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귀신소동
번역: NENA(네나)
513:10/03/13(月)02:22:58.50D:mBdsyGK30
알바처의 회사 기숙사에서 귀신소동이 있었어.
나는 입사한 지 1년도 안돼서 잘 모르지만
이전부터 안 좋은 일들이 자주 있었다나 봐.
기숙사에 들어간 사원 T씨의 방이 특히 출현율이 높았다는데,
어느 날은 나한테 상담을 하러 왔어.
T 「얼마 전에도 말야, 세수하고 거울을 보니까
내 뒤에 무서운 여자가 비치는 거야.
헉 해서 뒤를 돌아보니까 아직도 거기 있더라고...
하다못해 뒤를 돌았을 땐 없었으면 좋겠다...」
T씨는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쳐보였음.
513:10/03/13(月)02:22:58.50D:mBdsyGK30
난 어릴 적부터 영감(霊感)이 강했고 소위 말하는
'보이는 사람' 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귀신을 어떻게 하거나 하진 못해.
하지만 일하는 중에도 계속 공허한 눈을 하고 있는 T씨를 못 본채 하긴 힘들었어.
나는 동 시기에 들어온 알바생 Z를 꼬셔서 같이 기숙사에 가보기로 했음.
Z는 어릴 적부터 영적 후각 능력이 강했던 이른바 '냄새를 맡는 사람' 이야.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기숙사에서의 실천을 보고해볼게.
우리들이 도착하자 T씨는 퍽이나 혼자가 불안했었는지
일부러 밖까지 뛰쳐나와 맞이해줬어.
근데 난 기숙사를 봤을 때부터 무언가 안 좋은 감각이 덮쳐 들었던 상태.
한밤중에 순찰차의 회전등이 모여있는 곳을 본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었지.
...문득 창문 하나에 눈길을 주니 닫힌 커튼이 부자연스럽게 말려올라가 있었고,
그쪽으로 묘하게 작은 얼굴 같은 게 이쪽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나는 그게 「가까이 오지마」 라는 경고로 들렸음.
하지만 극력으로 밝게 행동하는 T씨를 신경 써서
말은 하지 않고 그대로 귀신에게 눈총만 받는 상태.
나 「어─... 음, 어때, Z? 뭔가 느껴지는 거 없어?」
Z 「음... 아니, 특별히 없어. 뭐, 일단 들어가 보실까.」
T 「그래! 술도 준비해놨다고! 자, 자! 어서 가자, 응?」
솔직히 말해 나는 오늘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술을 전혀 못하는 T씨가 술을 잔뜩 준비했다니 퇴로는 사라진 셈이었지.
513:10/03/13(月)02:22:58.50D:mBdsyGK30
T씨의 방으로 가까워질수록 불길한 감각은 커져만 갔어.
아니나 다를까, 아까 그 기이한 커튼의 방주인이었던 거야.
마셔봤자 기분이 흥할리는 없었지만 담력이나 넣자는 마음으로 홀짝였음.
그리고 은근슬쩍 커튼을 다시 고쳐놨어.
T씨에 의하면 밤에 잘 때가 가장 무섭다고 해.
최근엔 제대로 잔 적이 없었다는 듯.
오늘은 사람이 있어 안심했던 탓인지
마시지 않았는데도 벌써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
나 「이불에서 주무세요, T씨.」
T 「응, 아아, 미안...」
Z 「내일도 일해야 하니까 우리도 그만 자자.」
이 방에서는 굉장히 잠이 들만한 기분이 아니었지만
나랑 Z도 담요를 빌려 자기로 했음.
왠지 자꾸만 커튼 쪽이 꺼림칙했기에 좀 떨어진 소파로 누웠어.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Z가 작은 목소리로 묻더라.
Z 「저기... 혹시 봤어?」
나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함.
나 「응, 여기 오기 전에 기분 나쁜 것을 좀... Z는?」
Z 「특별히 없대도. 뭐 난 보이지 않는걸. 냄새만 날 뿐이지.」
나 「...언제 들어도 알 수가 없다 그건... 저기, 있잖아 유령은 무슨 냄새야?」
Z 「...제각각이야. 물질에 의한.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인간의 냄새가 아니란 것 정도?」
그건 나도 조금 안다.
나도 령(霊)이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으니까.
513:10/03/13(月)02:22:58.50D:mBdsyGK30
...어느샌가 전기가 꺼져있었어. 아무래도 잠이 든 건가?
그런 느낌은 안 들었는데...
몸의 방향을 바꾸려다가 문득
기묘한 소리가 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말았음.
찰딱, 찰딱
무언가 낮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어.
...바닥을 손으로 치는 소리...?
무언가가 마루를 기어 다니는 듯한...
그렇게 판단하는 사이, 찰딱대는 리듬이 빨라지면서 몸이 강렬하게 무거워졌음.
일반적인 속박의 느낌과는 달리 눈을 뜨는데도 온 힘을 쥐어짜내야 하는 상태...
내가 본 것은 내 가슴 위에 올라타 정좌를 하고 있는 여자.
옛날 아이돌이 입었을 법한 금색의 화려한 옷에 몸도 평범했지만,
머리가 야구볼 정도밖에 안 됐다. 마치 두개골을 뽑아 말려놓은 듯한 질감.
역시 인간으로는 안 보인다니까!
「...Z... 이...봐... Z...」
목소리를 쥐어짜는 내게 인간 범주를 벗어난 여자의 얼굴이 점점...
Z! 빨리 눈치채 줘!
Z 「웅... 뭐야, 무슨 일...
아, 냄새난다, 있구나 이거. 킁킁...」
코를 킁킁대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Z,
보이지 않는 자는 무적이라!
Z 「킁킁... 이 주변이로군... 킁.. 어? 뭐야, 니 위에 있어?
우와아 리얼... 킁킁... 아, 이건 말야, 뭐랄까.
동물 전문샵 계열의 냄새야... 작은 동물. 뭐 별로 대단한 귀신은 아닐지도...
킁크.... 힉! 뭐, 뭐야, 혹시 이 언저리 머리 아냐?
인간이 아닌 부분은 냄새가 장난 아니거든, 이 자식 꽤나 못 생겼지? 킁... 우웩!
뭐야, 햄스터 레벨도 아닌데!? 거북이가 먹다 남긴 먹이가 수조 밑바닥에 고인...」
나 「아, 그만 됐다 됐어, 없어졌으니까.」
Z가 냄새분석~표현부분 쯤 이미 대부분의 령은 사라져 있었음
(여자귀신은 재빠르게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귀신에게 있어 자신의 냄새를 타인이 알아차렸다는 게
상당한 충격이었던 것인지
이후 두 번 다신 나오지 않았다는 것 같아.
다음날 간만에 폭면을 취한 T씨가 직장에서 그 얘길 자랑했고
본디 농담을 잘하던 T씨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신반의했지만,
기숙사 사람들만은 감사와 경외를 담아서인지
Z를 이름인 「카오루」 라 부르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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