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캠프 2
번역: NENA(네나)
밖의 상태를 본 우리는
그곳에서 말문이 막힌 채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어.
옆 텐트의 2명이 뭔가에 끌려 나온 듯한 모양새로
지면에 머리를 감싸쥐고 웅크려서는 자기네 나라 말로 뭔가를 부르짖고 있던 거야.
이상한 것은 그 주변으로 2명의 주위에는
낡은 옷을 입은 창백한 얼굴의 사람들이 수십 명쯤 몰려있었는데,
무언으로 유학생 2명의 몸에 뭔가 시커먼 것을 칠하고 있었어.
그 낡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얼마 동안 그 행위를 계속하더니
갑자기 그것을 멈추고는 일제히 우리 쪽을 돌아봤어.
그 이후는 기억 나지 않아.
정신이 들었을 때는 아침이었고 나와 A, B는
우리 쪽 텐트에 기댄 듯한 모양새로 정신을 잃고 있었어.
정신을 잃기 전, C와 D에게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분명 봤을 텐데도
우리 셋은 어떤 얼굴을 했었는지 전혀 떠올리지 못했어.
유학생 2명은 살아있었지만 상태는 좋지 못했지.
몸 전체가 검은 액체를 뒤집어쓴 듯 새카맸는데
뒤집어썼던 검은 것은 이미 말라있었지만
엄청난 비린내 같은 악취에 도무지 가까이 가기가 힘들었어.
어찌저찌 둘에게 강에 몸을 씻으라고 했더니
덜덜 떨리는 몸으로 울면서 몸과 옷을 씻었어.
우리는 그 사이에 텐트를 정리하고
2명에게 「돌은 어떻게 했어?」 라고 물으니
C가 자신의 배낭을 가리켰기에 안을 보니까 타올에 감싸인 돌이 들어있었어.
B가 이것을 되돌려주고 사죄하러 가자고 했는데
그들의 반응은 정말이지 심했어.
D 「갈 거면 너희끼리 가.」
C 「너희들이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너희 탓이야!」
A 「웃기지 마! 너네가 B의 말을 무시하고 돌을 가져왔으니까 이런 일이 생긴 거잖아!」
나 「맞아. 너희가 원인이니까 돌을 돌려주고 사죄하는 게 당연해.」
C와 D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돌을 되돌리러 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고,
얼굴까지 시뻘게진 채 격노하며 우리에게 몸싸움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계속 '너네 탓이다' 라고 소리만 질러댔어.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B가
「됐어. C랑 D 너네는 맘대로 해. 우리끼리 되돌리러 갈 테니까.」
라며 질린 듯 말했고 혼자서 돌을 들고 강의 상류로 향했기 때문에
나와 A는 할 수 없이 말싸움을 그만두고 B의 뒤를 쫓아야 했어.
C와 D는 그 사이에 자기들 짐을 싸고 되돌아갔다나.
B를 얼마쯤 따라갔을까, 말처럼 동굴이 있었어.
확실히 B의 말대로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여기만 공기가 다르다고 할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어쨌든 묘한 기운이 도는 동굴이었어.
우리는 어젯밤의 일도 있었기에 무서웠지만 이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 돌을 사당에 되돌려놨어.
사당 근처에는 찢긴 부적이 떨어져 있었기에
이걸로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갖고 온 테이프로 부적을 가능한 한 원형으로 맞춘 뒤 원래 있던 사당 문에 붙이고
셋이서 손을 모아 사죄한 뒤 그대로 귀로에 올랐어.
후일담.
일단 우리는 직접적으로 아무 일도 없었어.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어 대학에 갔을 때
유학생 2명이 B에게 「네 탓이다!」 라며 싸움을 걸었던 일과
그 외 여러가지 간접적인 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건 또 다른 기회에 쓰도록 할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학생 2명은 최종적으로 학교를 자퇴하고 귀국했어.
그 이후 2명이 어떻게 됐는지는 몰라.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라는 것.
그리고 결국 사당과 그 안의 돌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는 것.
참고로 "직접적으로 아무일도 없었다" "간접적으로 여러가지가 있었다" 라는 건
실질적인 해가 없었던 것뿐이고 나와 A, B에게도 이후 괴이현상? 이라고 해야하나,
그 비슷한 무서운 체험이 있긴 했어.
유학생 2명에 관해선 이것저것 간접적으로 소문 정도는 듣긴 했는데,
이것도 꽤나 길어질 것 같으니 나중으로 미룰게.
