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하얀 우산을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 1
번역: NENA(네나)
622: 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2011/08/26(金) 12:43:43.11 ID:z50fIYxY0
친구와 놀고 난 뒤, 비도 오는 데다 시간도 늦어서
친구를 먼저 집에 바래다준 다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
주간 만화 신작이 궁금하기도 했기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잠깐 들렸지.
편의점 안의 손님은 나 혼자 뿐.
한 권을 손에 집고 얼굴을 들자
편의점 앞 길로 하얀 우산을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어.
이런 시간에 뭘 하는 걸까(나도 싸돌아다니는 처지지만)
라는 생각을 하며 금방 책으로 눈을 돌렸고.
한 권을 다 읽고 다음 책을 보려고 책을 손에 집고 얼굴을 들었는데,
아까 그 사람이 또 앞 길을 걸어가고 있는 거야.
인도와 편의점 사이엔 주차공간이 있어서 지근거리에서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 모습과 걷는 모양새가 너무 똑같아서 한눈에 알아봤지.
뭔가 좀 이상한데.. 라는 생각은 했지만
뭐 세상엔 여러 사람이 있는 거니까 별로 신경 쓰진 않았어.
그렇게 두 권째도 다 읽고 방금 점원이 진열하고 간 오늘의 신간 잡지를 손에 들고
읽기 전에 똑같은 자세로 조금 저릿해진 어깨를 휘휘 돌렸는데,
또 그 앞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역시나 아까 그 하얀 우산을 쓴 사람.
이쯤 되니 약간 소름 돋는 게 느껴져서
그다음부터는 창문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고 만화잡지에만 집중함.
그렇게 두 권 정도 더 읽은 다음 그 편의점 점원이랑 좀 친해서
같이 이것저것 얘길 하다가 요깃거릴 사서 밖을 나왔어.
그때 비가 좀 잦아들어 부슬부슬 내리길래
다시 강해지기 전에 빨리 가야겠다 싶어서 인도로 나온 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음.
20m정도 앞을 걷는, 그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의 모습.
여기가 시골이라 밤늦은 시간이 되면 달리는 차도 거의 없고
가로등도 별로 없어서 편의점에서 멀어지면 주변이 금방 캄캄해져.
그 탓인지 쓸데없이 더 기분 나쁘게 느껴지더라.
'아 뭔가 좀 싫다..' 라는 생각이 들어 일부터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더라고.
대체 얼마나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건지.. ;
앞을 걷는 하얀 우산을 쓴 사람과의 거리가 3m정도 됐을 때,
왠지 그 이상은 다가가기도 꺼려지고 그대로 앞지를 마음도 들지 않았기에
아직은 좀 이르지만 저 골목에서 꺾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사람이 그 골목으로 꺾는 거야.
잘됐다!
그런 마음과 함께 또 동시에 저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멋대로 상상해서 나쁜 사람을 만든 것 같은 미안함도 살짝 들었어.
그래서 그 사람 뒤를 향해 가볍게 꾸벅 인사를 했는데,
그런데 그 순간
그 사람이 뭔가를 말하는 게 들리는 것 같은 거야.
어 뭐지 싶었지만,
이쪽을 향해 돌아본 것도 아니었고 그냥 혼잣말이겠거니 넘어갔어.
그리고 그대로 걷다가
다음 골목을 가로지르려고 아무 생각 없이 오른쪽을 봤지.
익숙한 주택가들.
그리고
하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이 보였어.
진짜 그냥 등골이 오싹하다고밖에 못하겠음.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더라.
왜냐면 아까는 내가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금방 거리가 좁혀질 만큼 엄청 느리게 걷던 사람인데..
내가 지금은 평소보다 넓은 보폭으로 빠르게 걷고 있었는데도
상대 역시도 골목 하나를 평행으로 똑같이 걷고 있던 게 되잖아?
뭔가 진짜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든 떨쳐내 보려고
우연이거나 아님 날 의식해서 걷는 속도를 바꿨을 뿐이다,
그냥 방해물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그런데 몇 번 골목을 가로질러 넘어가도
건너편에 그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한 골목을 똑같이 걷고 있더라.
진짜 안 보이는 곳에서 걷는 속도를 빠르게도 해보고 느리게도 해봤는데
내가 가로지를 때마다 저 맞은편에 그 사람도 똑같이 지나가고 있는 거야.
너무 무서워져서 한눈도 팔지 않고 큰길까지 달렸지.
머릿속으로는 내 자신에게
이건 그냥 비가 조금 강해져서 젖기 전에 달리려는 것뿐이라고
훈계하듯 그렇게 되새기고 있었어.
─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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