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괴담] 공포의 47소초 [1]
[참고 용어]
소초 (小哨): 적은 인원으로 중요 도로나 지점의 경계 임무를 맡은 부대.
초소 (哨所): 보초를 서는 장소.
취약시기: 경계근무시에 달빛이 초승달이거나 거의 없어 많이 어두워서 사방이 거의 안보일 때.
고글: 취약시기 때 사용하는 장비. (야간투시경, Night Vision)
312: 유선통신장비인 TA-312 전화기를 말함. 버튼 대신에 레버를 돌리면
'따락따라락~' 하는 소리가 나며 받는 쪽에서는 '딸딸딸딸' 소리가 나기 때문에,
정식 명칭보다는 일명 '딸딸이'라고 불렀음.
TOD: Thermal Observation Device (열상관측장비)
<첫번째 일화>
이건 제가 2003년도 당시 군대에 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에는 사단에 있다가 1년에 한 번씩 6개월 정도 해안방어교대를 합니다.
해안방어교대라는 것은 사단 안에 있는 3개 대대가 6개월씩 나눠서
포항부터 경주까지 해안지역의 초소근무를 맡는 겁니다.
이럴 경우 대대 단위의 인원이 조각조각 찢어져서 평소에는 소초에서 생활하면서
각각의 초소에 24시간 교대근무를 서는 것입니다.
주로 소대단위로 찢어져서 소초에서 생활하고 평소에 사단에 있을 때는
매달 몇 개씩 크고작은 훈련을 하기때문에 소초생활에서는 훈련이 거의 없어서 "꿀빤다"고들 하지요.
사실 그렇기도 합니다.
소초가 민간인 밀집지역에 가깝기도 하고 PX 같은 건 없기 때문에
민간인 슈퍼도 자주 이용하고, 거의 그런경우는 없지만 PC방도 가기도 하고
횟집에서 회를 주문해서 먹기도 하기 때문에 정말 편하죠.
그렇게 자주 훈련도 뛰고 비 맞으면서 산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은 너무나도 그리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훈련뛰고 싶네요.
K201 들고 산 속에서 날라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네요.
아무튼...
이제부터 공포의 47소초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47소초는 우리 사단에서 맡았던 해안방어지역 중에
가장 남쪽에 위치한 소초입니다.
가장 끝자락에 붙어있던 터라 중본이나 GP의 간섭이 적었고
불시감사를 오더라도 가장 끝자락에 있는데다
미리 다른 소초에서 연락이 오기 때문에
정말 널럴하고 편한 곳이었고 서로 가장 친하던 소초 인원들이 모여있었고
분위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왜 공포의 47소초로 불렸는지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당시 제가 일병이었고 선임근무자가 상병이었는데, 제가 비록 나이가 더 많았지만
그 선임근무자는 군생활 선배로서 정말 존경하던 선임이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군생활하던 사람이었고 자부심이 있었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과 근무를 설 때는 단 한 번도 허투루 근무를 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취약시기 때 한창 근무를 서면서 전방주시하고 경계근무를 서면서
말뚝근무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나름 심심하지는 않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제 앞쪽은 바다고 아래는 절벽, 왼쪽은 잡초길이었는데 선임근무자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갑자기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숲길 쪽에서 인기척이라고는 말하기는 힘들고 시선?
무언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무나도 조용했고 파도소리 말고는 선임말소리 뿐이었지만 무엇인가 소리가 아닌
아무리 무신경한 인간도 느낄수 있을만큼 엄청난 시선과 오싹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저는 순간 선임의 말을 끊었습니다.
군기가 빡세서 감히 선임의 말을 중간에서 끊어먹었다간 죽을 일이었지만,
선임도 아까부터 뭔가 느끼고 있었다고 저와 같이 말을 끊고 왼쪽 잡초길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취약시기라고는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져있었기때문에 잘 보였습니다.
눈을 찡그리고 자세히 봤지만 잡초길 끝자락에 뭔가
흐릿한 검은 그림자가 있었는데
사람의 형체도 아니었고 알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글 쓰겠습니다" 하고
선임근무자한테 보고를 하고 고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고글을 쓰고 보니 잡초길 끝자락에 웬 꼬마애가 서 있는 겁니다.