.
.
캠프에서 귀환하고 몇 주 동안은 특별히 아무 일도 없었어.
평범하게 과제를 하며 레포트를 쓰거나 알바를 하거나 놀러 다니거나
평온한 나날이 이어졌지.
사건으로부터 1개월 정도가 지나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헷갈릴 수 있으니 먼저 설명해두자면
나는 학생 전용 아파트에 살고 있고 A랑 B도 같은 아파트 주민)
정오가 지나고 A와 B가 내 방에 놀러 와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면서 뒹굴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래층 주민(이하 주민)이 내 방을 찾아왔어.
문을 여니,
주민 「뭘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시끄러워.」
나 「그렇게 크게 소란 피울 생각은 없었는데,
게임 소리가 많이 시끄러웠어? 아니면 목소리가 많이 컸나?」
주민 「아니, 그게 아니고. 아까부터 너희 방에서
여러 사람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계속 들렸단 말야. 뭘 하는 거야?」
나 「딱히 돌아다니거나 뛰어다니진 않았는데... 계속 게임하느라 앉아있었고...
뭐, 신경 쓰게 했다면 미안. 조용히 할게.」
그걸로 아래층 주민은 돌아가긴 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
그래도 일단 A와 B에게 "밑에서 민원이 들어오니까 조금 조용히 하자"라는 말은 해뒀지.
그렇게 30분 정도 지났을까, 또다시 방의 차임벨이 울렸어.
나가보니 또 아래층 주민이었고 이번엔 상당히 화가 나있었어.
주민 「너네들 적당히 해. 계속 뛰어다니고 시끌시끌 대화소리 때문에 짜증난단 말이야.
나 레포트 정리해야 되는데 집중이 하나도 안 된다고.」
창문도 닫아둔 데다 꽤나 조용히 있었는데도 그런 말을 들으니
뭔가 석연찮았지만 괜히 이런 일로 옥신각신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렇게 말하고 돌려보냈어.
나 「이것 참, 미안해. 주의한다고 했는데. 뭐 됐어.
우리들 이제부터 그만 나가도록 할 테니까, 그러면 이제 문제없겠지?」
애초에 이 아파트는 신축이라 그렇게 방음이 안될 리도 없고
맨 처음 주의받은 이후로는 꽤나 조용히 있었기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A와 B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다 같이 외출하기로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여태껏 꽤 소란스럽게 놀아도 어디서 불만이 들어온 적이 없었는데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어야 했는지도 몰라.
시간은 오후 2시경.
게임센터 같은데라도 가서 시간을 죽이기로 한 우리는 아파트를 나왔어.
이후 게임방에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하며 적당히 시간을 보낸 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지.
그런데 이번엔 아파트 관리회사에서 내 폰으로 전화를 한 거야.
관리 「○○를 관리하는 ○부동산입니다. ○○○호실의 ○○(나) 맞습니까?」
나 「맞는데 무슨 일이죠?」
관리 「실은 당신 방이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와서요, 방문했는데 부재중인 것 같아 전화드렸습니다.」
나 「아아, 그래서 아까 낮부터는 나와있습니다만, 앞으로 주의할게요.」
또인가... 라는 생각에 내가 질려하며 대답했는데,
오히려 부동산 쪽에서 이상한 말을 꺼냈어.
관리 「낮부터라면 몇 시쯤부터죠?」
나 「아마 2시나 2시 반쯤부터였던 것 같은데.」
관리 「그건 틀림없습니까? 주의시켜 달라며 민원 전화가 왔던 것이 6시가 지날 무렵이었는데...」
지금 시간은 오후 8시경.
그 후로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이상했어.
A, B에게 사정을 말하고 부동산 쪽에 지금 돌아가겠다고 앞에서 만나자고 했지.
아파트에 도착하니 부동산 관리인(30세 정도의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고
민원 전화를 했던 것은 역시나 아래층 주민이었기에 일단 그쪽으로 먼저 가보기로 했어.
방에서 나온 아래층 주민은 역시나 상당히 짜증 난 얼굴이었는데 말에 의하면
그 이후로 얼마간은 조용했으나 5시가 지날 무렵부터 다시 시끄러워져서
주의를 주러 갔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기에 관리회사에 전화를 했다는 거야.
내가 그때는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었다고 말하니 처음엔 의심하는 눈초리였지만
나가서 샀던 물건과 먹었던 영수증의 시각을 확인해주니 그제야 납득이 된 듯 보였어.
