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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괴담] 쿠네쿠네

  • 2019.12.12 13:09
  • ■Today번역괴담/단편
글 작성자: NENA(네나)

 

번역: NENA(네나)

 

 

 

이것은 어릴 적,

아키타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갔을 때 생긴 일.

 

 

1년에 한 번, 명절 때가 아니면 갈 일이 없언 할머니 댁.

그곳에 도착한 나는 곧장 소란을 떨며 형과 함께 밖으로 놀러 나갔다.

 

도시와는 달리 깨끗하다 못해 달콤한 시골 공기.

나는 시원한 바람을 흠뻑 맞으며

형과 함께 논두렁 주변을 마구 뛰어다녔다.

 

 

 

그렇게 해가 점점 떠올라 한낮에 접어들 무렵,

 

갑자기 바람이 멈추나 싶더니

기분나쁠 정도로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안 그래도 더운데 무슨 미지근한 바람이 불고 난리래!」

 

 

나는 상쾌함을 빼앗겨 저조해진 기분을 한껏 드러내며

온몸으로 불만감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문득 형이 아까부터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역시도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허수아비가 있었다.

 

 

「저 허수아비가 어쨌는데?」

「아니, 그 건너편을 봐.」

 

 

형의 말에 미간을 좁히며 눈을 가늘게 뜨고서 그 건너편을 바라봤다.

허수아비 너머로 시야를 집중시켜

그 건너편 쪽을 가만히 바라본 것이다.

 

 

그러자,

 

확실히 보였다.

 

 

 

 

 

뭐지... 저것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사람만 한 크기의 하얀 물체가 꿀렁꿀렁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끝없이 펼쳐진 논 한가운데서.

 

나는 호기심을 느꼈지만

그보다 먼저 이렇게 해석했다.

 

 

「저거 신종 허수아비 아냐?

지금까진 움직이는 허수아비 같은 게 없었으니까

농가 사람 중 누군가 생각해낸 것이 분명해!

아마 바람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걸 거야!」

 

 

형은 언듯 맞아 떨어지는 듯한 내 해석에

납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표정은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사람이 또 잠깐 멈춘 것이다.

하지만 그 하얀 물체는 여전히 구불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야... 지금도 움직이잖아... 저건 대체 뭐지?」

 

 

약간 놀란 말투로 중얼거린 형은 아무래도 그것의 정체가 궁금했는지

집에 가서 쌍안경을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형은 살짝 기대감에 찬 모습으로

"내가 처음 발견한 거니까 너는 좀 있다 봐!"

그리고는 기세등등하게 그곳을 향해 쌍안경을 들이댔다.

 

 

 

그러자 갑자기 형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점점 새파래지나 싶더니 곧이어 식은땀을 줄줄 흘리다가

마침내는 갖고있던 쌍안경을 떨어트린 것이다.

 

나는 형의 모습에 살짝 주춤거리며 물었다.

 

「뭐였는데?」

 

형은 느릿하게 대답했다.

 

 

 

 

「알 수   없는 것    이          있......」

 

 

 

이미 형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형은 그 상태로 흐느적 흐느적 집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곧바로 형을 저렇게 만든 그 하얀 물체를 보기 위해

바닥에 떨어진 쌍안경을 주우려 했지만,

형의 말 때문인지 어쩐지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증은 올라왔다.

 

먼 곳에서 보면 그저 하얀 물체가 기묘하게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는 것뿐이다.

조금 기묘하긴 해도 그 이상의 공포심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형은....

 

 

 

좋아, 한 번 보는 거야.

대체 어떤 것이 형을 그토록 공포스럽게 만들었는지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주겠어!

 

 

내가 쌍안경을 주워 들여다보려던 그 순간,

할아버지가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모습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왜 그러냐며 묻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갑자기 엄청난 기세로

 

 

「그 하얀 물체를 봐선 안 된다!
혹시 봤니!? 그 쌍안경으로 봤느냐고!」

 

 

기세에 눌린 내가 '아니... 아직...' 이라며

작게 대답하자 할아버지는 다행이다를 연신 외치며

어딘가 안심한 듯한 기색으로 그대로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집으로 되돌아갔다.

 

 

 

집으로 들어가니 모두가 울고 있었다.

 

나 때문에? 아니, 달라.

 

잘 보니 형 혼자만 그 안에서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마치 그 하얀 물체처럼

구불구불, 구불구불 하며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형의 모습에서 그 하얀 물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공포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날, 할머니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네 형은 이곳에 두는 것이 살이 편할 것이다.

그쪽은 좁은 데다 주변 눈을 생각하면 며칠도 못 버틸 터...

우리 집에 뒀다가 몇 년쯤 지나 논에 풀어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야.」

 

 

그 말에 나는 크게 엉엉 울부짖었다.

 

이전의 형의 모습은,

 

 

 

 

더 이상

 

없어.

 

 

 

 

대체 왜 이런 일이...

바로 조금 전까지 사이좋게 놀고 있었는데 어째서....

 

나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으며 차에 올랐고

곧장 할머니 댁을 벗어났다.

 

차 너머로 할아버지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는데

그 옆으로 이미 변해버린 형이 한 순간, 내게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멀어지는 와중에 형의 표정을 보기 위해 쌍안경을 들었다.

 

형은 확실히 울고 있었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형이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듯한 처음이자 마지막의 슬픈 미소였다.

 

그리고 곧바로 모퉁이를 돌았고 더 이상 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쌍안경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형의 옛 모습을 떠올리면서

한 면이 녹색으로 넓게 펼쳐진 논두렁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때였다.

 

 

 

 

 

 

 

보면 안 되는 것을

 

바로 눈 앞에서 보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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