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지하의 어느 구멍 2
번역: NENA(네나)
A 「이상하지? 다른덴 다 변기가 있는데 여기만 계단이야.」
그쯤되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단 것을 눈치챘습니다.
첫번째로 A의 언동이 계속 수상했습니다.
뜬금없이 담력시험을 제안한 것부터
뒷문의 위치를 미리 알고 있던 것,
화장실 문을 일부러 열도록 시킨 것 등...
나 「A너, 설마 여기서 똥이라도 눌 생각이었어?」
A 「아니, 응. 그렇지 뭐.」
A의 대답은 아주 애매모호 했습니다.
A 「잠깐 내려갔다 와볼까?」
A의 말에 저는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나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빨리 집에나 가자.
여기서 계속 시간끌고 있으면 진짜로 들킬지도 몰라.」
A 「하하~ 너 무서워서 그러지? 잠깐 요 앞까지만
내려갔다 와보는건데도 그렇게 무서워?」
A는 살짝 바보 취급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저는 그것이 A의 도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B역시도 가지 않겠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다른 2명은 재밌어 보인다며 A에게 동조했습니다.
12 : 地下のまる穴5[sage] : 2011/12/16(金) 10:13:19.59 ID:s+XHJkPg0
A 「역시 너희는 진짜 사나이야~!」
A는 계속 은근히 저와 B를 도발했지만
B의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B 「난 안 가. 니네 맘대로 갔다오던지.」
A 「그럼 먼저 우리 셋이서 내려갔다 와볼게.
너흰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3명은 지하로 향했고,
남은 저와 B는 둘이서 화장실 안에서 기다렸어요.
화장실은 시설에 둘라싸인 형태로 건물쪽에
창문이 많았기 때문에 어디서 보고 들킬 확률이 있을테니
화장실 밖이 아닌 안에서 대기했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곧장 B가 말을 걸었습니다.
B 「야, A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나 「맞아, 오늘 A는 이상해보여. 뭔가 맨 처음부터 우리를
여기로 데려오려고 했던 것 같아.」
B 「내 생각도 그래.」
이후 B와 저는 같이 오밤중에 들켰을 때의 대처법 등
얼마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너무 늦는 거 아냐!?」
전혀 올라올 기미가 없는 A일행에 대해
저와 B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습니다.
B는 우리끼리 가버리자고 했지만
딱 2개 있던 손전등을 모두 A네가 갖고 내려가버렸기 때문에
밖의 어둠을 뚫고 아까 그 작은 문을 찾긴 힘들 것이라 판단했고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갑자기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꽤 여러명의 발소리에
저와 B는 한 순간 긴장했어요.
나 「어떡해... 사람이 왔어. 위험하다고...」
B와 저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어쩔 줄 몰랐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발소리는 아직 멀었지만 어디서 들려오는지 전혀 구분할 수 없던데다,
우린 시설의 구조는 물론 방향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나가서 도망쳐봤자 금방 들킬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13 : 地下のまる穴6[sage] : 2011/12/16(金) 10:20:07.44 ID:s+XHJkPg0
B 「어떡해... 점점 가까워지는데, 어쩔 거야?」
조급해보이는 B의 목소리에
저도 내심 심장이 쿵쾅댈만큼 당황했지만
「이쪽으로 온다곤 단정지을 수 없어.
이쪽으로 오는게 확실하다면 바로 숨자.」
라며 B를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발소리는 확실하게
우리들이 있는 화장실로 다가오고 있었어요.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B가 갑자기
지하 계단이 있는 칸이 아닌
다른 변기칸의 문고리 쪽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죠.
그 옆의 다른 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B 「젠장! 다 잠겼어. 아~ 미치겠네.」
발소리가 15m정도까지 다가왔을까,
직감적이었지만 저는 그때 발소리 무리들이 틀림없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올 것을 확신했습니다.
B도 분명 같은 것을 예감했겠죠.
저와 B는 팽패해진 분위기 속에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B 「...어쩔 수 없지, 내려가자.」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매우 꺼림칙한 일이었지만
화장실 안에는 더 이상 숨을 곳도 없었고
뛰쳐나간다 해도 지금은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한밤중,
거기다 방향조차 분간이 안 가는 전혀 모르는 곳이었기에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어요.
야심한 시각, 종교시설이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발소리가 화장실 바로 근처까지 당도했을 때,
저와 B는 칸막이의 문을 열고 발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지하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계단은 콘크리트로 되어있었고
엄청 길게 이어질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10개 정도 밟으니 금방 아래층으로 도달했습니다.
지하는 매우 캄캄했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먼저 앞서가던 B가 막힌 곳을 더듬어
금방 문을 찾아 열었습니다.
14 : 地下のまる穴7[sage] : 2011/12/16(金) 10:22:35.90 ID:s+XHJkPg0
안에는 방이 있었습니다.
