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하얀 우산을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 2 (끝)
번역: NENA(네나)
큰길까지 나오니 확실히 차도 많이 달리고 있어서
약간은 안심할 수 있었던거 같아.
큰 길을 건널때 오른쪽을 봤지만 인영은 없었고,
애초에 맞은편 골목은 큰 길로 나와도 횡단보도가 없으니까 길을 건널리도 없었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길을 건넌 다음
첫번째 골목을 지나갈 때 용기를 쥐어짜 오른쪽을 조심스럽게 봤어.
아무도 없었음.
그 다음 골목을 가로지를때도 아무도 없었고.
그래, 이게 당연한 거지..
침착함을 되찾은 나는 발걸음을 이었고,
이 골목만 돌면 금방 집이었으므로 평소가던 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았어.
그리고
안쪽 골목에서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나타났음.
어? 라는 생각을 했을 때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은 골목을 돌아 이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어.
소름이 절로 돋더라.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이미 난 왔던 길을 되돌아 달리고 있었음.
보이지 않도록 정말 온힘을 다해 달려서 앞 골목을 꺾었지.
그런데,
들어간 골목 안쪽 길에서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걸어오고 있는 거야.
길 한 중간까지 나와서 그 자세 그대로 부자연스럽게 빙글 돌아
이쪽을 향해 방향을 틀어 걸어오더라.
모두가 잠든 고요하고 어두컴컴한 주택가 한가운데서
길이 교차하는 근처엔 가로등이 있었으니
그 하얀 우산과 하얀 옷이 너무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어.
한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비명이 절로 나왔음.
우와아아악!! 하고.
들고있던 우산도 편의점 봉지도 다 던져버리고
정말 쏜살같이 그 장소를 빠져나와 달렸어.
달리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고있는 걸 깨워서
「지금부터 거기 갈테니까 집에 들여보내줘!」 라는 부탁을 했음.
바래다준지 얼마 안됐지만 다행히 친구는 OK해줬고,
살았다는 생각에 서둘러 달려서 그쪽으로 향했지.
큰 거리를 넘어 편의점을 지나 도로를 횡단해서 길을 돌려는 순간,
그 앞으로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서 있는게 보였어.
그땐 더 이상 '어떻게?' 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고,
꺾는 걸 포기하고 그대로 다음 골목을 향했는데
그곳에도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안쪽 골목에서 나온거야.
아 이젠 다 싫다는 마음으로 다른 길로 향하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어.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착신이 아닌
부재전화로 표시되어 있었고 3건이나 됐지.
그때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4시를 넘기고 있었어.
내 안에선 이제 겨우 10분 정도 될까말까였는데 이미 1시간 가까이 지나간 거야.
동네에서 나간 것도 아니고, 애초에 길을 꺾지 않았으니
이 거리를 빠져나간 것도 아닌데.
내가 살던 동네가 전혀 모르는 곳처럼 느껴져서 너무 무서워졌어.
친구에게 전화하니 『아직이야? 지금 어디? 안 와?』 라며
졸린 듯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어.
「가고 싶은데 못 가. 길을 못 꺾겠어.
꺾으면 하얀 우산을 쓴 뭔가가 앞질러 있어.」
제대로 상황을 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자 친구가
『무슨 얘긴진 잘 모르겠지만 앞질렀으면 등지고 가면 되는거 아냐?』
라는 대답을 해주더라.
그치만 들어도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어서
「어? 어? 그게 무슨 소린데? 의미를 모르겠다고─!!」
라며 허둥대는게 고작.
날카로운 어조로 의미불명의 말만 내뱉어대는 내게
친구는 화내는 일 없이 느리면서도 부드럽게
『자기가 가려는 방향과 반대로 도는 거지?
그랬더니 앞을 막고 있는 거고?
그럼 그 뒤를 향해서 쫓기는 형식으로 쭉 길을 가면
본래 가려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뭐든 다 좋으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알겠어」 라고 대답한 뒤, 친구의 말에 따르기로 했어.
더 이상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자 정말 꺾은 곳 앞으로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대로 뒤를 향해 도망쳐도 쫓아오지는 않았어.
정확히는 내 쪽을 향해 걸어오긴 했지만,
'그것'은 내가 꺾은 모퉁이 근처까지 오면 다시 되돌아갔지.
하지만 다시 다른 모퉁이를 돈다거나 골목으로 들어가려 하면
그 앞 길에서 나왔어.
갈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 찰나,
주변에 분명 아무도 없는데
「보오오, 오, 아,」
라는 사람소리지만 말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어.
감각적으로 '아, 그것이 말하는 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층 더 다리에 힘을 주어 달렸지.
그렇게 겨우겨우 친구 집 근처까지 올 수 있었고,
전화로 상황을 알려주자 집 앞으로 마중나와주기로 함.
얼마 안 가 집에 서있던 친구를 만났고
「다 젖었잖아ㅋㅋ 우산은 어쨌어ㅋㅋㅋ」 라며
나를 보고 웃는 친구의 모습에 조금은 안심이 됐어.
그리고 이제까지 본 상황을 설명한 다음 달려왔던 길을 같이 살펴보기로 함.
어둡고 멀었지만 확실하게 건너편 사거리에
하얀 우선을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 있었어.
놀란 얼굴을 한 친구와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간 이후,
조금 먼 곳에서 저음의 사람 목소리 같은 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친구가 키우던 고양이가 창문과 현관을 계속 왔다갔다 배회했어.
날이 밝고 차소리가 시끄러워질 무렵.
어느샌가 그 사람소리 같던 이상한 소리와 기분나쁜 느낌은 사라져 있었지.
그리고 그날,
우리는 동네에서 액막이로 유명한 신사를 찾아가 제령을 받았어.
늙은 신관은 우리에게
「잊는게 좋다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수없이 존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우리들도 알 수 없어.」
라는 설명만을 남겼어.
문장 솜씨가 좋지 않아 한소리 들을 것 같은데,
지금 떠올려도 오한이 멈추지 않는 경험뿐이라 냉정하게 쓰기가 힘들어.
이걸 본 누군가가 비슷한 것을 마주친다면
내 친구의 말을 떠올렸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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