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그래서 내가 말했지?
번역: NENA(네나)
원제: だから私言ったよね?
레이코(玲子)와 처음 만난 건 단체미팅 때였다.
그녀의 첫 번째 인상은 해사한 미인.
거리에서 본다면 몇 명쯤 뒤를 돌아볼만한 미인이었다.
미팅 한중간에도 흥미가 없는 듯 텐션이 낮았고
돌아가며 어택하던 내 친구들은 모두 격침.
그야말로 도도함 그 자체인 느낌이라
엄청...까진 아니어도 중하점 정도 되는 외모를 가진 나로선
뭘 하든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내 휴대폰 대기화면을 보고
「앗, 강아지 키우시나요?」
라고 물었을 땐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나 이외의 미팅 멤버들 전원도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게, 이 미팅에서 그녀가 처음 제대로 된 발언을 한 것이
그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화장실에 갔을 때 내게 전화번호를 물었을 때는 훨씬 놀랐다.
솔직히 다단계나 종교 권유라도
당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후일, 그녀에게 식사 초대를 받았다.
쭈볏쭈볏 약속 장소에 나가니
그곳엔 저번과는 전혀 다른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가 있었고,
다단계는커녕 굉장히 꿈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실은 나, 그 미팅에 인원 채우기로 반강제로 불려 나갔을 뿐이라
전혀 놀 마음이 없었거든.」
「그런 곳에 갈만한 사람에게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아서.」
그녀는 수다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실은 나도 인원 채우기 용이었어. 어딜 봐도 그런 곳에는 어울리지 않지?」
그건 딱히 그녀에게 맞춰주려는 게 아닌, 사실이었다.
잘생긴 친구들을 돋보이게 만들어줄 들러리 역할로
때마침 예정이 없던 내가 선택됐을 뿐이었다.
「후훗, 그럴 거라 생각했어!」
「어?」
「아아, 이상한 의미가 아니고, 넌 그런 장소와 맞지 않는
성실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했거든.」
뭔진 잘 모르겠지만 나를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았다.
그다음, 둘이서 술을 마시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어릴 적 양친을 잃고 시설에서 자랐다는 것.
대학을 장학금으로 졸업해서 의류 쪽 일을 하고 있다는 것.
하루빨리 자신의 가정을 갖고 싶다는 것.
미팅 때와는 전혀 다른 미소로 즐거운 듯 대화했다.
「또 연락해도 될까?」
돌아갈 때, 그녀가 내게 물었다.
「무, 물론!!」
너무 날아오른 탓에 접시까지 씹어먹을 기세로 대답하는 나를 보며
그녀는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그로부터 몇 번의 데이트 후, 우리는 사귀게 됐다.
나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이런 일이 내 인생에 있어도 되는 건가!
이런 미인과 사귀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다니!
그녀는 완벽한 여성이었다.
말재주가 좋아서 대화가 재밌었고
요리도 잘하고 일도 잘했다.
주변 놈들도 왜 나 같은 인간과 사귀는지 의문이겠지.
「너는 나만을 사랑해 주니까.」
왜 나 같은 놈이랑 사귀는 거야?
그렇게 물을 때마다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고백했을 때도 그랬다.
「나만을 사랑해 줄 거야? 그럼 사귈게!」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선 최고의 조건이었다.
이런 최고의 여성 이외의 존재를 사랑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사귀고 1년이 지났을 무렵 나는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그때도 그녀는
나만을 사랑해 준다면 결혼하겠다고 했다.
물론 대답은 YES.
우리는 가족이 됐다.
그녀와의 결혼생활은 그야말로 장밋빛이었고
매우 충실한 나날이었다.
그녀와 결혼하고 금방 내 부모님이 사고사로 돌아가셨을 때도
그녀는 헌신적으로 슬픔에 빠진 나를 격려해 줬으며
나를 강하게 지탱해 줬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일주일 전, 내 남동생이 죽었다.
바이크 사고였다.
최후의 육친인 동생이 죽고 나자,
나는 재기불능 상태에 빠져버렸다.
다음날은 철야였지만, 술을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떡이 되기 일보직전까지 마신 나는 정장 차림으로
거실에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무언가의 기척을 느낀 나는 어렴풋이 눈을 떴다.
어둠 속을 한참 응시하고 있자,
내쪽에서 2, 3미터 떨어진 곳에
누군가 중얼중얼하며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응? 대체 누구지?
술에 취해 몽롱한 의식 속,
눈과 귀를 가만히 집중시키자
「그래서 내가 말했지?」
「그래서 내가 말했지?」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내 아내, 레이코의 목소리였다.
「나 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
「그래서 내가 말했지?」
「이제야 드디어 단 둘만이 있을 수 있어.」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제 없는 거지? 사랑하는 사람.」
혼자서 중얼중얼하며 여전히 2, 3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때 아내의 손에서 무언가가 번뜩이며 빛을 발했다.
식칼이었다.
「힉」
나도 모르게 입에서 소리가 새자,
그녀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며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계속 잠자는 척을 했다.
자박...
자박...
그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고 눈앞에서 기척을 느꼈다.
눈을 감고 있어도
그녀가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이 손쉽게 상상됐다.
「그래서 내가 말했지?」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소름돋게 낮은 목소리가
내 얼굴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나는 자는 척을 이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미 해가 떠올라 아침이 되어있었다.
「당신 괜찮아?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뒀어! 어서 밥 먹어!」
부엌에서 평소와 같은 아내가
식기를 씻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그건 꿈이었던 걸까....
그 이후로 아내의 요리에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Today번역괴담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괴담] 내가 아는 한 이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아 (1) | 2023.10.15 |
---|---|
[2ch괴담] 학교 샤워실에 갇힌 남학생들이 들은 수수께끼의 소리 (0) | 2023.10.13 |
[단편괴담] 악몽의 소리 (0) | 2023.09.15 |
[단편괴담] 산에 있는 물건을 갖고 가서는 안 돼 (1) | 2023.09.09 |
[단편괴담] 헷코만 (이누가미 신앙) (0) | 2023.09.01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단편괴담] 내가 아는 한 이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아
[단편괴담] 내가 아는 한 이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아
2023.10.15 -
[2ch괴담] 학교 샤워실에 갇힌 남학생들이 들은 수수께끼의 소리
[2ch괴담] 학교 샤워실에 갇힌 남학생들이 들은 수수께끼의 소리
2023.10.13 -
[단편괴담] 악몽의 소리
[단편괴담] 악몽의 소리
2023.09.15 -
[단편괴담] 산에 있는 물건을 갖고 가서는 안 돼
[단편괴담] 산에 있는 물건을 갖고 가서는 안 돼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