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하치샤쿠사마(팔척귀신) 2 [끝]
번역: NENA(네나)
908 1/1 sage 2008/08/26(火) 09:45:56 ID:VFtYjtRn0
「거기--, 괜찮니? 무서우면 무리하지 않아도 돼.」
나도 모르게 문 근처까지 가다가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바로 떠올랐는데,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어.
「왜 그래, 이쪽으로 와도 괜찮아.」
할아버지의 목소리와 한없이 비슷했지만,
그것은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전신에서 소름이 돋기 시작했어.
문득 모퉁이의 소금 쪽을 바라보니 위쪽이 검게 변색되어 있었음.
한달음에 불상 앞으로 달려가 부적을 움켜쥔채
'살려주세요' 라며 필사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포폿포, 포, 포포...」
그 소리와 함께 창문 유리가 쾅쾅거리며 세차게 흔들렸어.
여기까지 닿을 만큼 키가 크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밑에서 손을 쭉 늘려 창문을 격하게 두드리는 광경이 떠오르는 바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덜덜 떨고 있었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불상 앞에서 기도를 하는 것뿐.
터무니없이 길게 느껴지던 밤이었지만 어쨌거나 아침은 찾아왔고
켜 뒀던 TV에선 어느샌가 아침 뉴스가 시작되고 있었지.
화면 구석에 시간이 7시 13분이라고 확실하게 표기되어 있었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그 목소리도 어느 순간엔가 멈춰있었고.
아무래도 중간에 잠들었는데 그대로 실신했었나 봐.
소금은 아주 검게 변해있었어.
만약을 위해 내 시계를 확인하니 거의 같은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기에
조심조심 문을 열자, 그곳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할머니와 K씨가 서있었어.
할머니는 다행이다, 다행이다, 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래로 내려가자 아버지도 와있더라.
할아버지가 밖에서 얼굴을 내밀며 「빨리 차에 타거라!」 라며 재촉했고,
마당으로 나가보니 어디서 가져온 건지 봉고차 한대가 서있었어.
그리고 마당에 몇 명 정도 다른 남자들도 있었고.
봉고차는 9인승으로 나는 그 중앙에 앉혀졌으며
조수석에는 K씨, 그리고 마당에 있던 남자들도 모두 올라타게 됐어.
모두 딱 9명이 탔고 나는 여덟 면이 모두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형태가 됐지.
「큰일을 치르게 됐군.
궁금한 게 많겠지만 지금부터는 눈을 감고 밑만 보고 있어야 해.
우리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지만 너한텐 보일 테니까.
됐다고 할 때까진 꾹 참고 눈 감고 있어야 한다.」
오른쪽 옆에 앉았던 50살 정도 돼 보이는 아저씨가 그렇게 경고조로 말했어.
그리고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경트럭을 선두로 그 뒤를 따라 내가 탄 봉고차,
그 뒤로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승용차의 행렬이 줄지어 나가기 시작했어.
차의 행렬은 꽤나 느린 속도였음.
아마도 20키로 정도도 안 나왔을 거 같은데.
그리고 얼마 안 가 K씨가
「여기가 마지막 고개다」 라고 중얼거리며
뭔가 염불 같은 걸 외우기 시작했어.
그리고,
「폿포포, 포, 폿, 포포포...」
또 그 소리가 들려왔다.
K씨에게 받았던 부적을 움켜쥐고
아저씨에게 받은 충고대로 눈을 감고 밑으로 고개를 숙이긴 했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곁눈질로 밖을 아주 조금 보고 말았어.
눈 안으로 들어온 것은 새하얀 원피스.
그것이 차와 속도를 맞춰 이동하고 있더라.
그 긴 다리로 쫓아오고 있는 것일까.
머리 부분은 윈도우 밖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는데,
차 안을 들여다보려는 것인지 머리를 숙이려는 몸짓을 하기 시작하는 거야.
무의식적으로 "힉!" 하는 신음을 내자
곧바로
「보지마」
라며 옆에서 일갈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어.
황급히 눈을 꽉 감고 더욱 세게 부적을 움켜쥐었지.
쿵, 쿵, 쿵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시작됐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도 짧게 '엇' 이라던가 '으우' 하며 작게 신음을 내뱉었음.
그것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만은 확실하게 들리고 있나 봐.
K씨의 염불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지.
이윽고, 목소리와 소리가 중간에 끊어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K씨가 「잘 빠져나왔다!」 라며 소리를 질렀어.
지금까지 입을 꾹 다물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들도
「다행이다」 라며 안도의 목소리를 냈지.
얼마 안 가 차는 넓은 길가에 멈췄고, 그제야 아버지의 차로 옮겨 탈 수 있었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다른 남자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을 때,
K씨가 「부적을 보여보게」 라며 다가왔어.
무의식적으로 아직 움켜쥐고 있던 부적을 꺼내보니,
전체가 검게 변색되어 있는 거야.
K씨는
「이젠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만 만약을 위해 당분간은 이것을 가지고 있거라」
라며 새로운 부적을 줬어.
그 이후엔 아버지와 둘이서 집으로 돌아왔지.
바이크는 나중에 할아버지와 근처 사람이 가져다줬고.
아버지도 하치샤쿠사마에 대해 알고 있긴 했었대.
어릴 적에 친구 하나가 홀려서 목숨을 잃었다나 봐.
그리고 그때 봉고차에 탔던 남자들은 모두 할아버지 일가와
어떻게든 관계가 있던 사람들로, 다시 말하자면 극히 연하긴 해도
모두 나와 혈연관계에 있던 사람들이라고 해.
앞을 달렸던 할아버지와 뒤를 따라왔던 아버지 역시
당연하게 나와 핏줄 관계였고 조금이라도 하치샤쿠사마의
눈을 속이기 위해 그런 식으로 꾸며놓은 것이었다고.
아버지의 형제(백부)가 하룻밤만에 이쪽으로 오긴 힘들었기에
직계를 따지지 않고 혈연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을 모두 모았던 거래.
그래도 7명의 남자를 지금 당장 한 곳에 모으긴 힘들었고
또한 밤보다 낮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에 하룻밤 동안은 방에 가둬둔 거였어.
중간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대역을 맡을 각오를 하셨다고...
그리고 먼저 썼던 하치샤쿠사마와 관련된 설명을 해준 뒤,
앞으로 그곳엔 가지 말라고 거듭 당부를 받았어.
집에 돌아와서 할아버지와 전화로 얘길 했는데,
그날 밤에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니까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다며 단언하시더라.
━━역시 그것은...
떠올려보니 새삼 다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아.
하치샤쿠사마의 피해는 성인이 안된 젊은이나
어린아이가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
어린 아이나 아직 미숙한 청년이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을 때
그런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무심결에 마음을 놓게 되겠지..
그 이후 10년이 지나고 그날의 일도 잊혀질 무렵,
절대 농담으로 흘려 넘길 수 없는 후일담이 생기고 말았어.
「하치샤쿠사마를 봉인하던 지장을 누군가가 부숴버렸다.
그것도 너희 집으로 가는 길에 있던 것이.」
라며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온 거야.
(할아버지는 2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당연하게도 장례식에 가지 못했음.
할아버지도 일어나지 못하시는데 절대로 오게 하면 안 된다고 했대.)
그래도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단순한 미신일 거라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상당히 불안해하는 내가 존재하고 있어.
「포포포...」
하는 그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라도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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