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괴담] 내가 겪은 심령체험
번역: NENA(네나)
저는 현재 건축관계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시스템배스(system bath)의 시공을 맡고 있는데,
대부분 하루 내에 작업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을 할 때가 많아요.
이건 제가 신입인 시절 겪었던 얘기로,
시골의 어느 외딴집의 욕실을 만들 때 일입니다.
평소처럼 일을 했어요.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밤 12시까지 작업을 하게 됐죠.
평소엔 저녁 8시가 넘으면 주변 주민들에게 민폐가 되기 때문에
그대로 마무리하고 다음날에 이어서 하지만,
거기는 시골인데다 산 넘어 먼 곳에 위치하기도 했고
그날 중에 끝내 놓으면 다음날이 쉬는 날이 되기 때문에
관리회사에 연락해서 작업을 계속했던 거예요.
10시 무렵이 되자 제 파트너인 선배가 집에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가겠다고 했어요.
저는 신입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혼자 일을 해낼 수 있었기에
평소라면 작업 끝나고 선배와 함께 돌아갔지만 그날은 따로따로 가게 된 거죠.
선배가 먼저 가고 1시간 정도 지나자 작업이 일단락됐고,
마지막 마무리로 욕실 거울을 달자 작업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드디어 끝이구나~ 하는 개운함에
문득 거울에 비친 창문 밖의 풍경을 보니...
어느 여자가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런 산속에 그것도 심야시간.
주변에는 민가도 딱히 없는데...
단순한 착각으로 생각하기로 했지만 어딘가 오싹해진 저는 정리를 더욱 서둘렀습니다.
먼저 창문을 닫고 가능한 거울을 보지 않도록 일을 마쳤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창문 유리 너머로 여자 실루엣이 보이는 겁니다.
아까보다도 가까이 있어!!
반 패닉 상태로 도망치듯 욕실을 빠져나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냉정하게 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를
떠올려보니 정말로 무서워졌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일을 깨닫고 말았죠.
저희 회사는 일이 끝나면 욕실 보고서를 욕조 밑에 두고 와야 했는데,
그걸 완전히 잊고 말았던 겁니다.
모처럼 늦게까지 작업했는데 휴일인 내일 다시 오기는 귀찮았습니다.
한참 고민한 끝에, 무서웠지만 다시 돌아가 놓고 오기로 했어요.
도착하고 차 트렁크에서 서류를 꺼내 재빨리 건물 열쇠를 열어
주변을 보지 않도록 후다닥 욕실 문을 열었고
욕조 안에 서류를 놓으려는 순간,
제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우왁!」
너무 놀란 탓인지 아플 만큼 심장이 맥박 쳤고,
이상할 정도로 땀이 솟아올랐습니다.
착신은 고향 친구였는데 심령 체험이 풍부해서
점쟁이도 했던 적이 있던 친구였죠.
아까 일도 있어서 마침 딱 얘기하고 싶은 사람에게서 온 전화였기에
곧바로 전화를 받았어요.
하지만 다짜고짜 하는 첫마디가..
「너 지금 ○○에 있지? 거기 진짜 위험하니까 곧바로 돌아와.」
전화 첫마디로 그런 말을 들어버렸으니..
저는 쏜살같이 차로 뛰쳐갔고 엔진을 걸려고 했지만.... 좀처럼 걸리지가 않는 거예요.
이거 진짜 위험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다행히 엔진이 걸렸고,
헤드라이트를 비추자 차 바로 앞으로
원피스를 입은 상당히 신장이 큰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액셀을 밟아 차를 뒤로 빼서 정신없이 달렸어요.
어떻게 동네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후일, 선배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얘길 했더니
선배가 새파래진 얼굴로
「역시 그랬구나. 실은 말야...」
선배가 말하길, 그 근처 산기슭의 다른 건물에서 작업했을 때
비슷한 여자 얼굴이 거울에 나타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절대로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참고로 저와 갔던 날에는 진짜로 다른 용무가 있었다고 합니다)
전화를 걸어줬던 친구의 말로는
오래전 그 근처 집락에서 어느 가족이 모두 동반 자살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박령이 된 그 가족의 영혼이 제 앞에 나타났던 거죠.
지금까지는 유령이나 귀신 따윌 전혀 믿지 않았고
TV에서 나오는 것도 다 거짓이라고 생각하며 봤었는데
직접 경험하고 나니 유령의 존재에 대해 점점 믿음이 가더라고요.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무서운 경험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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