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야마가미님
번역: NENA(네나)
214 :土着信仰:2009/06/22(月) 04:24:58 ID:tBdN5rFB0
우리 부모님 친가 묘지에는 메이지 이전의 유골이 들어있지 않아.
왜냐하면 그 친가가 있는 산 속 마을(집락)에
독자적인 토착신앙이 있어서 불교가 정착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해.
메이지까지는 절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다나.
근데 그 "토착신앙" 이라는 것이 꽤나 특별하거든.
어느 호러게임의 영향으로 난 학교 레포트 소재로 그걸 선택했는데,
애초에 토지신앙이란 외부와의 교류가 없는 집락에서 발생하는 집단최면이
발전한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라서 나는 "토착신앙"을 믿지 않았어.
솔직히 영적인 것과 딱히 연고도 없기 때문에
이곳에 이렇게 투고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뭐 어쨌거나 그 "토착신앙"은 간단히 말해 산을 신앙하는 느낌과 비슷해.
내 선조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살던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었어.
바다같은 개념도 없고 위에서 말한 불교보다 토착신앙이 정착된 세계였지.
식재료는 대부분 산의 것이었어. 물고기도 산의 강가에서 잡은 것이고
밭도 산에서 흘러나가는 강물이 필수불가결했고 계절 나물도 소중한 식량이었어.
물론 멧돼지나 곰과 같은 동물의 고기도 산 없이는 얻을 수 없었지.
산에게 지탱되어 살아온 마을이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산 중심의 윤회사상'이 만들어졌어.
산이 만든 양식을 받아 생활을 이어가고,
죽으면 산으로 돌아가 산의 양분이 되어 또다른 양식을 생산해내는 느낌이랄까.
거기서 또 독자적인 매장방법이 생겨나게 된 거야.
그것에 대해선 좀 더 있다가 얘기할게.
다만, 내가 마을에서 들은 바로는 산 자체가 신격화 된 것이 아닌
산에 사는 신에 대한 신앙이 있으며
거기서 '산 중심의 윤회사상'이 생겨났다고 알아.
그것이 문제였어.
215 :土着信仰2:2009/06/22(月) 04:27:24 ID:tBdN5rFB0
그 산에 사는 신을 간단하게 "야마가미(ヤマガミ)"라고 부르도록 할게.
그 야마가미님의 무엇이 문제냐고 하면,
그 자주 있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말로 예를 들어보면...
신앙대상인 것이 같은 것, <산 = 신>인 경우 <닭 = 달걀>인 것이니
무엇을 먼저하든 모두 같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하지만 <산 = 신>이 아니라고 한다면,
산이 먼저고 신앙되어 있었기에 거기서 신이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신이 있기에 그 산이 신앙의 대상이 된 것인지 하는
닭이 먼저인지 닭걀이 먼저인지 하는 문제가 시작돼.
들은 내용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후자가 틀림없지만,
나는 산에 사는 신인지 유령인지와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믿지 않았어.
집단최면으로 취급하려면 압도적으로 전자 쪽이 편하기 때문에
나는 그 야마가미님의 조사를 시작으로 존재를 부정하려고 했었지.
먼저 이전에 얘기를 들었던 집을 포함,
각 집들을 돌며 야마가미 님에 대해 조사를 했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본 적이 있다고 할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다」
by 늙은 할머니
그런 골동품 적인 목격정보와
친절하게도 목격한 인물, 장소, 시간, 야마가미님의 모습, 반응을 모아
책 같은 걸로 만든 것도 볼 수 있었지.
2일에 걸쳐 여기저기 목격정보를 모아봤는데
재밌는 사실 2가지를 알아냈어.
근데 일단 그 전에, 그 집락 독자의 매장방법에 대해 설명할게.
죽은 인간을 관에 넣는 것까진 비슷하지만,
그 관을 고인의 가족이 교대로 짊어지고 이웃 주민들이 방울을 울리며
산 중턱에 있는 균열(구멍)까지 옮겨 관을 통째로 그 안에 던지는 거야.
그 균열이 상당히 깊다는데
『그곳에 떨어진 관은 산과 융합하여 사자(死者)는 대지로 돌아간다』 라고 해.
균열 근처에는 돌로 된 탑만 있고,
무덤이라기보다는 의식의 장소에 더 가깝다고 들었어.
216 :土着信仰3:2009/06/22(月) 04:28:37 ID:tBdN5rFB0
근데 재밌는 것 한 가지는,
그 매장방법에서 평범한 방법(화장한 다음 묘에 묻는)으로 바뀐 이후
야마가미님을 본 적이 없다는 거야.
그건 산을 신앙하는 의식의 풍화로 야마가미님을 믿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어.
즉, 그것은 집단최면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있어
상당히 강력한 카드가 되는 것이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외견이 일부분을 빼면 다 제각각이라는 것.
어쩔때는 멧돼지였다가 사람이기도 하고 날개가 있어 날아다니는 등
모습이 일부를 빼면 전부 달랐던 거지.
그 같았던 일부가 말인데 바로 "얼굴"이야.
전부 돌 같은 걸로 된 둥그런 얼굴에 하얀 이끼가 주렁주렁 돋아있고
눈 위치에는 더듬이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었어.
거기다 임펙트 있는 부분을 빼면 각자 다르다는 것.
즉, 그것도 집단최면인 것을 증명하는 것에 있어 강력한 카드인 거지.
거기다 야마가미님은 저멀리서 사람을 보기만 하고
도망가도 뒤쫓거나 하지 않았고, 오히려 쫓아가면 도망갔대.
