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금후(禁后), 판도라 3
번역: NENA(네나)
대대로 어머니가 딸에게 세 가지의 의식을 계승하는
집안(家系)에 얽힌 이야기.
먼저 그 집안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그 집안에서 딸은 어머니의 '소유물'이 되며,
딸을 '재료'로 쓰는 어느 의식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두 명 또는 세 명의 여자아이를 낳아 그 중에서 한 명을 '재료'로 선택합니다.
(아들이 태어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경우엔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겠어요)
선택된 딸에겐 두 개의 이름을 지어 하나는 어머니만 아는
진짜 이름으로서 평생동안 숨깁니다.
만약 타인이 알아낼 때를 고려해 본래 그 한자가 가진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기 때문에 그 글자를 알아냈다 해도 진짜 이름은 반드시 어머니만이 알 수 있지요.
어머니와 딸 단 둘만 있는 상황이더라도 결코 숨긴 이름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아명과 비슷한 듯하지만 이것은 「어머니의 소유물」 인 것을
강조,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요.
또한 숨긴 이름을 내려준 날에는 반드시 경대를 준비하고,
딸이 10, 13, 16살의 생일날 이외에는 절대로 그 경대를
딸에게 보여선 안된다는 규칙도 있습니다.
이것은 전부 다가올 그날을 위한 밑준비라고 합니다.
진짜 이름을 타인에게 불린 적 없는 상태를 유지하며 '재료'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딸은 어린시절부터 어머니의 「교육」 을 받습니다.
(선택되지 않은 딸들은 보통의 아이들과 똑같이 극히 평범하게 자람.)
예를 들면...
-고양이, 혹은 개의 얼굴을 조각조각 자른다
-꼬리만 남긴 몸체를 기른다
(딸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살아있는 것으로 취급하여,
딸이 그것을 진실이라 믿도록 세뇌)
-고양이의 귀와 수염을 쓴 주술을 가르치고 그 주술로 쥐를 죽인다
-거미를 잘게 분해시켜 본래 형태로 다시 짜맞추도록 지시
-분뇨를 식사로(자신이나 타인의 것) 삼는 등등
전문은 도저히 쓸 수 없어서 아주 일부만 적었는데
어느 것 하나 듣는 것만으로도 토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들 뿐이에요.
그 중에서도 동물이나 벌레, 특히 고양이에 관한 것이
전체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집안에서 남자와 관계를 맺는 건 아이를 낳기 위한 목적뿐으로
목표 수의 딸을 낳은 시점에 관계를 끊어버립니다.
조건으로서 사전에 제시한 것과 상관없이
이 집안의 주술과 비밀을 찾으려는 남자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 대응을 위해 어느 대부터는 남자와 교합했을 때 주술을 써서 마물을 빙의시켜뒀던거죠.
그 주술로 자신들이 죽인 고양이 등의 원념을 모두 남자 쪽으로 옮겨,
관여한 남자들의 집안에서 재앙이 일어나도록 설계한 겁니다.
따라서 그 집안의 내부사정에 관여금지라는 조건이 지켜질 수 있었다고 해요.
이러한 사정으로 고양이 같은 동물을 '교육'에 자주 사용한다고 합니다.
'재료'에 알맞는 비틀린 상식, 비틀린 가치관, 비틀린 기호 등을 형성시키기 위한
이 기이한 "교육"은 대대로 어머니와 딸 간에 13년 간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13년 내에 세 가지 의식 중 두 가지가 진행되죠.
하나는 10살 때, 어머니가 경대 앞으로 데리고 가서 손톱을 제공하도록 지시합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딸은 경대의 존재를 알게되는데요.
양손, 양발 중 어느 것을 몇 개 제공하는지는 각 대의 어머니에 따라 틀리다고 합니다.
참고로 '제공'한다는 것은 물론 벗겨내는 것을 의미해요.
스스로 자신의 손톱발톱을 벗겨 어머니에게 건네주면,
경대의 세 가지 서랍 중 가장 첫 번째 서랍에 그것과
딸의 숨겨진 이름을 적은 종이를 함께 넣어요.