이 꼬마애가 제가 고글을 쓰고 보는 걸 본 것인지 갑자기 후다닥 뛰어오는 겁니다.
꼬마애의 형체가 옷 입은 형태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눈은 흰자위도 없이
그냥 '검은자위'같은 느낌인데 그곳에서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고글을 벗었는데 전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선임도 "아무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가글을 쓰더니 놀래냐" 이러는 겁니다.
제가 다시 고글을 써보니 벌써 꼬마애가 중간쯤 와 있는 겁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선임보고 "고글을 써보십쇼" 라고 했더니
선임도 고글을 써서보더니 갑자기 놀라는 겁니다.
웬 꼬마애가 소초앞에 와있다고...
저는 고글을 벗고 다시 어둠 속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후레쉬를 비쳐봐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고글을 쓰고 있던 선임이
"꼬마가 우리 초소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어.
근데 발이 없어..."
놀라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초소 앞은 절벽이라 초소 주변을 빙글빙글 돌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계속 보고 있던 선임이 "야! 문연다." 말하더니
정말로 갑자기 문이 저절로 스~윽 열리는 겁니다.
바다바람 때문인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열리는데다 후레쉬로 비추고 있었는데
맨눈으론 정말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얼른 고글을 쓰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는데
선임이 "야! 어딜봐! 니 앞에 있잖아!" 하는 겁니다.
내려다보니 정말 꼬마애가 제 허리를 붙잡고 눈동자도 없는
컴컴한 눈으로 저를 올려다 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 눈이 너무 공포스러웠던 게 눈이 안보였음에도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저는 순간 가위에 눌린 것처럼 다리에 힘이 풀려 풀석 주저앉았고
그 충격으로 고글이 벗겨졌는데
선임은 제가 주저앉는 순간 꼬마애는 눈 앞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는 겁니다.
이 귀신은 이후로도 다른 근무자들에게도 자주 보였고
몇몇은 꼬마애를 잡아보려고 고글을 쓰고 붙잡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꼬마애에게 허리를 붙잡혔을 때는 가위를 눌린 것처럼 힘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교대하기전 대대에서 소문을 들어보니 별명이 고글귀신이고
10년 전 마을에 있던 꼬마 중에 절벽에서 놀다가 발을 헛디뎌 죽은 꼬마가 있었는데
그 꼬마의 귀신이라고 하더군요. 왜 고글을 써야지만 보이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고글이라는 장비가 보급된 이후로 나온 귀신이라고 합니다.
이번 고글귀신 이야기는 여기까지구요.
앞으로 47소초가 폐쇄될 때까지의 여러가지 일들을 써보겠습니다.
<두번째 일화>
47소초 인원들이 한꺼번에 겪은 일입니다.
그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소초 인원들은 매일 이어지는 근무로 녹초가 돼서
언제나 그렇듯 밤에는 골아떨어져 있었고
깨어있는 건 근무나간 인원과 다음 근무 준비인원, 그리고 통신실의 통신병,
그리고 빠질대로 빠져 밤마다 얼마 안되는 요리재료로
갖가지 라면을 개발하던 말년병장 한 명이었습니다.
통신병은 언제나 2교대 근무였기 때문에
잠도 빠듯하고 근무도 빠듯해서 미칠 지경에 다다르다가
결국 경지에 올라 근무중 숙면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한창 숙면을 취하다가 문득 잠이 깨더랍니다.
잠이 깬 통신병은 평소라면 아침까지 잤을 테지만
왠일인지 그날따라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뭔가 기분이 이상한 채로 잠이 깨서 평소답지 않게 근무를 똑바로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역시 심심해졌는지 초소에 근무들어간 인원들에게 말이나 걸어볼겸
312로 몇 번 연락을 취하고 근무일지를 적다가 뭔가 한기를 느껴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입구를 돌아봤는데 웬 여자가 자기를 쳐다보다가 내무실 방향으로 스윽- 가더랍니다.
통신병은 깜짝 놀라 "민간인!! 민간인은 여기 들어오면 안됩니다!! 나가세요!!"하며 쫒아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사람이 걸음을 걷는다는 것은 높낮이가 있잖습니까?
근데 그 여자는 스케이트보드를 탄 것 마냥 스윽 가는 모습이더랍니다.
