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헷코만 (이누가미 신앙)
번역: NENA(네나)
원제: 「へっこまん」※犬神信仰
이것은 내가 아직 초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나는 시코쿠의 어느 현에 살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던 단지 근처에 「헷코만(へっこまん)」이라 불리는
동네에서 유명한 아저씨가 있었다.
왜 헷코만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몇 살 위의 선배들이
장난으로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헷코만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른바 "또라이" 였다.
어린 아이나 고양이를 식칼로 찔러버렸다고 하기도 하고,
이웃 할머니를 커터칼로 찔렀다던가,
마트에서 물건을 훔쳤다 같은 소문이 5만 개쯤 쌓여있었다.
(시골의 폐쇄적인 마을이어서 경찰을 부르는 일도 없음)
어느 여름 방학 시기.
나 역시 그 나이에 걸맞은 개구쟁이였기 때문에,
친구들 몇몇과 함께 헷코만을 놀리러 가지 않겠냐는 말을 꺼냈다.
친구들도 분위기를 타며 재밌어했기 때문에
막 여름방학이 시작됐다는 고양감도 더해져
헷코만의 집으로 담력시험을 하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당일, 나를 포함 3명(임시로 A,B)이 모였다.
A는 공기총과 나무칼을 갖고 온 상태였다.
A왈 「헷코만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만약을 위해서라고!」
시각은 대낮. 아직 해가 높은 위치에 있어서
심령스러운 공포감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헷코만의 집에 다다르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쇼와가 시작된 무렵에 지어졌다는 그 집은,
리폼도 하지 않은 채 2층 지붕이 일부 노후화되어 무너져있었고
방도 비가 새는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원래부터 기가 약한 편이라 별로 내키지 않아 하던 B가
「그만 돌아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라며 발 빠르게 죽는소리를 했다.
그런 B를 제쳐둔 나와 A는,
B를 겁쟁이 취급하며 현관으로 들어갔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안은 몹시도 넓었으며
물건이 난잡하게 널려있었고 습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현관의 정면 우측에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지만
짐이 여러 개 겹겹이 쌓여있어서 위로 올라가지는 못했다.
어쩔 수 없이 1층을 돌아보기로 한 우리는 안쪽으로 향했다.
발을 놓을 공간도 없어 보이는 복잡한 복도를 지나자
불단을 모시는 방(仏間) 같은 곳이 보였다.
그런데 불단이 있어야 할 곳엔 마치 초등학생이 찰흙으로 만든 것 같은
커다랗고 기분 나쁘게 생긴 감실(神棚) 같은 간이 신전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감실 앞에 헷코만이 정좌하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 기색이 전혀 없는 집 안에서
갑자기 헷코만이 나타나자, 「우왁!」 하고 비명을 질러버렸다.
그러나 헷코만은 일반적인 기도 자세와는 조금 다른,
위화감이 느껴지는 기도 자세로(손바닥이 아닌 손등을 마주쳐 기도하는 자세)
계속 감실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감실을 잘 보니,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미라처럼 생긴
원숭이의 머리같은 것이 공물로 올려져 있었다.
슬슬 도망칠까 생각한 그 순간, A가 공기총으로 헷코만을 쐈다.
총알이 헷코만의 뒤통수를 따악 가격했고,
우리를 등지고 기도하고 있던 헷코만이 천천히, 천천히 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으며
「히악-」 하는 말이 되지 못한 작은 비명이 목에서 샜다.
헷코만의 양쪽 눈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쪽을 보며 씨익 웃더니
마치 개처럼 네발로 바닥을 기는 자세를 취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 너다.」
다리가 나무토막처럼 굳어버린 나와 B는
A에게 반쯤 끌려가다시피 하며 겨우 도망쳤다.
그 후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간 우리는,
꼴이 말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각자의 부모에게 한바탕 혼이 났다.
우리는 일의 전말을 몽땅 털어놨다.
헷코만의 눈이 없었다는 것도, 코웃음 칠 거라 생각했지만 빠짐없이 얘기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의 얼굴색이 단번에 바뀌었다.
「눈은 정말로 보이지 않은 거지?」
내 부모님이 물었고, 나와 B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은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음에 이어지는 A의 말에 또다시 얼굴이 흐려졌다.
A가 말했다.
「사람의 눈을 가진 개를 봤어.」
A의 어머니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고, 나와 B는 A의 아버지에게 얻어맞았다.
