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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A가 번역하는 일본 괴담 번역창고

[단편괴담] 사랑할 수 없는 존재

  • 2019.12.09 22:36
  • ■Today번역괴담/단편
글 작성자: NENA(네나)

 

번역: NENA(네나)

 

 

 

내가 존경하는 주지(스님)는 이미 결혼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그 주지는 내가 어릴적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불가에 속한 자답지 않게

노는 걸 좋아해서 주변에서는 좀 경박한 스님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렇긴 해도 그 능력 만큼은 진짜라서 영시(霊視)나 제령 등

일반인이 떠올릴만한 영능력 기술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의 겉모습도 한몫 하는 통에 그 실정을 아는 사람은 정말 한 줌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 주지가 결혼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주지의 과거의 경험이 결혼을...

아니, 아얘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당시 주지에게는 반려자가 있었다.

여기선 임시로 그 사람을 S씨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실은 S씨와 나는 면식이 있는 사이다.

S씨는 조금 내향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단아하고 아주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지금와서 깨달은 사실인데,

S씨는 주지와의 결혼을 염두해두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결혼까지는 진도를 빼지 못하고 몇 년 정도

세월만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것에는 큰 원인이 있었다.

S씨는 저주를 받았던 것이다. 아니, 이 표현은 올바르지 않겠지.

 

정확히는, S씨의 가족 모두가 저주를 받았던 것이었다.

 

그 원인으로는 S씨의 조부모의 조부모,

즉 고조부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S씨의 집안(가계)는 대대로 「무녀(칸나기かんなぎ)」 로서 그 지방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집안이었다. 무녀가 뭔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조금 설명하자면,

자신을 신의 지주로 삼아 신의 말을 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인데,

S씨의 집안은 그 일에 추가로 영시나 제령, 정화도 함께 겸업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S씨의 고조부 시대부터는 대대로 이어졌던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S씨의 고조부가 행한 것은 "저주의 대행" 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저주를 거는 것 자체는 고조부가 아니었고,

저주를 걸려면 어느 인물을 만나야 했다.

그 인물이란 것은 작은 여자아이였는데, 고조부의 가족... 이 아닌 다른 아이였다.

 

고조부는 저주에 걸린 사람을 찾아 '저주를 풀어주겠소' 라며

교묘한 말로 속여 집안의 어느 의식장으로 데려갔고,

그곳에 있던 작은 여자 아이와 만나도록 주선했다.

 

 

사실 무녀는 저주를 푸는 힘 같은 건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이 작은 여자아이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는 것.

즉, 실제로 저주를 푸는 힘 따위 전혀 없는 고조부들이

마치 저주를 풀어주는 척 연기를 했던 것뿐이었다.

 

그때 시행한 저주를 푸는 의식이라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뜻모를 말을 10분 정도 영창한 다음, 저주에 걸린 사람의 집게손가락에 작게 상처를 내서

그 혈액을 어느 항아리 안에 넣는 것이 다였다.

 

그것이 끝난 다음엔 '저주는 풀렸으니 안심하게' 등

적당한 말로 얼버무려 저주에 걸린 사람을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냈다.

 

물론 '척'만 한것이었으므로 저주는 전혀 풀리지 않은 상태.

 

 

이후 그렇게 모은 피를 갖고 작은 여자 아이를 찾아가

그 피를 마시도록 했던 것이다.

 

주지에 의하면 저주에 걸린 인물의 피에도 나름의 저주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 피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마실 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으로도 역겨운 얘기지만, 마실때마다 저주의 힘이 깃들기 시작해

저주의 원흉, 즉 저주 그 자체의 존재가 되버리고 말았다.

 

그 시점에서 고조부의 저주 대행 준비는 완료된 것인데,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고조부는 저주 대행을 시행한 것일까.

 

아까 말했듯이 저주받은 사람의 피에는 저주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바로 그것. 작은 여자아이의 피를 먹게하는 것.

