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카나메 님
번역: NENA(네나)
かなめさま
789 名前:かなめさま 投稿日:03/04/25 01:42
내가 옛날에 살던 곳은 깡촌 중에 깡촌이었는데
지방이라는 이름은 붙었지만 산간의 촌락같은 곳이었다.
집 뒷편으로 산길이 있었고
그곳에 "카나메 님"의 사당이 있었다.
원래는 도조신(道祖神)이었지만
이웃마을로 이어지는 도로가 정비되면서 산길 자체를 쓸 수 없게됐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끊겨서 그대로 쇠퇴해버린 곳.
※도조신: 길을 가는 행랑인을 수호하는 신
그 대신이랄까, 언제부턴가 카나메님에게
사람들의 눈을 피해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소원을 비는 관습이 생겨났다.
그러한 과정도 지금에 와서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고,
내가 어릴 적 무렵엔 어찌됐든 "카나메 님"은 금기여서
대낮에도 그 주변은 가까이 하기 어려웠다.
봐서도 보여서도 안되는,
마치 한 새벽에 숨겨진 저주인형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내가 5~6살 무렵에 화농으로 무릎이 심하게 부어서
꽤나 위험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조모가 "카나메 님"에게 가서
「부디 대신 병을 받아주소서.」
라는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덕분인지 무릎은 깨끗이 나았지만,
나중에 그 얘기를 듣고 점점 더 내 안에서 "카나메 님"은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중학교로 올라간지 얼마 안됐을 때,
여름축제의 춤이 끝난 후 친구들과 담력시험을 가게 됐다.
축제라는 큰 무대를 거친 탓인지 다들 묘하게 들떠있는 상태였고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을 꺼냈다.
「지로우라는 청년단 사람 있잖아.」
가장 나이가 높았던 소우시치가 말했다.
「그 사람이 옛날에 카나메 님의 사당에 들어갔대.
안에 말야, 바위가 있었다는데.」
나는 맹렬히 안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카나메님 사당 안 탐방 투어'가 결정되어 버렸다.
산길 입구에 모여 지점을 잡고,
한사람씩 사당으로 가서 안을 보고난 후 되돌아온다.
그리고 최후에 본 것을 다같이 일제히 말해서 서로 확인하기.
입구는 넓었지만 금방 길이 굽이지며 좁아졌다.
양쪽으로는 나무의 검은 그림자가 따라붙었고 축축한 습기가 느껴졌다.
나는 빨리 지고싶었지만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바람에
가장 마지막 순서가 돼버렸다.
하지만 담력시험의 이론에서 이것은 실격이나 다름없는 일.
처음 말을 꺼낸 자가 출발선을 끊듯이 첫번째 주자는 소우시치였다.
그가 돌아올때까지는 생각보다 제법 시간이 걸렸다.
몇 번 쯤 대낮에 가본 적이 있긴 한데...
그렇게 먼 곳이었나?
「야, 어땠어?」 하고 묻자 소우시치는 "헤헤헤" 하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대답하지 않았다.
두번째, 세번째 사람이 돌아오고
네번째인 카츠타로가 새파란 얼굴로 되돌아왔다.
「각오하는 편이 좋을 걸.」
"그치~?" 마지막 말꼬리를 늘어트리며 중얼거리듯 카츠타로가 말하자,
먼저 갔던 셋도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건 나뿐이었기에 이제 이놈들은 날 겁주며 놀리는 입장이 된 것이다.
겁먹고 있으면 몇 달 간 놀림감이 될 것이 뻔했기에
나는 큰 맘을 먹고 산길로 당당히 뛰어들었다.
여름인 탓인지 잡초따위가 무성히 자라나 있어서
이따금씩 발 밑이 잘 보이지 않아 더 공포심이 일었다.
산에 들어서자 새삼스럽게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시 정도 됐을까.
매미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울고 있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작은 펜라이트 하나만이 있을 뿐, 근처는 완전히 암흑 그 자체였다.
매미 울음소리가 한층 더 커지며,
조금 넓은 곳으로 나왔다.
오른손 쪽을 살짝 비추자 그곳에 『카나메 님』이 있었다.
「있다」고 생각도 못한 나는 순간 무서워졌지만,
이제 안을 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용기를 끌어모아 재빨리 사당으로 다가갔다.
사람 하나가 들어갈만한 작은 사당이었다.
목제의 여닫이문은 돌림나사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일부러 죄어 놓다니.」
마지막으로 갔던 카츠타로에게 한껏 욕을 하자
어쩐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한번에 문을 열어젖힐 수 있었다.
