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사요라는 아이
번역: NENA(네나)
134 :あなたのうしろに名無しさんが・・・:04/02/02 10:44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히로시마 쪽 시골에서 살았어.
그때 어울렸던(친구가 아님) 『사요』에 대한 얘기야.
우리 어머니 집은 사방이 밭으로 둘러싸인 시골 중의 시골로,
거긴 유치원이나 보육원도 없었어.
나는 할머니, 어머니와 같이 집에서 혼자 놀면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나날을 보냈고 몹시 지루했지.
가끔씩 근처 시내에 나갈때가 가장 큰 즐거움이랄까.
그쪽에는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물건을 사러 간 엄마를 기다리면서 거기서 자주 놀았거든.
어느 날, 공원에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가 있었고 같이 놀게 됐어.
그 아이는 자신을 『사요』라고 했어. 근처 동네에 사는데 혼자 놀러왔다나.
검은 스커트에 흰 셔츠, 단정한 단발머리를 한 귀여운 여자아이로
나는 금방 경계심을 풀고 함께 모래놀이를 시작했지.
135 :あなたのうしろに名無しさんが・・・:04/02/02 10:45
마른 모래를 삽으로 퍼서 큰 모래산을 만들고
둘이서 양쪽 끝에서부터 구멍을 파며 나아갔어.
손으로 모래를 헤치며 전진하다가
산 내부에서 딱 서로의 손이 맞닿게 되면 터널개통 완성!
'이쯤이면 사요의 손이 나오지 않을까?'
슬슬 정중앙 근처까지 도달할 때쯤,
무언가가
내 손을 움켜쥐었어.
그대로 엄청난 힘이 나를 잡아당겼고, 머리가 그대로 모래산에 처박혀버렸지.
꼼꼼하게 다져진 모래산은 부서지지 않았고
나는 모래산에 짓눌린 형태로 거의 질식하기 일보직전.
「그만해! 사요!」
그렇게 소리쳤지만
「응? 왜~ 에~?」
사요는 모래산 맞은편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어.
반쯤 일어선 자세로 손을 모래산에 집어넣은 채 나를 보며 히죽히죽.
그건 아무리 봐도 5, 6살의 소녀의 손길이가 아니었어.
나는 까닭을 모른 채 "그만해! 그만해!"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마침 타이밍 좋게 어머니가 돌아와
나는 사요의 손에서 해방될 수 있었어.
딸꾹질을 하기 시작한 내 옆을 쪼르르 빠져나가며
어머니에게 인사를 한 사요는 저 멀리 달려가버렸어.
어렸지만 어머니에게 얘기해도 믿지 않을 거라 판단한 나는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게 됐지.
그 이후, 아무래도 나는 그녀에게 찍혔던 거 같아.
어머니는 시내에 나갈 때면 나를 공원에 내버리다시피 했고,
나는 그때마다 사요와 놀아야만 했어.
그녀는 항상 검은 스커트와 흰 셔츠의 단벌 차림이었고,
부모와 함께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마치 어머니가 공원에서 나가는 걸 계산이라도 하듯,
바통터치라도 한 것처럼 나타나는 거야.
공원에는 다른 애들이 먼저 놀고 있을 때도 많았지만
사요가 공원에 들어온 것만으로 내 또래 애들은 물론
고학년쯤 돼 보이는 애들까지 슬금슬금 도망쳤어.
나는 무엇보다 사요에게 거역하는 게 불가능했고 거의 장난감이었지.
공원 구석에 떨어져 있던 라이터를
사요가 살짝 만진 것만으로도 갑자기 불이 붙기도 하고,
담 위를 걷던 고양이에게 나뭇잎 뭉치를 던지기만 했는데
고양이가 낙법도 취하지 못하고 뒤로 떨어지는 일도 있었어.
사요와 만날 때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차례차례 일어났고
나는 그녀와 만나는 것에 공포를 느끼게 돼버렸지.
이것저것 많았지만 다 쓰긴 힘들 것 같다.
168 :134:04/02/02 17:40
미안. 자세히 전부 떠올리려니 너무 기분이 나빠서
마지막으로 이것만 쓸게.
나는 위에 말했듯이, 공원에서 매일 공포를 겪어야 했어.
며칠 후 자연스럽게 집에 틀어박히게 된 나는
어머니 외출에 더는 따라가지 않게 됐지.
어린 마음에도 사요한테서 도망치고 싶었던 거야.
공원에 가지 않게 되고 1개월쯤 지났을까,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가족끼리 시내에 나가게 됐어.
아버지가 차를 몰았기에 그럼 사요와의 만남 없이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지.
백화점을 돌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 후,
내가 탄 차는 귀갓길에 올랐고 공원 쪽으로 접어들었어.
공원 입구가 우리 차선의 인도 쪽에 있었는데,
타이밍 나쁘게도 차가 딱 그 입구 근처에서 신호등에 걸린 거야.
나는 내심 사요에게 들키지 않도록
두근대는 마음으로 창문 밑으로 빼꼼히 공원 안을 살폈어.
그러자,
그녀가 있었다.
혼자서.
무언가를 손가락질하며
깔깔 웃고 있는 모습으로.
어찌나 웃겼던지,
마치 몸부림치듯 지면을 기어 다니며 자지러지고 있었어.
나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때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기 때문에 차가 발차했고,
사요의 모습은 풍경처럼 흘러갔지.
그런데.
사요의 손가락이 내가 탄 차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게 보였어.
그래. 그녀는 내가 탄 차를 가리키며 웃고 있던 거야.
어떻게 내가 여기 탄 걸 알았는지를 떠올리기도 전에
앞서 공포가 밀려왔어.
다음 날. 아버지의 차에 큰 추돌사고가 발생해
차 뒷부분이 크게 파이고 아버지는 경추에 손상.
거의 평생 입원생활이 불가피해 규슈의 큰 병원으로 가게 됐어.
어머니와 나도 함께 규슈로 올라가 아버지 쪽 본가에서 생활하게 됐고,
그쪽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지.
사요와 만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어.
나는 아버지의 사고가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나까지 연대책임을 느끼게 되는 대다
무엇보다 그 여자가 꾸민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끔찍함이 느껴져서 지금도 너무 화가 나.
거짓말이라고 하고 싶지만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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