뭐, 먹는다고 해봤자 컵 한잔 가득 피를 마시는 것은 아니다.

 

단 한방울 만으로도 저주는 성립되는 것이었다.

저주하고 싶은 표적의 마실 것이나 먹을 것에 한 방울만 섞어 넣어도

그것을 입에 댄 인물은 며칠 안으로 원인불명의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 일을 행하던 어느 날,

저주의 매개체(元凶背)였던 여자아이가 돌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며칠 후, 고조부도 원인모를 병으로 급사하게 됐는데

두 눈을 부릅뜬 채 공포에 젖어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져 죽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당시의 가족들은 얼마나 무서웠는지 꿈에서까지 나올 정도라고 하는데...

그 이후 S씨의 집안에선 불가해한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또한 왜인지 여성에게만 불운이 덮쳐들었다고 한다.

 

그 집안의 여성은 30세 이상 살지 못하게 됐는데,

30세를 넘긴 여성은 집안의 친척을 포함하여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새롭게 30세가 된 여성도 갑자기 급사를 맞이하게 되버린다고.

그리고 이게 또 우연인지 저주의 영향인지

S씨의 고조부가 세상을 떠난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여자아이였다.

 

 

고조부는 그 무서운 저주 대행 의식에 대해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알려준 것이 없었기에 설마 이런 저주에 걸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조부는 유언처럼 '의식자은 그대로 남겨두도록' 이라는 말을 남겼기에,

긴 세월 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가 현대로 접어들며 주변 경관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식장을 허물게 됐고, 허물기 전 안을 정리하다가

고조부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수기가 발견된 것이었다.

 

그 수기에 쓰여진 것은 고조부가 행했던 일련의 의식에 대한

상세내용으로 그것을 본 S씨는 '어쩌면 이 집안에 저주가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

라는 추측을 했고, 그렇게 주지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사실 이 일이 주지와 S씨의 첫 만남이었다는 건 나중에서야 알게된 일이다.

 

S씨가 주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27세 무렵.

저주에 걸렸다는 것을 영적 능력이 높은 주지가 이해하기까진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타임리밋이 가깝다는 것도...

우선 저주를 풀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모색했고, 실행했다.

 

성불과 제령, 정화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험해 봤지만 그 어느것도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고 시간만이 시시각각 흘러갔다.

 

 

사실을 얘기하자면,

저주의 매개체가 그 의식장에 있다는 것을 주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영적 존재를 S씨의 아버지는 전혀 믿지 않았고,

또한 S씨의 아버지는 체면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라

주지가 의식장에 들어가는 것을 크게 반대했다고 한다.

 

그 상태로 S씨는 29살을 맞이했고

며칠 후, 근무하던 회사에서 쓰러졌다는 연락이 들어온 것이다.

다행히 큰 일을 치르진 않았지만 쓰러진 원인은 불명이었고

담당의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S씨가 쓰러진 원인이 결코 스트레스가 아니란 것을 주지는 알고 있었다.

 

먼저 도착했던 S씨의 아버지에게 주지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S씨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 원인은 의식장 안에 있다는 것 등

지금까지 몇 번이나 해왔던 그 설명을.

 

주지의 필사적인 마음이 통했는지 S씨의 아버지는 결국 의식장 출입을 허가했고

그 주말, 드디어 주지는 의식장 앞에 설 수 있었다.

S씨와 주변 주민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 테지만 의식장에 소용돌이치는

혼돈으로 가득한 불길한 힘을 주지는 몸이 저리도록 느낄 수 있었다.

 

 

의식장에 들어갈 때 주지의 옆에는 S씨가 있었다.

 

주지가 직감적으로 S씨가 없으면

저주가 풀리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한 의식장에 발을 들였다.

 

의식장 안에는 혼돈으로 가득한 기운이 떠돌고 있었다.

지난번 의식장을 허물기 위해 안을 정리하던 도중 수기를 발견한 것이기 때문에

의식장 안은 매우 난잡한 상태였다.