방 천장에는 오렌지 빛의 동그란 전구가 몇개 쯤 달려있었고,
방 전체가 희미한 오렌지 빛으로 감싸여 있었습니다.
저와 B는 그 방에 들어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습니다. 방은 다다미 15장 정도의 크기로(잘 보이지 않았음)
가구없이 콘크리트로만 만들어진 빈 방이었는데,
정 중앙에는 크고 동그란 것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설명하기가 좀 힘든데, 거대한 철제 훌라후프 같은 것이
세로로 세워져 매달려있는 느낌이에요.
그 훌라후프는 방의 양 모퉁이 벽에 닿을 만큼
거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와 B는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고
그저 문 앞에 경직된 상태로 서있었는데
제가 「A네들은? 없잖아...」 라며 작은 목소리로 묻자
B는 「몰라, 모른다고...」 라며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들었던 발소리가 예감대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위에서 발소리들이 콘크리트를 타고 울려퍼졌어요.
그 발소리는 3~4명 정도.
우리들은 움직임없이 가만히 문 앞에 서있을 뿐이었습니다.
무언가 중얼중얼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내용까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서로 얘기하는 말소리 같기도 했고,
각자가 서로 뭔가를 중얼중얼 읊는 것처럼 들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B는 아래로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았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무언가 즐거운 일을 떠올리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개그팀인 「폭SHOW☆프레스티지」를
필사적으로 떠올렸습니다.
어느샌가 화장실 안에서 웅얼거리던 목소리가 3~4명에서
10명 정도로 늘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15 : 地下のまる穴8[sage] : 2011/12/16(金) 10:24:43.53 ID:s+XHJkPg0
위에 있는 무리들이 우리가 이곳에 숨어있는 것을
눈치챈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려왔습니다.
중얼중얼
중얼중얼
중얼중얼
기분나쁜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중얼거리는 말소리가 사라지며
덜컹
덜컹
문 두 개가 연속으로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 이후,
또다시 덜컹,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덜컹 소리가 화장실 칸막이를 여는 소리란 것은
금방 알 수 있었고, 비명이 올라왔습니다.
'다른 칸막이 안에 처음부터 사람이 있던 거 아냐?'
저와 똑같이 B 역시도 그 가능성을 떠올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까는 분명 잠겨있었으니 밖에서 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누군가 나온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윽고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더 이상은 한계입니다.
계단을 다 내려오기까지 15초 정도도 걸리지 않겠죠.
저는 B의 팔을 잡아당겼고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중간지점 쯤 됐을 때,
B가 갑자기 "우와아아악~!!" 하는 얼빠진 비명을 지르며
저의 손을 뿌리치고는 방 안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바로 그때였어요.
B가 그 둥그런 고리를 향해 펄쩍 점프를 한 순간,
순식간에 B의 모습이 사라져버린 겁니다.
저는 그저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죠.
훌라후프 형태의 둥그런 고리 반대측으로 뛰어넘었을 뿐인데
B의 모습이 그대로 홀연히 사라져 버리다니...
하지만 저는 공포심보다 안심이 됐습니다.
저는 문에서 조금 떨어져 문과 훌라후프 사이로 이동했습니다.
'사과하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죄송합니다. 멋대로 들어오고 말았어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빌었습니다.
이윽고 문이 천천히 열리고...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마치 일부러 그러는 듯
빼꼼히 얼굴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16 : 地下のまる穴9[sage] : 2011/12/16(金) 10:28:35.97 ID:s+XHJkPg0
왕관 같은 것을 쓴 노인이 얼굴만 내밀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만면에는 웃음.
남자인지 여자인지 전혀 알 수 없었고,
긴 백발 위에 왕관을 쓴 주름가득한 노인이
만면에 미소를 한가득 안고는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악의로 가득한 미소로,
저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것은 결코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다!」
─ 다음편으로 계속
'■번역괴담:레전드 > 이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괴담] 이계의 통로 (0) | 2020.11.25 |
---|---|
[2ch괴담] "츠(ツ)"의 점이 3개인 세계 (0) | 2020.09.13 |
[단편괴담] 무인(無人)의 세계 (0) | 2020.09.03 |
[장편괴담] 지하의 어느 구멍 3 (끝) (0) | 2020.02.19 |
[장편괴담] 지하의 어느 구멍 1 (0) | 2020.02.19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2ch괴담] "츠(ツ)"의 점이 3개인 세계
[2ch괴담] "츠(ツ)"의 점이 3개인 세계
2020.09.13 -
[단편괴담] 무인(無人)의 세계
[단편괴담] 무인(無人)의 세계
2020.09.03 -
[장편괴담] 지하의 어느 구멍 3 (끝)
[장편괴담] 지하의 어느 구멍 3 (끝)
2020.02.19 -
[장편괴담] 지하의 어느 구멍 1
[장편괴담] 지하의 어느 구멍 1
2020.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