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마지막 유언
번역: NENA(네나)
원제: 遺言ビデオ
505 :1/4:2010/06/24(木) 14:54:37 ID:2baYGPaj0
회사 동료가 죽었다.
프리 클라이밍이 취미인 K라는 녀석인데
나랑 아주 사이가 좋았고 가족끼리도(내쪽은 독신이지만) 자주 어울렸다.
K의 프리 클라이밍 의욕은 꽤나 본격적이어서
쉬는 날만 생기면 어디 산, 어디 절벽으로 항상 나가곤 했다.
죽기 반년쯤 전이었는데,
갑자기 K가 내게 부탁이 있다는 얘길 했다.
「내가 만약 죽을 때를 위해 동영상을 찍어줬으면 해.」
취미가 취미이니 언제 갑자기 사고를 당할지 모르니까
미리 동영상 메시지를 찍어둬서 만에 하나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위험하다면 가족도 있으니까 그만두라고 했지만
클라이밍을 그만두는 것만은 절대로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K는 딱 잘라 말했다.
너무나 K답다고 생각한 나는 촬영을 수락했다.
K의 집에서 촬영하면 들킬게 뻔하니 우리 집에서 찍게 됐다.
하얀 벽을 배경으로 소파에 앉은 K가 말을 시작했다.
「으음─ K입니다. 이 동영상을 본다는 건 내가 죽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부인의 이름), XX(딸의 이름),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나의 제멋대로인 취미로 인해 모두에게 민폐를 끼쳐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나를 키워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친구 모두들.
내가 죽어 슬퍼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부디 슬퍼하지 말아줘.
나는 천국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까.
모두와 만날 수 없다는 건 유감이지만, 천국에서 지켜볼게.
XX(딸의 이름), 아빠는 쭉 하늘 위에서 지켜볼 거야.
그러니 울지 말고 웃으며 지내도록 해. 그럼 모두 안녕.」
물론 그걸 찍을 때 K는 살아있었지만
그 후로 반년 후, 정말로 K는 죽고 말았다.
클라이밍 중 실족에 의한 사고사로, 클라이밍 동료에 의하면
평소 만약 떨어질 경우에도 괜찮도록 밑에 안전매트를 깔고 오르는데
이날은 그 낙하 예상지점에서 크게 벗어나 떨어졌기 때문에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밤새 이뤄진 영결식은 비장했다.
울부짖는 K의 부인과 딸.
나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설마 그 K가.
일주일이 지났을 때, 난 예의 그 동영상을 K의 가족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을 되찾은 K의 가족은
내가 K의 메시지 동영상을 갖고 있다고 했더니 부디 보여달라며 찾아왔다.
마침 7일재의 법회가 있으니 친족들 앞에서 보여주기로 했다.
내가 동영상을 꺼낸 시점에 이미 울기 시작한 친족들.
「이것도 공양이 될 테니 부디 봐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동영상을 세팅하고 재생했다.
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새카만 화면이 10초 정도 지속됐다.
어라? 잘못 촬영됐나? 라는 생각을 한 순간,
새카만 화면 속으로 갑자기 K의 모습이 떠오르며 말하기 시작했다.
'어라, 내 방에서 촬영했을 텐데 이렇게 어두웠던가?'
「으음─ K입니다. 이 동영상을.... 다는 건 내가 ...다는.... 겠군요.
○○(부인의 이름), XX(딸의 이름), 지금까지.... 고마웠....」
K가 말하는 소리에 섞여 아까부터 계속
무언가 다른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지─── 하는 잡음이 심해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힘들었다.
「나를 키워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친구 모두들.
내가 죽어 슬퍼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부디 슬퍼하지 말아줘.
나 는 치지직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
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 XX(딸의 이름), 아빠는, 죽고치지지지지치직지지지
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죽고싶지않아! 죽고치지지지지지지지싶지않아아아아아
치지직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
등줄기가 얼어붙었다.
마지막 부분은 잡음 때문에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K의 대사가 분명하게 촬영 시와 전혀 다른,
단말마의 비명과 같은 말로 바뀌었고
마지막으로 K가 말을 마쳤을 때 어두운 곳 끝부분에서
무언가가 K의 팔을 붙잡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 확실하게 보였다.
이것을 본 친족들은 울부짖었고
K의 부인은 대체 뭘 보여준 거냐며 따져들었다.
K의 부친이 내게 주먹을 휘두른 건 당연했다.
부인의 남동생이 나서서 K형은 장난으로 이런 걸 찍을 사람이 아니라며
달래준 덕분에 상황을 일단 진정시킬 수 있었고,
난 무릎을 꿇고 즉시 동영상을 처분하겠다고 모두에게 사죄했다.
다음날, 동영상 DVD를 근처 절에 갖고 갔더니
처분을 부탁하기도 전에 주지가 DVD가 들은 봉투를 보자마자
「아, 이건 우리 집에서는 무리네요.」 라고 했다.
대신에 정화를 전문으로 한다는 장소를 알려주었고
그곳으로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도
「터무니없는 것을 들고 오셨군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곳의 신주(영매사?)에 의하면,
K는 동영상을 찍은 시점에 완전히 지옥으로 끌려들어 갔으며
어떻게 반년이나 더 살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본래라면 그 직후 사고로 죽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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