안에는 소문대로 한아름은 될만한 커다란 돌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머리띠처럼 금줄이 둘러져 있는 모습이 어딘가 코미컬하게 보였는데,
바로 그 순간.
그것을 본 순간,
갑자기 숨이 멈췄다.
그 돌에 이상한 압박감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목이 막혔다.
기분나쁜 무언가가 등줄기를 기어오르는 느낌.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머리를 숙였다.
바로 그때, 믿을 수 없는 것이 보였다.
시선 좌단 쪽으로 하얀 옷이 슥, 하며 들어온 것이다.
숲 안쪽으로 길게 이어진 길 저편에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가 패닉상태가 된 나는 어찌됐든 "저것"과 만나선 안된다는 생각에
눈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사당 안으로 뛰어들듯이 숨었다.
문을 안쪽에서 닫자 안은 온통 암흑천지였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쿵댔다.
어둡다는 공포보다도 빛이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쪽이 훨씬 무서웠다.
저것은 대체 누구지.
『카나메 님』에게 무슨 용건인 거야!?
..........답은 정해져있는게 당연하잖아.
【 병을, 불운을, 공포를 대신 받아주소서. 】
그만해!
마음 속으로 끝없이 소리쳤다.
안에 있는 건 나란 말이야, 나!
매미 울음소리가 고막을 찢는 듯했다.
발소리도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아.
그저 누군가의 기척만이 문 앞에 있을 뿐.
속이 뒤집히며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낡은 나무 사당 안으로 이상한 냄새가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음식이 상한 냄새 정도가 아니야.
그야말로 불길하기 짝이 없는 공기.
장기(瘴気)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멍하니 생각했다.
한껏 탈진한 나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것』은 간 것일까.
더 이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머릿 속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돌은...? 돌은 어디있지.
손으로 더듬으면 금방 닿을텐데...
그러던 중
갑자기 기묘한 예감이 들었다.
『카나메 님』은 이 『집』 안에서는 돌이라는 형태가 아닐지도 몰라.
나는 기침이 목 안쪽에서 솟아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도취(陶酔)와도 같은 피로가 몸을 뒤덮기 시작할 때,
갑자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사당 앞으로 기척이 느껴지더니 문을 열려고 하는 것이다.
심장이 멈출만큼 놀란 나는 필사적으로 안쪽에서 문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공간이 비좁은 탓에 엉거주춤 일어나는게 다였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밖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키요츠구야? 키요츠구 맞지?」
소우시치의 목소리였다.
문이 열리며 펜라이트 빛이 어둠을 가로질렀다.
친구 네명이 이곳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폭풍처럼 밀려오는 안도감 탓인지
입이 얼어붙어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만 나와. 가자.」
넷은 창백한 얼굴로 재촉하듯 나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사당 문을 부술듯이 세게 닫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도 혼자 남겨질까 황급히 그 뒤를 쫓았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늦어서 걱정되서 찾으러 와준 것일까.
하지만 평상시의 가벼운 농담도 없이 입구에 다다르자
제대로 대화도 주고받지 않은 채 그대로 해산하게 됐다.
다들 한결같이 딱딱한 표정이었고
그것이 한층 더 내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나는 그 하얀 인영이 어디로 갔는지 신경쓰였지만
그것을 묻는 것을 거부하는 분위기였다.
『카나메 님』의 산길을 돌아보자
매미 소리가 멎어있었다.......
이것은, 이미 쇼와 후기 때의 이야기다....
나는 여러가지 일로 그 마을을 뛰쳐나왔고
다시는 돌아갈 생각도 없다.
하지만 그날 밤의 일만은 잊히지 않는다.
결국 소우시치 일행 사이로는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카나메 님』의 이야기도 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지금 되짚어보면 나름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그 사당의 문을 연 그 때, 펜라이트도 비추지 않았는데
어떻게 길 끝의 인영의 하얀 옷이 보였던 걸까.
도조신(道祖神)은 사에노카미(障の神:막는 신)라고도 하는데,
가는 길에 있어 그 길의 안전을 수호함과 동시에
마을에 초대받지 못한 자를 막는 역할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을에서 본래
역병과 귀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갖고 있던 『카나메 님』은,
인간의 일방적인 원념으로 더럽혀지게 된 것이다.
도조신은 병들어갔지만 길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산길의 입구에서 기다리던 소우시치 일행도
『그것』을 본 것이 아닐까.
우란분(盂蘭盆)의 시기,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따라 온
초대받지 못한 자.
그 마을에는 그것을 막을 신이 더 이상 없던 것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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