그리고 그날은 하루종일 어머니와 경대 앞에 앉아서 보내고.
이것이 첫번째 의식.
또 하나는 13살 때, 똑같이 경대 앞에서 이번엔 치아를 제공하도록 지시합니다
이것도 대에 따라 숫자는 달라요.
스스로 자신의 이를 뽑아 어머니는 그것을 경대의 두번째 서랍에,
역시 숨겨진 이름을 적은 종이와 함께 넣는 거죠.
그리고 또 그 하루는 어머니와 함께 경대 앞에서 앉아서 보내고...
이것이 두번째 의식입니다.
이 두 가지 의식이 끝나면 그 다음날 ~ 16살까지
3년간은 '교육'이 전혀 행해지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유가 주어지는 거에요.
이것은 13살까지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무렵쯤엔 이미 어머니의 바램대로
살아있는 인형처럼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주 조금이나마 남겨져있는 자기 본래의 감정때문인지
보통의 평범한 여자아이들처럼 지내려하는 딸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3년 후, 딸이 16살이 되는 날.
마지막 의식이 치뤄집니다.
마지막 의식, 그것은 경대 앞에서 어머니가 딸의 머리를 먹는 거예요.
먹는다기보다도 체내로 집어 넣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중처럼 거의 밀다시피 머리를 전부 잘라 경대를 바라보며
무아지경으로 입에 넣어 삼키는 거죠.
딸은 옆에서 그것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기만 할 뿐.
그렇게 딸의 머리를 모두 삼키고 나면 그때야 비로소
어머니는 딸의 진짜 이름을 부릅니다.
딸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직접 귀로 듣게 되는 게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이걸로 이 의식은 완성되고 목적이 달성되는 거죠.
이 다음날부터 어머니는 온종일 자신의 머리를 질겅거리는 폐인처럼 변하고,
죽을때까지 격리되요.
폐인이 된 것은 문자 그대로 어머니의 껍질로서 어머니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곳에 있는 어머니는 단지 인간 형태를 한 풍선같은 것으로,
어머니의 존재는 아무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그 누구도 모르는 곳으로 도달하게 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행위는 모두 그곳에 가기위한 자격(신격?)을 얻기위한 것으로,
마지막 의식에 따라 그것을 얻게 되는 거에요.
이 미지의 장소는 지금까지의 비슷한 행위로 자격을 갖춘 어머니들이 지내는 곳으로
오염된 것이 없는 낙원으로서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후의 의식으로 자격을 얻은 어머니는 그 낙원으로 이동하게 되고,
나머진 머리만 질겅대는 껍질만 남는다...
그런식으로 새로운 생명을 손에 넣는 것이 목적인 거죠.
남겨진 딸은 어머니의 자매들 손에 키워진다고 해요.
한명이 아닌 두 세명을 더 낳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어머니가 없어진 이후,
평범하게 컸던 어머니의 자매들이 딸을 돌보도록 만들기 위해서.
어머니에게 해방된 딸은 머리 길이가 본래대로 되돌아올 즘
남자와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이 어머니로서 이제까지 했던 것과
같은 것을 되풀이하고, 본래의 어머니가 기다리는 장소로 가는 것.
여기까지가 그 집안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것보다 더 상세한 내용도 있는데
두 세 번으로는 끝나지 않을 만큼 긴 내용이라서요.
최대한 알기 쉽도록 쓰려고 노력은 했는데
이번엔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본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일단 이야기를 계속 이어보겠습니다.
사실 이 악습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어요.
서서히 이 악습에 의문을 품게 된 것이죠.
그것이 점점 커지면서 차츰 엄마와 딸이 본래 가졌어야 할 모습을 모색해 갔어요.
가문내에 그러한 자세가 정착되어감에 따라 악습은 점점 사라졌고,
결국에는 금지당했죠.
단, 잊어선 안되는 것으로서 숨긴 이름과 경대의 관습만
남겨두기로 하고 숨긴 이름은 어머니의 증표로서
경대는 축하의 선물로서 계승하도록 한 겁니다.