즉, 얘기나 놀이 등 직접적인 점접은 없었고
조우자 전원이 단지 보기만 했다는 얘기야.
여기까지 조사하고 보니 의식의 장소에도 직접 갔다와야겠구나 싶었어.
『저도 찾아봤지만 실제로 야마가미님을 만나지 못했으니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라는 결론을 내기로 한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그날 나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어.
다음 날, 바이크로 20분 정도 거리의 슈퍼로 가서
스포츠드링크, 포테이토칩, 콘소메, 껌, 초콜렛, 주먹밥 등을 샀어.
출발은 오후 2시를 계획했는데,
얘기를 들으니 도보 30분 정도 거리에 그 장소가 있다고 해.
일단 성역이었기 때문에 조모에게 받은 선향과 사온 물건들을 가방에 넣고
나는 그 "성역"으로 향했어.
217 :土着信仰4:2009/06/22(月) 04:31:10 ID:tBdN5rFB0
자갈길 너머 골짜기 너머부터는 진짜 숲속이었어.
몇 년이나 방치됐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풀이 무성했던 거야.
나는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휴대폰에 연결해서 음악을 들으며 걸었지.
나무 뿌리를 밟아 넘고, 잔가지를 피하면서 지도를 확인했고
그대로 일직선으로 이동하다가 괜찮은 곳에서
가방 옆에 매어둔 페트병을 빼서 스포츠드링크를 마셨어.
태양 빛을 손으로 가리며 앞을 살펴봤는데...
그곳에서 30m정도 앞에서 "야마가미님"을 본 거야.
굉장히 이상한 감각이었어. 페트병을 손에 쥔 채 나는 경직됐지.
인간형이었어.
전신이 새하앴고 얼굴에는 정말로 이끼같은 하얀 무언가로 뒤덮여있었어.
눈이 있는 곳에는 촉수같은 것이 있었고 입은 보이지 않았음.
모리조였나 그 캐릭터에서 눈, 코, 입과 색을 빼고 촉수를 붙인 느낌.
※모리조 캐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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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서 들려야하는 음악이 들리지 않았고, 정말로 그냥 '무음'의 세계였어.
발 밑의 감각이 없었고 눈도 돌리지 못한 채 머리만이 움직였어.
마치 가위에 눌린 것 같은 느낌. 야마가미님도 나를 보고 있었어.
이상할만큼 체감속도가 압축된 것같은 긴 시간이었어.
그리고, 야마가미 님이 시야 속에서 점점 커지기 시작했어.
나는 야마가미님의 전신을 다 보고 있었는데,
야마가미님의 손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확실하게 확인했어.
나는 그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지.
다리가 앞으로 나갔다면 바로 도망쳤을 거야.
218 :土着信仰ラスト:2009/06/22(月) 04:32:35 ID:tBdN5rFB0
야마가미님이 커지는 것처럼 보였던 건
아무런 액션 없이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서라는 걸 깨달았어.
앞으로 10m정도 남았을 때, 어떠한 사실을 알아차렸지.
지금까지 이렇게 접근하던 예가 없었던 거야.
만약 야마가미님이 사람을 먹었던 거라면?
지금까지 벼랑에서 떨어진 관 안의 시체를 먹었던 거라면?
마을에 양식을 내려준 것은 인간이 없어지면
시체를 먹을 수 없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몇 십 년 사람을 먹지 못해 지금 배가 고픈 상태라면?
나는 딱 좋은 먹이가 아닐까...?
이빨이 딱딱 부딪혔어. 거리는 이제 5m정도.
나보다도 2~3배는 훨씬 컸어.
야마가미님 얼굴의 촉수 아랫부근, 생물이라면 입인 부분이 우물우물 움직였어.
'히익'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어. 무언가가 머리를 만진 거야.
갈가리 찢겨 먹힐 각오를 했어.
그러자.
「외로워, 외로워, 쓸쓸해, 외로워」
내게는 그렇게 들렸어.
정신을 차리니 나는 페트병을 손에 든 채 서있었어.
귓가에 들리는 곡은 스포츠드링크를 마실 때와 다르지 않았어.
나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지도를 확인하며 균열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어.
그곳은 비석만 하나 세워진 골짜기 같은 장소였어.
나는 들고 왔던 포테이토칩을 뜯어 1개를 집어먹었어.
그리고 봉지 입구를 꽉 쥐고 균열 안으로 던졌지.
콘소매 과자도 하나만 먹은 다음 똑같이 던져넣었어.
가져왔던 선향에 불을 붙여 지면에 세우고 초콜렛 절반을 잘라 옆에 놓은 뒤
그대로 귀가했어.
결국, 내가 체험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나 역시도 조사하는 사이에 최면에 걸려들었을지도 몰라.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토착신앙이라는 건 역시 굉장한 것 같아.
* '산 중심의 윤회사상'으로 생각해보면
사람이 죽어도 산에 묻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영혼(사람이 된 영혼)이 산으로 돌아가지 않게 된게 아닐까.
그래서 야마가미가 '외롭다'고 하지 않았을까?
개, 고양이, 곰, 멧돼지, 하물며 식물도 산으로 되돌아오는데
사람이 된 영혼만은 돌아오지 않게 된 거니까.
그래서 오랜만에 본 인간이었던 글쓴이에게 '외롭다'면서 다가간 것이 아니었을까.
신의 조화라며 떠들석해도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역시 외로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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