그 후 A의 집에 스님이 찾아왔고 나와 B와 가족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뭐가 뭔지 알지 못한 채 아버지에게 물어봤지만,
아버지는 그저 「그만 가자.」는 말 뿐이었고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 소동이 있고 1주일 정도 지난 후, 헷코만이 죽었다.
먼 친척이 간단히 직장(直葬)만 했다고 한다.
※직장: 별도의 식 없이 직접 화장장으로 옮겨가 화장하는 것
그로부터 A네 일가는 이사를 가버렸고, 그 이후 소식이 끊겼다.
그 사건 후 B네 와도 소원해져서 이 이야기는 입에 올리지 않게 됐다.
나는 올해로 20살이 된다.
저번달에 오랜만에 본가로 내려갔다.
이 사건은 가족 내에서 금기시되어 있어서 좀처럼 말할 기회가 없다가,
아버지에게 이제야 겨우 그 일을 물어볼 수 있었다.
A 일가는 어떻게 된 건지, 헷코만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아버지는 「이제 20살이 됐으니 너도 알 권리가 있구나.」 하며 가르쳐줬다.
내가 살던 지역은 시코쿠에서도
오래전부터 이누가미 신앙(犬神信仰)이 왕성했던 지역이었다.
이누가미란 요약하면 개의 원념을 제를 지내 모심으로서 신격화하여,
집안에 번영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 들은 이누가미를 만드는 법이 너무나도 잔인했기에
그것은 그냥 생략하도록 하겠다.
헷코만은 그런 이누가미 신앙을 받들던 일가의 자손이라고 한다.
이누가미는 마땅히 해야 하는 제를 지내며 모시는 동안에는
일가에 번영을 가져오지만 그것이 중간에 끊겼을 때,
지금까지의 번영을 뒤집듯이 해를 받는다고 한다.
요컨대 참혹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원한이
그대로 자손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헷코만은 이누가미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
무슨 짓을 하든 큰일이 되지도 않고 경찰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이 지역에 이누가미의 원한에 대한 두려움이
현재까지도 뿌리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잘 생각해 보면 당시의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들은
헷코만에게 관여하지 말라며 항상 강하게 주의를 주고 다녔다.
다들 가능한 관여되지 않도록 힘쓰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A가 본 것은,
헷코만의 뒤에 있던 검은 개였다고 한다.
개의 눈알이 사람의 눈처럼 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도록도록 굴리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눈을 보게 돼버리면 그걸로 끝이라고 한다.
A의 집에 간 스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스님 자신이 중병에 걸리게 되어 지금도 자리보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A는 그것을 향해 공기총을 쐈다.
A는 가족과 함께 시코쿠를 떠난 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것 같다.
거기서 얼마 후 분사(憤死) 해버렸다고 한다.
그 후로 금방 그 뒤를 따르듯 A의 양 부모도 동반자살을 했다.
A의 병실에는 검은 개의 장식물이 있었고,
부모의 집에도 개 형상의 인형과 장식물이 산처럼 쌓여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A군에게 감사해라. 전부 가져가줬으니까.」 라고 말했다.
공기총을 쏨으로써 이누가미의 표적이 A가 됐기 때문에
나와 B가 무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A의 십자가를 평생 지고 살아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왜 헷코만인가에 대해.
헷코만은 생전에 몇 번이나 이누가미를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그때 실패한 개가 배를 뒤집고 있었기에(시코쿠의 방언으로 엉뚱한 방향을 의미함)
거기서 따온 말장난스러운 별명이라고 한다.
(자세한 건 이누가미를 만드는 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필터링 들어갔다)
'■Today번역괴담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괴담] 악몽의 소리 (0) | 2023.09.15 |
---|---|
[단편괴담] 산에 있는 물건을 갖고 가서는 안 돼 (1) | 2023.09.09 |
[단편괴담] 노자기 씨 (0) | 2023.08.07 |
[단편괴담] 빠지지 않는 이유 (0) | 2023.08.03 |
[단편괴담] 비가 쏟아지던 날 (1) | 2023.07.19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단편괴담] 악몽의 소리
[단편괴담] 악몽의 소리
2023.09.15 -
[단편괴담] 산에 있는 물건을 갖고 가서는 안 돼
[단편괴담] 산에 있는 물건을 갖고 가서는 안 돼
2023.09.09 -
[단편괴담] 노자기 씨
[단편괴담] 노자기 씨
2023.08.07 -
[단편괴담] 빠지지 않는 이유
[단편괴담] 빠지지 않는 이유
202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