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일가참살 폐가 2 (끝)
번역: NENA(네나)
현관을 앞에 두고 서자
마치 누군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당 근처일까....
나는 안 좋은 생각을 떨치며 폐옥 안으로 들어와
두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A도 B도 보이지 않는 상태.
화장실과 욕실, 다다미 방에도 없다.
폐옥 안에는 이상할 정도로 날파리가 많다.
나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았다.
삐익, 삐익하며 나무가 썩은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윽고 도착한 2층.
2층 방은 창고처럼 되어있었다.
그곳에서 B는 속편하게도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당장 달려가 그를 흔들었다.
B는 천장을 향해 거품을 물고 흰자를 까뒤집고 있었다.
조금 비만체질인 B를 나는 몇 번이나 흔들었다.
얼마 후, B가 눈을 떴다.
「이봐! 물 사 왔어! 이걸 마셔!」
나는 사무용 가방 속에서 천연수를 꺼내 B에게 건넸다.
B는 켁켁 거리며 다다미 바닥에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까 포차에서 먹었던 것들이 B의 입 속에서 나왔다.... 그래야만 했는데......
벌레다.
대량의 벌레가 B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곤충, 바퀴벌레 무언가의 유충 등등.
갖가지 기분 나쁜 벌레들이 B의 체내에서 지면으로 분출되었다.
벌레들은 토사물 속에서 바닥을 기어 다녔다.
갑자기
무언가 괴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의 원인은 굴러다니던 낡은 라디오.
모래바람 같은 소리와 그것에 뒤섞여
무언가 비명 같은 인간의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B의 상태와 라디오 소리로 패닉에 빠져
그대로 1층으로 내려가버렸다.
A의 모습이 보였다.
A는 껄껄 소리 높여 웃고 있었다.
A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히죽거렸다. 마치 대화라도 하듯이.
잘은 모르겠지만 A왈,
당신 예쁘게 생겼는데, 아~ 부인이구나. 아, 이곳의?
…와 같은 의미 불명한 것을 아무도 없는 공간을 향해 내뱉고 있었다.
나는 굉장히 무서워졌다.
그리고 엉겁결에 폐옥을 뛰쳐나가 A의 차를 타고 도망쳤다.
무언가 차에 타고 있는 내 뒤를 따라붙는 것 같은 감각에 소름이 돋았다.
A와 B 두 사람을 남겨둔 채
나는 집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차는 맨션 근처에 있는 코인 주차장에 들어서야 겨우 멈췄다.
그렇게 집으로 되돌아온 나는 이불을 둘둘 말고 몸을 떨었다.
마치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뒤를 쫓아온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움직일 수 없었다.
새벽이 밝아오자 쾅쾅, 쾅쾅하며 집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날 밤, 나는 한 숨도 자지 못했다.
아침이 돼서야 현관으로 나가보니
문 입구 앞이 온통 흙투성이의 흔적으로 난리 었다.
그리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대량의 벌레 사체들.
나는 A와 B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시도했다.
A는 받지 않았지만 B는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침에 눈을 뜨니
모르는 곳의 쓰레기장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나.
까마귀에게 쪼여 눈을 떴는데
몸에 대량의 곤충이 들러붙어있어서 급하게 샤워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탄식했다.
그는 어제의 일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듯했다.
그 폐옥에서 대량의 벌레를 토했던 것도....
아니 애초에 T집에 갔던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토요일에 몇 번이나 A에게 연락했지만
A는 응답하지 않았다.
나는 A에게 차를 되돌려줘야만 했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고민이 됐다.
월요일.
회사 업무시간이 시작되어도 A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아무도 연락받은 사람이 없다.
나는 A의 본가로 찾아가 차를 돌려줬다.
그런데 차의 트렁크가 흙투성이로 지저분했고,
뭔가 성인의 인간과 아이가 몰래 들어와 있던 것 같은 흔적이 찍혀있었다.
즉, 흙투성이의 인간 둘 정도가 트렁크게 들어있었다는 말이 된다.....
A의 부모는 A의 품행불량이 성인이 되어도 낫지 않았다며 한탄했다.
A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도 여러 일을 저지르고 다녔고
본가에까지 연락이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 같다.
나 역시도 A의 술친구로
이 나이가 되도록 나쁜 장난과 민폐 행위를 하고 다녔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인간이 되겠다 결심했다.
그 이후로 결국,
A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A를 찾은 것은 2년 후의 일이다.
못 속에서 뼈만 남아 발견되었다.
경찰이 검증한 결과, 사건성은 없었고
본인이 술에 취해 뛰어든 것으로 결론이 났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A의 백골사체에는
대량의 벌레가 잔뜩 들러붙어 있었다고 한다.
수십 년 정도가 경과한 지금,
나는 그 이후로 일단은 무사히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내 연애로 결혼상대도 찾았고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다.
결혼 이후로는 꽤 성숙해졌다.
밤놀이는 물론 주란 행위도 하지 않는다.
B는 주식인가 뭔가로 수백만 정도의 빚을 지고 어딘가로 모습을 감췄다.
B의 실종사건에 관해선 T집에 갔던 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 일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한 두 가지 정도,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일 년에 몇 번쯤, 내 집 주변에
원인불명의 벌레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일이 생겼다.
거기에 신축건물인데도 불구하고 뭔가의 흙 자국 같은 것이
집 주변에 찍혀있는 일도 있다.
아내나 중학생인 아들, 초등학생인 딸은
아무 일 없이 무탈히 잘 지내고 있다.
아직까진 나나 내 가족에게 위해를 끼치려는 흔적은 없지만....
확실히,
T집에서 따라온 무언가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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