밖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의식장 안에는 무거운 기운이 넓게 퍼져 있었다.

1층은 의식을 행하는 메인이 되는 다다미로 된 방이었다.

정면에는 호화스러운 제단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느정도는 박스 안에 정리되어 있었지만 아직 많은 서책들이 선반에 남아 있었다.

그 대부분은 무녀에 대한 것이었다. 천천히 안을 확인한 다음 두 사람은 2층으로 향했다.

 

2층에는 의식용이라 여겨지는 작은 방 하나와 부엌과 침실 등 주거공간이 있었다.

지난번 S씨가 2층까지는 올라가지 않았으므로, 고조부가 세상을 뜬 이후로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때문에 몇 수십년이나 아무도 출입한 적이 없었을 텐데도 먼지같은 것이 하나도 쌓여있지 않았으며,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고 주지는 말했다.

 

모든 확인을 끝낸 주지와 S씨였지만,

그곳에서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찾아낼 수 없었다.

그 다음으로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다던 지하실.

 

수기에 지하실에 대한 기록이 있었는데,

주지와 S씨의 본능이 그것이 매개체(원흉)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지하실로 가는 입구가 없었던 것.

원흉 그 자체를 찾아보려 해도 기이한 기운으로 충만한 곳이라

주지의 힘을 정상적으로 운용하긴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주지와 S씨는 서로 분담해서 찾아보기로 했고 얼마 후,

정면에 있던 제단의 오른쪽으로 부자연스러운 매트가 깔려있는 것에 눈이 멈췄다.

바닥의 다다미와 같은 색인데다 안이 어두웠기에 들어왔단 당초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매트를 젖히자 입구처럼 보이는 네모난 덮개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 묵직한 덮개를 열자, 안에서 차가운 바람이 올라왔다.

 

그곳에는 계단이 아닌 사다리가 이어져 있었다.

사다리는 상당히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는지 안쪽까지 빛이 닿지 않았다.

 

 

지하실 안은 새카맸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외길이 이어져 있었고,

그 앞으로 꽤나 넓직한 공간이 있었다.

여자아이가 생활하던 곳인지 이부자리와 모포, 베개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기이한 기운의 출처로 보이는 인형을 놓는 제단의

선반 위에 놓여있던 타원형의 항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오히려 그 타원형의 항아리로 눈이 향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항아리에는 뚜껑이 있었고 주문같은 것이 적힌 부적이

몇 장 붙어있었는데, 그 대부분은 무척 낡아 제대로 형태를 이루고

있던 것은 밑부분에 붙어있던 몇 장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주지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그 항아리의 뚜껑을 집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S씨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 항아리 안에는 미이라처럼 된 인간이 들어있던 것이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수기에 적혀있던 작은 여자아이의 것일 터.

얼굴은 이미 일그러져 인간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참혹한 형상이었다.

 

두 사람은 곧바로 경찰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다.

맨 처음엔 주지와 S씨에게 혐의가 갔지만, 유체의 상황으로 미루어

두 사람이 관여했을 가능성은 없을거라 판단됐다.

사정청취가 끝난 후, 작은 여자아이의 미이라를 정중히 장사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S씨는 곧장 원기를 되찾았고,

이후 부친 공인의 사이가 되어 행복하게 지냈다.

 

 

 

 

 

저주에 대한 것이 잊혀지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무렵,

그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S씨가 30세 생일을 맞은 그 다음 날,

원인불명의 병으로 급사하고 만 것이다.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는 확실했다.

그 저주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후 주지는 완전히 빈 껍데기처럼 변해버렸다고 한다.

 

 

 

현재는 그 편린을 보이지 않으니,

이제야 겨우 S씨가 사라졌다는 슬픔에서 조금이나마 구원받은 것이 아닐까.

 

 

차후로도 주지 안에서 S씨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 이상으로 사랑하는 사람 따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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