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밤중의 사신
번역: NENA(네나)
가계(家系) 때문인지 핏줄 때문인 지는 모르지만,
우리 가족은 대대로 영감(霊感)을 갖고 있습니다.
그 점을 염두하고 읽어주세요.
그것은 내가 고등학생 무렵 입니다.
지금은 수트와 가죽구두를 신은 착실한 샐러리맨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당시엔 꽤 얌전하지 못했습니다.
부끄럽게도 밤놀이를 나가거나 바이크를 몰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죠.
몇 번 쯤 경찰에 신세를 진 적도 있습니다.
그런 불량아였던 나는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심령스폿(H현의 유명한 곳)에 가게 됐어요.
당시엔 무서움을 모르던 시절이라
담력시험을 위해 가볍게 그곳으로 향했죠.
그 심령스폿에 다다렀을 땐 거의 한새벽이었어요. 1시쯤 됐을까요.
다들 무서워했지만 저는 전혀 겁먹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서두에 얘기했듯 저희 집안은 대대로 영감이 강했고,
수호령이 붙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제게 붙은 수호령이 강력하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아무 일이 없어서 다른 심령스폿도 몇 번 돌았지만
역시나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동료들과 그날 그렇게 헤어졌고,
아무 일 없이 다음날 아침을 맞았습니다.
학교에 가서 어제 갔던 동료들과 심령스폿에 대해 얘기했고,
역시 아무 일도 없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요.
그것이 폭풍 전의 고요인 줄도 모르고.....
사건은 심령스폿 순례를 한 다음날에 일어났습니다.
당시의 나는 2층 침대를 썼는데
남동생이 위, 제가 아래에서 잤죠.
그것은 한 새벽, 2시쯤 됐을 무렵일까요.
갑자기 귓가에서 "키이이이───"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몸이 일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눈은 움직였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무서움에 발버둥 쳤겠지만
그때의 나는 딱히 무서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 가위인가. 전에도 눌렸던 것 같은데
과학적으로도 설명되는 현상이고 뭐.」
그런 잡생각을 하며 발버둥 치는 일 없이
그저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가위가 풀리지 않는 데다
방의 온도가 확 내려갔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거예요.
겨울 추위처럼 단순히 춥다는 느낌이 아니라
등줄기에 소름이 쫘악 끼치는 추위였어요.
그때 본능적으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위험한 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지금도 그 감각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 방 문 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왔습니다.
방 문은 닫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명백하게 부모님은 아니었습니다.
그 누군가를 향해 눈을 굴리자,
탈을 쓴 흰 소복 차림의 4명이 보였습니다.
손에는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거대한 낫을 들고 있었어요.
각각의 얼굴 형태가 왼쪽부터
반야, 웃는 노인, 오카메(일본 전통탈), 텐구 였던거 같아요.
발소리도 없이 4명은 가위에 눌린 제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중 한 명이 제게 무언가 얘기했어요.
4명 중 누가 말을 걸었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공포와 절망감으로 뭘 말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영혼이.... 수호가....」
대충 그런 단어가 들렸던 것 같지만,
내용까지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한마디만은 확실하게 들려왔어요.
「다음은 없다」
그 말을 한 후, 4인조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라진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위가 풀렸고
몸이 자유롭게 움직였습니다.
'다음은 없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몇 분간은 계속 비명이 나왔던 거 같아요.
솔직히 그때는 이 세상에의 마지막을 각오했거든요.
인생을 주마등처럼 달렸다는 말이 있지요? 딱 그 꼴이었어요.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저는 그 4명이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처음엔 심령 스폿에서 씌인 악령이 아닐까 싶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수호령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수호령이 악령으로부터 지켜줬기 때문에
담력시험 당일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죠.
하지만 제 행동을 지켜보던 수호령들이 다음 날 밤,
최후의 충고를 하러 왔던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왠지 묘하게 납득도 갔어요.
만약 그 일 이후 또 장난 삼아 심령스폿에 갔다면
저는 지금 이 세상에 확실하게 존재하지 않을 테죠.
실은 이 이야기엔 후일담이 있습니다.
직장 선배(이하 T씨)도 저와 비슷한 일을 체험했다고 합니다.
T씨의 말에 의하면, 그 체험 전날 형과 함께 심령스폿에 갔었대요.
그 장소는 제가 갔던 곳과는 다르지만 꽤 유명한 곳입니다.
T씨는 심령 스폿을 다녀온 그 다음 날,
"짐승 가면을 쓴 사람을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놈들을 보고도 잘도 살아남았네.」
저는 재빨리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물었어요.
그러자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T씨와 같이 심령스폿을 돌았던 형이 죽었다는 겁니다.
그 짐승 가면을 쓴 놈들을 본 그날에.
그때 다시금 두 번 다시 못된 짓을 하지 않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죠.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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