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노도가미님
번역: NENA(네나)
이것은 제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있었던 입니다.
항상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시골 친척집에서 며칠 묵었는데
그 해는 여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어머니가 돌봐야 했기 때문에
저와 아버지만 친척집에 가게되었습니다.
친척집에 도착한 이후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반항기 시절이라 그랬는지 아버지와 다른 친척과 함께 있는 것이 어쩐지 싫어서,
저녁시간까지 혼자서 집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무렵부터 매년 왔던 곳이라 근처 대부분은 잘 알고 있었는데,
시골로 올 때마다 항상 어른들에게
「어린아이는 A신사에 절대로 가지 않도록.」
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A신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래전, 아버지에게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가서는 안 되는 곳이다」
라는 말 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한번 궁금해지기 시작하니 가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지만
혼자서는 무서워서 어쩔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뭐 하고 있어」 라며 B코가 말을 걸었습니다.
B코는 친척집 근처에 사는 아이로 나이대가 비슷해서
친척집에 갈 때면 항상 같이 노는 아이였습니다.
B코에게 A신사에 대해 얘기하니
그럼 근처 아이들을 모아 담력시험을 가보자는 얘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23시.
어른들이 술판을 벌이는 동안 몰래 그곳을 빠져나와
B코와 약속했던 장소로 향했습니다.
그곳엔 몇 번 정도 본 적이 있는 C(남)와 D(남), D의 여동생 E코가 있었습니다.
모두들 「A신사에는 한번쯤 가보고 싶었다」 며 참가했다고 합니다.
A신사는 친척집과 B네 집이 있는 동네에서
산 쪽으로 20분 정도 걸어야 나오는 곳에 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은 모두 '아직 아이니까 안 돼' 라며 제지당한 적이 있었고,
정확한 장소 역시 알지 못했지만 그곳에 쭉 살던 아이들이었기에
대략적인 위치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에게 들키면 안되기 때문에
A신사를 어느 정도 둘러보면 곧바로 나오기로 정하고
어둠 속을 헤매며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A신사로 향하던 도중에는 두근거리는 마음과
역시 조금 무서운 것 같은 공포심이 공존했습니다.
하지만 이만한 인원이라면 유령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어른들이 그렇게 A신사를 감추는 것은 산속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가면 위험해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얼마 후, 마침내 A신사라고 생각되는 장소에 도착했고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우뚝 솟아 있는 빛바랜 토리이를 봤을 때,
이곳에 온 것이 후회됐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는 분위기가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역시 그냥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B코와 C는 계속 전진하고 있었고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A신사는 아주 작았고,
토리이를 빠져나가 2m 앞에 작은 사당이 있었습니다.
「어라? 이것뿐이야?」
B코가 맥 빠진 듯한 목소리를 내자 C가
「전혀 무섭지 않네 뭐.」
라고 했고, D도 그만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E코 역시도
「엄마한테 혼날지도 몰라」
라며 동의했습니다.
저도 D와 E코의 의견에 찬성하려던 바로 그때.
C가 막을 새도 없이 사당의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그리고 안을 들여다보나 싶더니 '캇!' 하며
입을 누르고는 그 장소에서 쓰러져 좌우로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C는 칸막이 쪽에서 「우우우, 우우우우우」 신음하며
양손으로 피가 날 만큼 목구멍을 할퀴기 시작했습니다.
기괴한 광경에 남은 아이들 모두가 굳어있었는데,
E코가 「할아버지 불러올게!」 라며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려갔어요.
D는 위험하니 자신도 가겠다며 E코를 따라갔고
결국 그곳에 남은 저와 B코가 C가 더 이상 목을 긁지 않도록 손을 눌렀습니다.
C는 저보다 2살 아래로 마른 체형이었지만
여자 둘이라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C의 힘은 이상할 정도로 강했고 몇 번이나 뿌리쳤습니다.
몇십 분 정도가 흘렀을까요.
몇 명 정도의 발소리가 부산스럽게 들려왔고
D와 E코와 그의 할아버지인 F씨가 도착했습니다.
「노도가미 님!」
F씨는 C를 한눈에 보자마자 그렇게 외쳤고
곧바로 D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어서 촌장집에 가서 아주머니를 불러와!」
그리고 우리들에게
「E코와 ○○(나), B코도 위험하니까 당장 집으로 돌아가거라.
아주머니가 오실테니까 괜찮아.」
라며 각자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C가 신경 쓰였지만 그 이상 그곳에 있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에
우리는 F씨의 말에 따라 각자의 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친척 집으로 돌아가니 이미 소식이 퍼졌는지
아버지가 강하게 꾸짖었습니다.
「거기까지 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
내가 가고 싶다고 말을 꺼냈기 때문에
C가 그렇게 된 거라고 후회하며 울고 있자 친척이
「우리가 제대로 설명을 안 해서 그런 거야.
C는 노도가미님에게 물렸지만 아주머니가 있으니 괜찮아.」
라며 위로해줬습니다.
노도가미님이 뭐냐고 물어보니 한자로는
「노도가미 님(喉噛み様)」 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대략 직역하면 목(구멍)을 무는 신
노도가미님의 발단은 아주 오랜 옛날,
이 집락에서 차별받던 어느 가족이 있었는데
결국 먹을 것이 없어지자 가족이 전원 아사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가족 중에 어린아이가
「저것들의 목구멍을 물어뜯어 버릴 거야.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게 만들 거야.
똑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 주겠어.」
라는 말을 하며 숨이 끊어졌다고 합니다.
그것이 저주의 말이 되었는지 집락의 아이들이 차례차례
스스로의 목구멍을 할퀴며 피를 토하다 죽어갔다고 합니다.
그것을 여행 중이던 어느 기도사가 제령하게 됐고,
A신사의 사당에 가족들의 유골을 봉인하게 됐다고 해요.
그 이후로 어린아이는 A신사로 접근시키지 말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C처럼 사당을 열어 저주를 받아 목을 할퀴며 죽게 된 아이가 하나 있었나 봐요.
어른 중에 사당을 연 사람이 몇몇 되지만 왜인지 모두 무사했기 때문에
어린아이만이 저주에 걸린다는 걸 알게 됐고
A신사에 어린아이가 접근하는 것은 금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라고 불리는 사람은
'노도가미님'을 맨 처음에 봉인했던 기도사의 혈통으로,
유사시에 정화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믿기 힘든 얘기었지만
실제로 C의 그 상태를 보고 나니 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친척들이 아주머니가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했지만
계속 마음에 걸려 제대로 잠들지 못한 채 그렇게 아침이 되었습니다.
쿵쿵하며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혹시 얘기에 나온 그 아주머니인가 하는 생각에 현관문을 열자
정말로 그 아주머니가 서있었습니다.
「C는 다행히 늦지 않았어.
앞으로 그곳엔 가지 마라. 아이는 결코 열어선 안 돼.」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연락을 한 듯, 저는 그날 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어른이 되기 전까지 시골에 내려가도 반나절 정도가 한계로
금방 부모님과 함께 돌아가게 됐어요.
B코, D, E 모두 A신사에 갔던 일에 대해 호되게 혼이 났는지,
그 이후 다른 아이들이 A신사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 주변을 어른들이 지키게 되었습니다.
C는 얼마 동안 입원했지만 이후 완전히 회복해서
다시 건강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목에도 상처 하나 남지 않았대요.
A신사와 사당은 아직도 그곳에 있지만
저는 그날 이후 어른이 된 지금도 일절 접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꿈이 아닌 확실하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지금도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사건 중에 하나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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