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노자기 씨
번역: NENA(네나)
원제: ノザキさん
간호사인 숙모에게 들은 얘기.
숙모가 아직 간호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가장 힘들었던 것이 야근일이었다고 한다.
밤중에 정시에도 순찰을 해야 한다던가
상태가 급변한 환자 대응 등 상당히 일이 많다는데.
몸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잠들기도 힘들고
밤의 병원은 아직 신입 간호사였던 숙모에게 조금 섬뜩한 느낌도 있었다.
평소처럼 병실을 하나하나 돌아보다가 3층 병실로 접어들었을 때,
한 명의 환자가 상반신을 일으키고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80이 넘은 할아버지 환자였다.
숙모가 말을 걸자 할아버지는
「오늘은 노자기 씨가 밤에 순찰하지 않는구먼?」 하며
싱글싱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숙모는 또로군, 하며 할아버지를 눕히고 잠을 재웠다.
올해 이 병동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부터,
"노자기 씨"라는 간호사의 이름이 이따끔씩 환자의 입에 올라왔다.
공통적인 것은 어쨌든간 평판이 좋다.
환자에게 당신보다 노자기 씨가 더 좋은데, 라는 말까지 들으니
살짝 짜증이 올라오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다만 석연치 않은 것이, 적어도 숙모의 기억에는
"노자기"라는 이름의 선배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신입이기도 했고,
아직 만나지 못한 선배도 있었기 때문에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
너스 스테이션으로 돌아온 숙모는
잡담 겸 별생각 없이 "노자기 씨"에 대해 선배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선배 간호사가 서류를 정리하며 귀찮다는 듯 답했다.
「아아, 노자기 씨 말이지. 전에 여기서 근무했었는데, 작년에 죽었어.
자살. 여러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숙모는 속 깊은 곳에서 소름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뭔가의 착각이 맞기를 기도하며
방금 할아버지와의 대화에 대해 얘기해 봤더니,
「자주 있는 일이야.」
선배 간호사는 표정 변화도 없이 쌀쌀맞게 말했다.
그 후로도 할아버지 뿐만이 아니라 젊은 남성 환자나
어린아이 환자의 입에서도 "노자기 씨"의 이름을 가끔씩 듣게 됐다.
처음엔 환자들에게 "노자기 씨"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아서
일을 관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습관이란 무서운 것.
점점 일이 익숙해짐에 따라 겁쟁이였던 숙모도
소소한 심령스러운 일 정도로는 아무런 느낌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갔다.
가끔 "노자기 씨"의 얘길 환자들에게서 들어도
아아 또 나왔군, 하는 정도의 태도로 받아넘길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거기다 왜인지 "노자기 씨"는 환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았다.
설령 귀신일지라도 선배인 데다,
지금까지도 환자를 돌봐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요즘엔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들으며 유령도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 내게, 숙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만 말이야, 노자기 씨와 만난 환자들은 모두... 2, 3일 사이에 죽게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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