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캠프 4 (끝)
번역: NENA(네나)
친구가 말하길, 캠프에서 돌아오고 며칠 후.
C와 D의 모습을 보니 뒤에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보인다거나
C, D와 같이 있으면 중얼중얼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난다거나 하는
괴이 현상이 이어졌기에
아무래도 원인을 만든 것이 C와 D였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해.
특히 그 직감에 확신을 준 것이
얘기를 듣고 2주 정도 후부터는 C와 D가 C의 방에 함께 머물게 됐으며
(부모가 부자라서 꽤 좋은 맨션에 살고 있었다)
돈 인출이나 밥을 사러 1층 편의점에 들를 때 빼고는
거의 밖으로 외출을 하지 않았대.
때문에 친구는 「역시 원인을 만든 게 이 2명이었군」 이라고
묘하게 납득했다고.
친구는 그 이상으로는 자세히 모른다는 듯
그 이후 2명과는 만난 적이 없다고 했어.
아니 그냥 전화를 해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직접 만나려고도 하지 않는 데다
틀어박힌 사정도 전혀 얘기해주지 않아서
지금 어쩌고 있는지조차 모른대.
그 얘기를 들은 후 저녁쯤 B에게서 전화가 왔어.
B가 말하길 C와 D가 캠프에서 있었던 일을 입맛대로 꾸며서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기 때문에
B와 우리가 심령현상을 겪은 건 둘째치고
겁쟁이에 수준 이하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기 때문에
오해를 풀지 않고 방치하면 위험하다는 거야.
A에게도 연락을 취해서 어떻게든 오해를 풀 방법이 없을지 의논했지만
결국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1명 1명 찾아다니며 오해를 풀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어.
그 이후 실은 어느 사건을 계기로
오해는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는데 일단 그건 생략할게.
대략적으로 적어본다면 C와 D가 강의 교수에게 울면서 왔는데,
그때 얘기한 내용이 지금까지 자기네들의 『무용담(ㅋ)』과 달랐기 때문에
그것을 계기로 2명의 거짓말이 들통났다고 하더라.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진 C, D도
우리가 제령했던 신사로 데리고 갈 생각이었는데 말야.
그렇게나 무서운 경험을 하고서도 그런 선동질이라니
아무리 우리라도 그럴 마음이 전혀 나지 않더라고.
결국 나랑 A, B는 서로 의논한 끝에
유학생 2명을 그대로 방치하기로 했어.
개강하고 2주 정도가 지나자
그제야 겨우 C와 D가 대학에 모습을 드러냈어.
우리는 더 이상 그 둘과 관련되고픈 마음이 없었기에 2명을 무시했는데
A와 B가 학식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C랑 D가 나타나서는 또 뜨집을 잡았다는 거야.
나는 그때 다른 친구와 대학 밖에서 밥을 먹고 있어서 화를 면했어.
아래는 그 둘의 얘기.
A와 B가 다른 친구 몇과 밥을 먹고 있는데
C, D가 같은 유학생 동료들 몇 명과
둘과 사이가 좋은 일본인 몇을 데리고 2명이 있는 곳을 찾아왔대.
그리고 「너희 때문에 심한 일을 당했다」면서 큰 소리로 소란을 피웠대.
유학생 2명의 얘길 요약해보자면,
밤중에 창문 밖에서 쾅쾅하며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역 홈에서 전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무언가 들이받아
홈으로 떨어질 뻔했다던가
창백한 얼굴의 그 무리들이 뒤를 따라다닌다던가
뭐 꽤나 여러 일을 겪었다나.
거기다 최근에는 그 빈도가 늘어나고 있어서
밖에 나갈 마음이 거의 나지 않는대.
한바탕 말싸움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C가 B의 멱살을 잡고는
「니 때문이다, 니가 원인이야!」 라며 몸싸움까지 벌였대.
그걸 본 A와 친구들이 C를 붙잡아 누르며 말렸는데
얼마간 소리치던 C와 A를 뿌리치려는 D가
갑자기 창문 밖을 응시하며 움직이지 않게 된 거야.
그리고 잠시 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절규와 함께 그대로 도망쳐버렸대.
C와 D는 꼭 무언가를 본 듯했지만,
A, B와 그 친구들, 그리고 C와 D의 동료들에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그저 C와 D가 도망간 쪽을 망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
C와 D의 동료들은 2명이 도망가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되돌아갔고.
나는 A, B에게 그 얘기를 듣고서
여름 방학 일도 있었기에 무섭긴 했지만
뭐 지들 자업자득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어.
참고로 C를 떼어내 누르고 있던 A에 의하면
희미하게 C에게서 그 비린내랄까 썩은 내랄까,
여튼 그때의 『그 냄새』가 났었다고 해.
분명 또 어딘가에서 묻혀온 게 아닐까 의심하더라고.
C, D는 몇몇 강의 겹쳤기에 그 후에도
몇 번쯤 서로 얼굴을 마주쳤지만 서로 대화하는 일은 없었고
학식에서도 일전처럼 직접적으로 트집 잡는 일은 없었지만
둘은 우리와 마주칠 때마다 우리 쪽을 늘 노려봤어.
그런 애매한 대치가 이어지던 어느 날.
드디어 사건이 일어났지.
무슨 일인지 2명이 실종된 채 5일 정도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던 거야.
그 이후 또 3일 정도가 지난 후,
둘은 어느 민가 정원에서 진흙투성이로 덜덜 떠는 꼴로
경찰에 발견되어 보호됐다고 해.
(진흙투성이라고 들었는데 우리는 아마 그 액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참고로 실종 전에 어떠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어.
그게 뭐냐면 2명이 실종되기 전날,
우리가 대학에서 돌아가고 있을 때 C와 D를 발견했거든.
근데 그 둘의 뒤를 10명 정도 되는 어느 집단 같은 것이
따라가고 있는 걸 봤어.
슬쩍 그 뒷모습을 주시하니까
그 집단 중 1명이 이쪽을 휙 돌아봤어.
그리고 그때.
나와 A, B는 경직될 수밖에 없었어.
겉모습은 평범한 회사원 풍이었지만
놈의 얼굴에 달린 눈이,
우리가 여름방학 때 봤던 『그 눈』이었던 거야.
순간적이긴 했지만 그것만큼은 틀림없어.
밖이 꽤 밝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봤고
정말 엄청나게 기분이 나빴어.
C와 D가 어째서 며칠 동안 실종됐었는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우리도 몰라.
그 사건 이후 둘은 얼마간 입원했고
부모가 둘을 데리러 귀국했으며 그대로 대학을 자퇴하고 사라졌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그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어찌 됐든 멀쩡히 끝나진 않을 거야.
마지막으로 이건 사견이지만,
일련의 사건에는 반드시 비린내랄까 그 썩은 냄새가 나는
검은 액체가 관련되어 있어.
어쩌면 그 액체가 『기분 나쁜 눈 집단』이 표적을 추적하는
목표가 되어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꽤 길어지긴 했는데 이걸로 내 체험은 모두 끝이야.
제령 이후 우리들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
같이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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