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괴담] 금후(禁后), 판도라 2
번역: NENA(네나)
그 방의 정 중앙에는 밑에 있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경대와 그 바로 앞에 세워진 봉,
그리고 거기에 걸려 있는 긴 뒷머리.
차원을 넘어서는 공포에 휩싸여
모두들 그 자리에 멍하니 굳은 채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언니, 이게 뭐야?」
불시에 D여동생은 질문을 던졌고, 다음 순간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그녀가 경대쪽으로 다가가 서랍 3개 중 가장 맨 위의 것을 꺼내 연 것이에요.
「이게 뭐야?」
D여동생이 서랍을 열어 우리들에게 보여준 것...
그것은 붓 같은 것으로 휘갈겨 쓴 것처럼 보이는
「금후(禁后)」 라고 적힌 종이었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이 그저
D의 여동생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우리들.
그때 왜 바로 움직이지 못했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D동생은 개의치 않고 종이를 다시 넣어 서랍을 닫고는
이번엔 두번째 서랍에서 안에 있는 것을 꺼냈습니다.
아까 것과 똑같이 「금후(禁后)」 라고 적힌 종이였어요.
더 이상 뭐가 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덜덜 떠는 수밖에 없었는데,
D코가 제정신으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동생에게 달려들었어요.
D코는 반쯤 울고 있었습니다.
「대체 뭘 하는거야, 너!!」
동생에게 노성을 지르며 종이를 빼앗아 서랍을 열고 다시 넣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D동생이 종이를 꺼낸 후
곧바로 두 번째 서랍을 닫았던 것이 문제였어요.
당황했던 탓인지 D코는 두 번째가 아닌 세 번째,
가장 맨 밑에 있던 서랍을 열어버린 것입니다.
드륵하며 서랍이 열린 그 순간,
D코는 안을 바라본 채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입을 다물고 가만히 안을 바라본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어요.
「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 타이밍쯤 겨우 움직일 수 있었던 우리는 두 사람 쪽으로 달려가려고 했고
바로 그 찰나,
' 캭!! '
알 수 없는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지른 D코가
그대로 서랍을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어깨보다 길었던 자신의 머리카락을 입 쪽으로 가져가
우물우물거리며 마구 핥아먹기 시작했어요.
「뭐, 뭐야? 왜 그래!?」
「D코? 정신차려!」
모두가 소리를 질러봐도 반응은 無.
오로지 자신의 머리를 우물대는 것에만 신경을 쏟고 있었습니다.
그 행동에 공포를 느꼈는지 D동생은 울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긴박한 상황이었어요.
「잠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몰라! 뭔데 저거!?」
「어쨌든 밖으로 나가서 집으로 가자! 여기 있고 싶지 않아!」
D코를 세 명이서 안아 들었고
저는 D동생의 손을 잡아 재빨리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 사이에도 D코는 계속 머리를 잘근잘근 씹고 있었는데,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채 일단은 어른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 빈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우리 집으로 곧장 뛰어들어갔고
저는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흐느껴 우는 저와 D동생, 땀범벅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남자 셋.
그리고 기행을 멈추지 않던 D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빙글빙글 돌던 상황 속에,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무슨 일이냐며 달려 나왔습니다.
「엄마!」
울면서 사정을 설명하자 어머니는
저와 세명의 남자아이들의 뺨을 세게 때리며 노성을 질렀어요.
「너희들, 그곳에 간 거지!? 그 빈집에 갔지!?」
평상시 전혀 본 적 없는 형상에 우리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희는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너희 부모님들에게 연락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어머니는 D코를 안아 들고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갔습니다.
우리는 어머니의 말대로 집 거실에서 그저 멍하니 주저앉은 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그로부터 1시간 정도 그 상태로 계속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의 부모님들이 모일 때까지 어머니와 D코는 2층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들이 모두 모일 즘에서야 어머니만이 거실로 나왔고
단 한마디,
「이 아이들이 그 집에 갔어요」 라는 말만을 남겼습니다.
그러자 부모님들이 술렁이며 동요하기 시작했어요.
「너희들! 뭘 봤지!? 그곳에서 무엇을 봤어!?」
각각의 부모들은 일제히 자신의 아이를 향해 소리를 쳤고,
우리는 머리가 새하얘져서 대답하지 못했지만
A군과 B군이 있는 힘껏 사정을 설명해줬습니다.
「본 건 경대랑 이상한 가발 같은... 그리고 유리창을 깨버려서...」
「다른 건!? 본 것은 그것뿐이냐!?」
「그리고... 뭔가 알 수 없는 말이 쓰인 종이를...」
그 한마디와 동시에 갑자기 주변이 삽시간에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동시 2층에서 들려온 엄청난 비명.
