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버려진 돌 3
번역: NENA(네나)
404 :381:2005/07/15(金) 13:57:19 ID:AfyrYbyu0
A 「애초에 붉은 꿈은 흑백에서 천천히 물들듯 변해가는 건데
그렇게 갑자기 새빨개지는 건 본 적이 없어서 좀 놀랐거든.」
나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 거라는 거야? 이 손 말인가?」
A 「그건 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얘기?」
A 「잘 모르겠어. 그것만큼은.」
나 「근데, 갑자기 그런 소릴해봤자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말에 A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A 「그 꿈에는 말야, 나도 있었어.」
나 「나랑 남동생이랑? 그런 건 첨부터 말을 해야지.」
A 「말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못 했어.」
나 「그러셔. 그럼 난 죽어도 되는 거고? 너 진짜 최악이다.」
A 「죽는다고 정해진 건 아니라니까. 그냥 꿈일 뿐이고.」
나 「그래그래, 그저 꿈 갖고 왈왈 짖어대지 말자ㅋ 존나 모양빠진다고 진짜.」
사실 나는 상당히 무서웠다. 그저 A가 꾼 악몽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건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봤던 청바지!
머릿속이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어제 나는 A와 만났나? 만나지 않았다면 대체 누구를 만난 거지?
아니 그전에 어디로 갔던 거야? A가 아닌 A랑?
폰번호도 모른다, 바에도 가지 않았다,
A가 꾼 붉은 꿈, 무릎 밑이 빨갛게 물드는 꿈,
오늘 아침에 본 밑이 검게 젖어있던 청바지.
생각이 단번에 밀려들어오자 머리가 아파지고 이명이 울렸다.
그다지 취한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지금은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무리라고.
그만 돌아가겠다고 말하자 A가 바래다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기에.
A와 나는 바를 나왔다. A는 아직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자전거에 올랐다.
A가 마지막으로 「조심해서 돌아가.」 라고 했고
나는 「남 말할 처지냐고요.」 라고 대답했다.
웃을 거라 생각했지만 A는 정색하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내가 황급히 눈을 피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자전거를 한 손으로 운전해 집으로 도착.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뒤에서 '퉁' 가볍게 등을 밀었고, 그 직후 폰이 울렸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전화는 A였다.
나 「뭐야? 무슨 일이야?」
A 『뭐 하고 있나 싶어서.』
몹시도 기운 넘치는 목소리에
아까 그게 다 거짓이었다는 걸 직감했다.
아주 각 잡고 놀리려는 거구나.
A에게 단단히 한 소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뭐 하고 있냐니, 뭐가?」
A 『괜찮아? 어제 그렇게 취했었잖아 둘 다.』
나 「으, 응.... 근데?」
A 『제대로 돌아갔나 궁금해서 말야.』
무언가 다르다. 이번엔 틀리다는 걸 알았다.
뭔가 아까 만났던 A가 아니라는 걸 알겠어.
분위기인가? 느낌이 뭔가 다른 것 같은....
나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A?」
A 『.... 데리러 갈까?』
나 「와보라고, 와봐!」
A 『데리러 갈까!?』
나 「아냐, 오지 마! 오지 마!!...」
중간부터 분명 핸드폰으로 말하고 있는데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울리며 뱅뱅 도는 느낌이 들었다. (낮이랑 똑같이)
아마도 기절하지 않았을까.
아침, 현관 입구 쪽에서 자고 있던 나를 깨운 엄마가 말했다.
「얘는 그 나이 먹고 바지에 싸다니, 어떻게 된 거야?」
검은 속옷이 허리 부근부터 그 밑이 죄 젖어있었다. 냄새는 없었다.
휴대폰 착신 이력을 봤다. A의 이름은 역시랄까, 없었다.
그날 오후, 직장 건물 쓰레기장으로 가기로 정했다.
자전거를 한 손으로 몰아 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직장의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상자째로 건물 쓰레기장에 버리려다가,
마지막으로 뭔가 무서운 거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돌은 딱 반반으로 깨끗하게 갈라져있었다.
색은 겉은 새카맣고 안은 새빨갰다. 정말 말도 못 하게 무서웠다.
손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고 멈출 수가 없었다.
맨 처음 이 시간대쯤 봤을 때는 확실히 파란색이었는데?
공포로 혼란에 빠져 그런 것도 생각해버릴 정도였다.
갑자기 떨림이 멈췄다. 몸은 상당히 차가워져 있었다.
돌이 든 상자를 쓰레기 두는 곳에 놓고 발 빠르게 역으로 도망쳤다.
역까지 왔지만 돌을 버렸다는 해방감? 같은 건 있어도
뭔가 속이 시원하진 않았기에 평소 가지 않았던 파칭코 가게로 향했다.
멍하니 숫자만 따라가다 보니 쓸데없는 일이 더는 떠오르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해가 저물었고, 돈도 거의 없어져 버렸다 (ㅋ
밤늦게 집에 도착해 늦은 저녁을 먹고 욕조에 들어가 있었는데,
오후부터 용무로 자리를 비웠던 엄마가 돌아왔다.
「너! 어딜 갔다 온 거야! 몇 번이나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음성 남긴 거 확인 안 했어? 그 A군이라고 했니? 그 아이가 죽었대.
전화가 와서 A군네 엄마가 전화 좀 해달라더라.」
─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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