조금씩 주변의 주민들도 접하게 됐고
부부로서 가정을 꾸리는 자들도 늘어갔어요.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한 여성이 결혼하여 아내가 됐어요.
야치요(八千代)라는 여성이었죠.
악습이 철폐된 이후에 태어난 어머니의 밑에서 극히 평범하게 자란 여성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으며 평범한 인생을 걷다가
좋은 상대를 만나 긴 교제 끝에 결혼한 거였어요.
그녀는 자신의 집안에 대해
어머니에게 다소 들은 것이 있어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특별히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
한 가정의 아내가 되어 몇 년 이후 딸을 출산,
타카코(貴子)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리고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숨긴이름을 지었고
경대 역시 자신과 같은 것으로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이 계속될 것 같았지만...
딸인 타카코가 10살을 맞이한 어느 날,
이변이 일어났어요.
그날은 야치요가 부모님 집으로 내려가 있었기에
집에는 타카코와 남편 뿐이었습니다.
용건을 마치고 밤이 될 무렵,
야치요가 집으로 돌아가보니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손톱과 발톱이 벗겨지고 치아도 몇 개인지 뽑힌 상태로
타카코가 죽어있던 겁니다.
집안을 살펴보니 깊숙이 보관되어있어야 할 타카코의 숨긴이름을
적은 종이가 마루에 떨어져 있었고,
벗겨진 손발톱과 치아는 타카코의 경대에 어지럽게 널려있었습니다.
남편의 모습은 없었고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고
그저 딸의 몸을 붙잡은 채 목놓아 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변이 일어남을 알아차린 근처 사람들이 바로 달려왔지만
야치요는 그저 딸의 몸을 붙들고 울기만 했다고 해요.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던 주민들은 우선 야치요의 부모에게 이 일을 알렸고
몇 명은 야치요의 남편을 찾아나섰습니다.
그런데 그때,
야치요를 혼자 두고 만 것이죠.
그날 밤, 야치요는 타카코의 옆에서 자해했습니다.
주민들이 야치요의 부모에게 상황을 알렸을때,
현장 상황을 듣고있던 부모들은 굉장히 고요한 상태였어요.
「상상은 가. 야치요에게 들었던 의식을 시험해보려 했던거지.
야치요에겐 자세히 알려준 적이 없으니 단편적인 정보밖에 몰랐을테지만,
타카코가 10살이 될때까지 기다린거로군.」
그렇게 말하며 야치요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야치요의 집으로 도착하자
아까까지 매달려 울던 야치요도 죽어있었다...
주민들은 그저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치요의 부모는 시종일관 흐트러짐 하나 없이
「우리가 나올때까지 아무도 들어와선 안 돼.」
라며 얼마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시간 정도 흐른 뒤에야 겨우 얼굴을 내민 부모는
「이 두 명은 우리가 공양하겠네. 남편은 찾지 않아도돼. 이유는 금방 알게 될 터.」
그 말 만을 남기고 그날은 주민들을 억지로 해산시켰습니다.
이후 며칠 간 남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는데,
얼마 안 가 야치요의 집 앞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어요.
입에 엄청난 양의 긴 머리카락을 머금고 죽어있었다고 합니다.
대체 무슨 일인 것인지 주민들이 야치요의 부모에게 까닭을 묻자
「앞으로 야치요의 집에 들어간 자는 저렇게 된다. 그런 저주가 걸려있어.
그 아이는 악습에서 겨우 해방된 새로운 시대의 아이였다.
일이 이렇게 되버린 것은 안타깝지만, 하다못해 조용히 잠들도록 해주게.」
그렇게 설명하며 야치요의 집을 그대로 남겨두도록 지시했습니다.
그 이후 두 사람의 공양을 겸해 야치요의 집을 그대로 남겨뒀던 것이라 합니다.
집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야치요 부모의 말을 따라 아무도 안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두 사람의 공양을 위한 장소로서 오랫동안 남겨졌던 거에요.
이상이 이야기의 끝입니다.
마지막으로 경대의 서랍에 들어있던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남았군요.
─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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