제 어머니가 황급히 2층으로 올라가고 몇 분 뒤,
어머니를 부둥켜안으며 내려온 것은 D코의 어머니였습니다.
제대로 보지 못할 만큼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었어요.
「봤어...? D코는 서랍 안을 본 거니!?」
D코의 어머니가 우리들에게 덤벼들듯이 물어봤습니다.
「너희들, 경대 서랍을 열어 안에 있는 것을 봤니?」
「2층 경대의 세 번째 서랍 말이다, 어땠지?」
다른 부모님들도 동참하듯 매서운 기세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우리들도 봤어요...
3번째는... D코만 봤고요...」
말이 끝난 순간,
D코의 어머니가 엄청난 힘으로 우리들의 몸을 붙들었고
「왜 막지 않았어!? 너희는 친구였잖아!? 왜 막지 않았냐고!!」
라며 크게 소리쳤습니다.
D코의 아버지와 다른 부모님들은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며
「진정해요!」
「부인, 정신 차려요!」
등 한참을 달래서야 겨우 진정이 됐는데,
이후 D동생을 데리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가버렸습니다.
거기서 잠시 자리가 마무리되었고,
우리들 4명은 B군의 집으로 이동한 다음에서야
B군의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너희들이 갔던 집은 말이다, 맨 처음부터 아무도 살지 않았어.
그곳은 오로지 그 경대와 머리를 위해 지어진 집이다.
나나 다른 부모들이 어릴 적부터 거기 있었지.
그 경대는 실제로 쓰였던 물건이고 머리카락도 진짜야.
그리고 너희들이 봤다는 그 단어. 이런 단어지?」
그렇게 말하며 B군의 아버지는 종이에 펜으로
금후(禁后)라고 적어 우리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응... 그 단어야.」
우리들이 대답하자 B군의 아버지는 종이를 구겨 동그랗게 말아
휴지통으로 던져 넣고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건 말이지.. 그 머리카락 주인의 이름이다.
읽는 법은 모르는 한 거의 떠올릴 수 없는 이름이지.
너희들이 알아도 되는 건 이것뿐이다.
결코 저 집에 대해 입에 올려선 안 돼. 가까이 가는 것도 금지다.
알아들었지? 일단 오늘은 모두 여기서 자도록 하고 천천히 쉬어라.」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일어서려던 B군의 아버지에게
B군은 굳게 마음을 먹은 듯 이렇게 물었습니다.
「D코는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왜 그렇게...」
B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B군의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그 아이에 대해선 잊어라.
앞으로 두 번 다시 본래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고,
너희들도 다시는 만날 수 없어. 거기다...」
B군의 아버지는 조금 슬픈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앞으로 평생을 너희를 원망하며 살 거야.
이번 일로 누군가의 책임을 묻거나 하진 않을 테지만,
아까 그 아이의 어머니의 상태를 봤으니 알겠지?
너희는 앞으로 그 아이와 관련되선 안 돼.」
그렇게 말하며 B군의 아버지는 방을 나갔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어요.
이후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말로 긴 하루였습니다.
이후 얼마 동안은 평범하게 생활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저희 부모님은 물론 A의 부모님들도
일절 그 사건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고, D코가 어떻게 됐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는 일신상의 이유로 병결 처리되었는데 한 달 정도 지나자
어딘가로 이사를 가버렸다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어요.
또한 그날 저희들 이외의 집에도 연락이 갔었는지
그 빈집에 대한 얘기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유리로 된 전면 창에도 엄충한 대책이 세워져
안으로 절대 들어갈 수 없게 됐다고 해요.
저와 A일행은 그 이후로 한 번도 빈집 근처에 가지 않았고
D코에 대해서도 점점 소원해졌습니다.
고등학교도 각자 달랐던 데다 저와 그 세명 모두 마을을 나가게 됐고,
그 이후로 벌써 10년 이상이 지났어요.
여기까지 서툰 장문을 읽어주셨는데 죄송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이대로 이야기는 끝입니다.
다만 마지막에...
제가 대학을 졸업했을 무렵인데,
D코의 어머니에게서 저희 어머니 앞으로 편지가 왔어요.
내용은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만
그때 어머니가 했던 말이 의미심장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립니다.
「어머니라는 건 마지막까지 아이를 위해 혼자만 짊어지는 선택을 할 때가 있어.
만약 그렇게 된 것이 너였다면 나도 그것을 선택했을 거 같구나.
그것이 잘못된 대답이라 할지라도.」
─ 다음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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