 센터에 같이 가볼래??」
「그렇지, 그래볼까?」
그 후론 린폰 정말 대단한 장난감이다─ 하는 얘기를 하며
물고기를 완성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굴려봤지만,
좀처럼 등지느러미와 꼬리 부분을 만들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역시 마지막의 마지막이라 어렵게 해 놓은 걸까 하며 둘이서 한참을 고생해야 했다.
이윽고 잠이 왔기에 다음날이 토요일이기도 했고
갈아입을 옷도 가져왔던 나는 여친의 집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안 좋은 꿈을 꿨다.
새카만 골짜기 밑에서부터 수많은 알몸의 남녀가 기어오른다.
나는 필사적으로 낭떠러지를 따라 오르며 도망쳤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다.
살았다!
정상에 손을 올린 바로 그때, 여자에게 발목을 잡혔다.
『 나도 데려가아아아아아!!!! 』
땀범벅으로 눈을 떴다.
아직 오전 5시를 지나고 있었다.
다시 잠들 기분이 들지 않았던 나는,
반쯤 멍한 채로 여친이 회수하러 올때까지 이불속에서 뒹굴거렸다.
토요일.
휴대폰 샵으로 갔지만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그러다 이야기 흐름에 밀려 기분전환으로 점을 보러 가기로 했다.
시내에서도 용하다는 유명한 "고양이 점술가"라고 불리는 점술가가 있었다.
집에서 고양이를 몇 마리나 키우고 있는데, 점도 집에서 보는 곳이다.
다만 예약이 필요했는데, 전화하니 운 좋게 다음날 일요일에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날은 적당히 쇼핑을 하고 외박을 했다.
일요일.
정오가 막 지날 무렵 고양이 점술가의 집에 도착했다.
벨을 눌렀다.
「네.」
「예약했던 @@인데요.」
「열려있어요, 들어오세요.」
현관을 열자 복도에 고양이가 있었다.
우리를 보자 캬악하고 위협을 하며 안쪽으로 도망가버렸다.
복도를 지나자 서양식 방에 점술가가 있었다.
문자 그대로 고양이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우리가 들어간 순간, 일제히 "갸악!" 하며 부모의 적이라도 본 듯한 목소리로 위협하다
여기저기 흩어지며 도망갔다.
이쯤 되니 확실히 느낌이 안 좋다.
여친과 곤란한 듯한 얼굴로 서로 마주 보고 있자,
「죄송하지만, 돌아가주세요.」 라고 점술가가 말했다.
조금 욱한 내가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자,
「제가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 것은, 그러한 "것"에 민감히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들은 말이죠, 점을 봐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할 수 있어요.
이런 반응을 보인 건 처음입니다.」
나는 뭔가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어서
여친에게 온 묘한 전화와 내가 꾼 악몽을 얘기했다.
그러자 점술가는 마지못한 듯 이렇게 대답했다.
「여자분의 뒤로... 동물 오브젝트 같은 물건이 보입니다. 지금 당장 버리세요.」
그것이 무슨 소리냐고 묻자,
「부탁이니까 돌아가주세요. 이 이상은 말하고 싶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라며 고개를 돌렸다.
여친도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나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건 대체 뭐죠? 저주받았다거나 하는 골동품에 자주 있는 그런 겁니까?」
점술가가 대답할 때까지 몇 번이고, 몇번이고 계속 물었다.
그러자 점술가가 벌떡 일어서며,
「그건 응축된 극소 사이즈의 지옥입니다!! 지옥의 문이에요, 버리세요!! 돌아가세요!!」
「그럼 돈은....」
「 필 요 없 습 니 다 ! ! 」
그때 절규하던 점술가의 얼굴이, 무엇보다 무서웠다.
그날 여친 집으로 돌아간 우리는,
곧장 린폰과 누런 설명서를 신문지에 싸서 껌테이프로 돌돌 말아 쓰레기장에 던져버렸다.
얼마 안 가 쓰레기는 회수되었고 그 이후 이렇다 할 괴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몇 주 후, 그녀의 집으로 갔을 때 애너그램을 좋아하기도 했던 그녀가
종이와 펜을 들고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있지, 린폰이 RINFONE이라는 글자였잖아.
우연이랄까, 억측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걸 위치를 바꾸면 INFERNO(지옥)라고 읽을 수 있어....」
「....하하하, 설마 우연이야 우연.」
「물고기, 완성했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하하....」
나는 마른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부디 쓰레기 처리장에서 처분됐기를,
그리고 2개째가 없기를,
나는 무의식적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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