관리 「저... 혹시 빈집털이인 것은?」
주민 「아까까지도 시끄러웠으니까 아직 있을지도.」
A 「진짜냐고... ○○(나) 너 열쇠 제대로 잠갔어?」
나 「제대로 잠가뒀는데, 너도 봤잖아. 아니 그전에 내 방에 들어와도 훔칠게 암것도 없거든ㅋ」
B 「일단 방으로 가서 확인해보면 확실하지 않을까?」
나와 A, B 그리고 부동산 관리인과 아래층 주민은
다 같이 내 방으로 가보기로 했어.
내 방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문은 확실히 잠겨있었어.
빈집털이가 잠겄을 가능성도 없진 않았으므로 내가 문을 열고 안의 상태를 봤지만
현관에서 본 범위로는 이상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
전원 내 방으로 들어와 방과 화장실 안 등을 조사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음.
나가기 전에 마셨던 쥬스가 담긴 페트병도 그대로였고
사람이 들어온 흔적은 전혀 없이 깨끗.
아래층 주민은 뭔가 미심쩍은 얼굴을 했지만
사람이 있던 흔적이 전혀 없던 것이 현실이었기에
어딘가 다른 방의 소리를 내 방 소리로 착각한 건 아닌지 하는 얘길 했는데
바로 그때.
현관 옆 화장실 쪽에서
....즈즈즈즈즈....
....끼긱.... 끼긱....
하며 이상한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어.
나 「뭐지? 화장실 쪽인 것 같지?」
B 「아까 봤을 땐 암것도 없었는데....」
관리 「뭔가 이상한 냄새나지 않아요?」
일단 안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연 순간,
이상할 만큼의 비린내랄까 뭔가 썩는 냄새에 가까운 악취가 강하게 느껴졌어.
코를 막고 안을 살펴보니 욕조 배수구에서 검은 액체가 꿀렁꿀렁 솟아오르고 있는 거야.
냄새의 원인은 그것인 것 같았고 배수구 안에서 끼긱... 끼긱... 하며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어.
너무 심한 악취에 얼굴을 찡그리며 창문이란 창문을 모조리 열고
환기팬을 돌리다가 나는 문득 깨닫고 말았어.
이 냄새는... 캠프장에서 C, D에게 묻었던 검은 액체와 똑같았던 거야!
나 「A, B 잠깐... 이 냄새는....」
A 「아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B 「...우연이겠지...?」
우리가 소곤소곤 그런 얘길하고 있자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은 관리인이
「소음의 원인은 이거일수도 있겠네요.
내일 업자를 부를 테니 ○○(나) 씨는 이쪽 호텔에서 하루 묵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래서야 이곳에 있는 것은 무리인 것 같으니까요.」
본래라면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 테지만
나는 악취와 동시에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났기 때문에
지금부터 하룻밤을 혼자서 보낼 용기가 전혀 나지 않았어.
관리인에겐 '오늘은 A나 B의 방에서 묵을 거니까 그건 됐다' 라고 말한 뒤
허둥지둥 모두를 방에서 내보내고는 문을 잠갔어.
도저히 그 방에 그대로 있다간 냄새도 냄새지만 그 이상으로...
『그놈들』 이 올 것만 같아서 너무 무서웠기에.
아래층 주민은 배수관이 막혀선지 뭔지로 이상한 소리가 났던 거라고 납득하며
내게 "오해해서 미안하다"하며 가볍게 사과하고는 돌아갔어.
관리인도 내일 예정을 가볍게 설명하니 그대로 돌아갔지만
남겨진 우리는 아마 새파란 얼굴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나 「단순히 배수관이 막혀서겠지? 그거랑은 관계없는 거지?」
A 「우린 관계없잖아... 돌을 갖고 왔던 건 C랑 D였고.」
B 「...우연이겠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어쨌든 3명 모두 '우연이다' 라는 결론으로 끝이 났지만
냄새가 틀림없는 그때의 그것인 데다 이상한 소리도 신경 쓰였어.
모두 혼자서 밤을 보내기엔 겁에 질려있었기에
그날 밤은 B의 방에서 셋이서 함께 보내게 됐지.
그렇게 B의 방에서 아침까지 깨어있을 생각이었지만
뭔가 묘하게 셋 모두 졸음이 밀려왔기에 1시간 정도 지난 후 잠에 들었어.
━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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