순간 오싹해서 통신실 입구에서 멈춰섰다가 내무실 쪽에서 앞근무자들의 말소리와
"으~악!"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 여자가 다시 나와 주계(식당)로 갔습니다.
한창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던 말년병장은 그 여자를 보고 입과 콧구멍으로 라면을 토해냈습니다.
그 소동은 소초인원 전원을 새벽3시에 모두 깨우게 만들었고
소초장까지 뛰쳐나와 직접 목격하게 만든 대사건이었습니다.
많은 인원들이 깨서 뛰쳐나와
(처음에는 민간인인 줄 알고 내쫒기위해) 잡으려고 주계 입구에 있었고
말년병장은 뒤쪽 입구쪽에 서있어서 나갈만한 구멍은 전혀 없었는데
모두가(소초장 포함, 당시 중위를 달았음) 보는 자리에서
형광등까지 켜져있는 상태에서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정말로 눈을 깜빡하니 없어졌던 겁니다.
안개처럼이니, 슬로모션처럼이니,
뭐 그런게 아니라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 겁니다.
그 동안 귀신소문을 들었더라도 믿지않던 소초장도
직접 눈앞에서 귀신이란 놈을 본데다가 얼굴도 정확하게 기억할 정도였는데
소초장은 한동안 소초장에 틀어박혀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새벽에 비가 오는데 소초인원을 모두 운동장에 집합시킨 후
소초에 침입한 '민간인'을 잡지도 못한 기합빠진 놈들이라며 몇 시간 동안 굴려버렸습니다.
뭐... 소초장도 그걸 귀신으로 인정해야할지
아님 사람으로 해야할지 여러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다가
결국 민간인으로 결론내린 후 책임을 소초인원들에게 떠넘겨버렸던 거죠...
아마도 장기근무를 신청하고 해외 파병도 신청할 예정이어서
여러가지로 마음에 걸렸었나 보죠.
그래서 대대에는 보고하지 못하게 그냥 무마시키려는 수단으로
그런 식으로 넘기려 했지만
이후 소초장은 직접 초소에 중대장과 함께 근무를 서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저도 그 여자를 봐서 얼굴과 신체적 특징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얼굴은 약간 통통하고 피부는 하얗지만 죽은 사람의 피부를 보면
약간 파란 핏줄이 솟아 파란 기운이 도는 것처럼
하야면서도 약간 파랬고 코는 보통 일반코에 입술은 약간 검붉은... 그러니까 죽은피색?
눈은 정면을 응시하지만 사람을 보는 거 같지는 않았고 머리는 롱헤어였습니다.
옷차림은 하얀 소복이었는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별 특징없는 일반귀신모습이네요...-_-
두번째 그림이 대충 그려본 그 귀신의 얼굴과 신체적 특징이긴 한데
전형적인 한국인 여자 얼굴에 약간 눈주위가 부어있고 시선이 없는 일반적인 얼굴이네요...
얼굴이야 머릿속에 있는데 그걸 명확하게 글로나 그림으로 꺼낼 수가 없는게 아쉽습니다.
─ 다음편으로 계속
'◆무서운 이야기:한국 > 단편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 제꿈.. 미치겠음 (0) | 2019.09.23 |
---|---|
[실화괴담] 공포의 47소초 [2] (끝) (0) | 2019.09.23 |
[실화괴담] 낚시인들이 겪은 귀신들 (0) | 2019.09.23 |
[실화괴담] 소백산맥 일대에 서식하는 '범' 의 목격담 3 (끝) (0) | 2019.09.22 |
[실화괴담] 소백산맥 일대에 서식하는 '범' 의 목격담 2 (0) | 2019.09.22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실화괴담] 제꿈.. 미치겠음
[실화괴담] 제꿈.. 미치겠음
2019.09.23 -
[실화괴담] 공포의 47소초 [2] (끝)
[실화괴담] 공포의 47소초 [2] (끝)
2019.09.23 -
[실화괴담] 낚시인들이 겪은 귀신들
[실화괴담] 낚시인들이 겪은 귀신들
2019.09.23 -
[실화괴담] 소백산맥 일대에 서식하는 '범' 의 목격담 3 (끝)
[실화괴담] 소백산맥 일대에 서식하는 '범' 의 목격담 3 (끝)
2019.09.22